산행

◈부산갈매기의 괴산 마분봉(776m), 악휘봉(845m) 산행기◈(2014. 10. 11. 토)

부산갈매기88 2014. 10. 15. 11:48

산행지: 괴산 마분봉(776m), 악휘봉(845m)

★산행일시: 2014. 10. 11. 토. 맑음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42명(솔뫼, 혜영, 스마트, 윤슬, 얼씨구, 와석, 붉은노을, 청파, 수정, 흔적, 갈바람, 슬로우 부부, 산들바람, 효리, 바다, 줌마렐라, 종현, 햇띵구, 은수, 태영, 윤호, 군자대로행, 만복, 명숙, 피네, 현진, 청림, 해곤, 까망콩, 팅커벨, 수희, 부산갈매기 외)

 

산행코스: 충북 괴산군 연풍면 은티주차장 ~ 은티마을 ~ 572 ~ 692~ 마법의 성~ 679 ~ 705 ~ UFO 바위~ 마분봉(776m) ~774 ~입석골 안부 ~821 ~선바위 ~악휘봉 ~바위 슬랩 ~ 샘골고개 ~ 입석골~ 입석마을

 

시간대별 코스 진행:

   11:00 은티 주차장

   11:10 은티마을

   11:26 산행초입/갈림길(포장도로 끝)

   12:15 마법의 성

   13:30 UFO바위

   13:50 마분봉(식사 30분)

   15:30 선바위

   15:40 악휘봉(845m)

   15:55 바위슬랩

   16:20 샘골고개

   17:40 입석마을

    

★산행 시간: 6시간 30분(점식식사 30분, 기타 휴식 60분, 알탕 20분)<순수 산행시간: 4시간 40분>

◍산행거리: 8.4km(GPS)

◎교통편: 부산백산산악회 전용 대형버스

            *덕천동 고속도로 입구에서 은티 주차장까지 2시간 45분 소요됨.

 

 

산행 tip: 이번 마분봉과 악휘봉 산행은 암릉을 넘거나 암벽을 밧줄로 타고 오르는 사지를 활용한 산행이다. 아마 이렇게 쭈빗쭈빗한 암릉이 많고 50여 개나 되는 밧줄이 미리 알았더라면 산행을 포기한 사람들이 더러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암릉과 암벽이 있었기에 더 흥미진진하고 골짜기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인생이 무의미하거나 삶에 의욕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꼭 한 번 정도는 갔다와야 할 코스인 것 같다. 산행코스는 은티주차장에서 하차하여 은티마을~마법의 성~마분봉~UFO바위~마분봉~선바위~악휘봉~바위슬랩~입석골로 하산을 하게 되면 식사포함, 쉬엄쉬엄 6시간 반이면 거뜬히 산행을 할 수 있다.

 

은티마을 ►마법의 성

부산 덕천동에서 은티마을 주차장까지는 대략 2시간 45분 정도 소요된다. 은티주차장에서 은티마을까지 10여 분, 200여 미터의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은티마을 유래라는 표지석이 버티고 있다. 동네는 자그마한데 표지석은 웬만한 동네 앞에서 보는 것과는 덩치가 조금 다르다. 그런데 마을에는 커다란 전나무가 버티고 있음을 알게 된다. 왜 그렇게 큰 전나무가 서 있을까? 이 마을이 계곡을 중심으로 발전했는데, 그 형세가 여성의 성기와 같다고 하여 여근곡(女根谷) 또는 여궁혈(女宮穴)이라 하여 쎈 음기를 없앨 목적으로 전나무와 남근석을 심어놓았다고 한다. 이제 거기서 오른쪽 다리를 건너기 전 왼쪽 상점에 매달린 찌그려진 주전자가 처마 밑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눈길을 끈다.

 

 

은티마을에서 산행초입의 계곡 갈림길까지는 포장도로를 따라 15분여 소요된다. 거기서부터 숲이 시작되고 냇가를 몇 번 건너게 된다. 15분여를 그렇게 계곡을 따라 올라가게 되면 서서히 된비알이 시작된다. 첫 번째 등성이인 572봉을 오르고 숨고르기를 한 후 692봉으로 비탈길을 오르면 눈앞에 암봉이 나타난다. 대부분 왼쪽으로 돌아가기 쉬운데 남자들은 바로 암릉을 타고 오르게 되면 올망졸망한 암릉과 이리저리 뒤틀어진 소나무를 만나게 된다. 산꾼들이 그 소나무를 얼마나 만졌는지 반질반질 손때가 묻어 있다. 모가지를 비틀거나 말거나 소나무는 묵묵히 그 자리에 서서 산꾼들의 거친 포옹을 다 받아주고 있다. 거기가 마법의 성이다. 칼바위 모양의 암릉이 올망졸망 성곽처럼 서 있다. 그런 연유로 붙여진 이름인 것 같다. 일행들은 그 마법의 성에 마법이 걸리어 사진을 찍는다고 일어서지를 않는다. 게다가 자신의 폰에 그 경치를 저장해 두고 싶어서 찍어달라고 하니 시간은 더 걸린다.

 

 

직벽바위 ►UFO바위 ▻마분봉

마법의 성에서 마법이 풀리어 UFO바위 방향으로 가려면 거기서 밧줄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뭐 그렇게 힘든 코스가 아니니 간단하게 내려갈 수가 있다. 그러나 UFO바위 능선을 오르기 전에 지나가야 할 직벽타기 코스가 있다. 높이는 3미터 정도인데 왼쪽은 직벽이고 오른쪽 중간에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덩치가 작은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홈이 파져 있다. 그래서 발 놓을 자리가 만만치 않아 밧줄 한 가닥을 잡고 오르기가 쉽지 않다. 여자회원들이 밧줄을 잡고 암벽과 무릎을 직각으로 유지하면 한결 수월할테지만 요령 부족으로 무릎이 암벽에 닿이어 에고~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그래서 남자 회원들이 밑에서 힙을 받쳐준다고 진땀을 뺀다. 또 위에 지켜보고 있는 일행들은 팔을 잡아서 당긴다고 혼쭐이 난다. 게다가 아래 위에서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일행들이 웃어버리니 밧줄을 잡고 있던 본인마저 웃게 되어 힘이 빠져서 위에서 당겨올린다고 애를 먹는다. 또한 인원이 많다보니 시간이 꽤 걸린다.

 

그 직벽을 오르게 되면 이제 하늘을 날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UFO바위와 마주치게 된다. 일행들이 UFO를 타기 위해 순번을 기다린다. 그 UFO바위에는 안테나 모양의 소나무 한 그루가 바위 위에서 자라고 있다. 그리고 그 우주선바위를 밑에서 비스듬히 올려다보면 영락없는 곰 머리와 흡사하다. 그 형상에 취해서 일행은 시간이 흘러가는 줄도 모르고 있다. 초입에서 시작해서 UFO바위까지 2시간이나 걸렸고, 이제 점심시간도 상당히 흐른 시간이라 배도 고플만도 하건만 일행은 기암괴석의 비경에 배고픔도 잊은 모양이다.

 

 

마분봉 ►선바위

마분봉에 허겁지겁 오르니 앞서 간 일행들은 정상 여기저기 흩어져 점심을 먹고 있다. 정상이라 딱히 밥 먹을 너른 장소가 없어서 여기저기 대여섯 그룹으로 나누어 앉는다. 인적이 드물어 정상에 식탁보를 펼치고 식사를 한다. 일행들이 푸짐하게 싸 온 반찬에 행복한 천국 만찬시간이 된다. 마분(말똥)봉은 말똥냄새는 나지 않지만, 어디서 반찬 냄새를 맡고 날라온 똥파리의 저공비행순찰이 시작되고 있다.

 

이제 악휘봉 방향으로 가는 길은 남쪽 방향의 암릉을 따라 밧줄을 잡고 내려가야 한다. 이번 산행의 절반은 밧줄로 시작해서 밧줄로 끝나게 되는 것 같다. 774봉을 오르기 위해서 된비알을 오른다. 그냥 오르기만 해서는 안 된다. 늘 밧줄이 암벽 위에서 늘어뜨러져 있어서 일행은 대기표를 받고서 기다려야 한다. 인생은 줄이고 기다림이라 했던가. 774봉을 넘어 가면 입석골 안부의 이정표(은티마을 2.4km/마분봉 400m)를 만나게 된다. 제법 골짜기 바람이 불어주어 긴장을 풀며 숨고르기를 해본다. 또 누군가 주는 과일을 입에 넣어보기도 한다.

 

 

821봉을 조금 힘겹게 올라 조금 내려가면 장성봉/악휘봉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악휘봉 방향으로 능선을 오르게 되면 중턱에 촛대바위처럼 우뚝 서 있는 5~6미터 정도의 선바위에 멈춰서지 않을 수 없다. 구름이 조금 끼여 있고 주위가 어두워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는 없지만, 그 선바위 앞에서 일행은 순번을 기다린다. 오랜 세월에 바위 하부는 요즘 아가씨들 청바지 차림모양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서 쳐다보는 우리도 애처롭게 보인다. 세게 밀면 넘어갈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그냥 세월을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지나가는 산꾼들이 그 바위구멍에 잔돌을 채워 놓았다.

 

바위슬랩 ►악휘봉 ►입석골 하산

악휘봉에서 10분 비탈길을 내려가면 산 전체가 바위인 바위슬랩을 만나게 된다. 그 바위의 크기에 압도된다. 게다가 60도 각도로 비스듬하게 대각선으로 10여 미터를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또 30여 미터는 45도 각도로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최대의 긴 코스가 나온다. 여기서도 밑에서 올라가기 위해서 많이 기다려야 한다. 그 짬을 이용해서 밑에 대기하던 일행은 이제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과 바위슬랩을 배경으로 추억의 메모장을 넘겨본다.

 

바위슬랩 위로 올라간 앞서 간 일행들이 삼삼오오 사진을 찍으며 장난을 치면서 지르는 함성이 골짜기에 울려퍼진다. 그 바위슬랩은 밑에서 바라보니 정상 바로 아래에 턱이 밖으로 추녀모양으로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올라가보니 산 전체가 바위다. 거대한 바위에 압도되나 사방팔방으로 트인 경치에 가슴이 열린다. 바위 정상부에 서쪽에 낙타등처럼 툭 튀어올라온 곳이 있어서 일행은 거기서 사진을 찍는다고 부산하다. 저멀리 산등성이들의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오고 가을햇살 아래 산자락은 여인네 옷으로 갈아입어 가고 있다.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파란 가을 하늘, 수줍은 여인네 모양으로 변해가는 산등성이. 모든 것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그 마음의 여유 속에서 일행들은 바위 위에서 장난도 쳐본다. 그 바위슬랩이 우리에게 오늘 마지막 향연장이었음을.....

 

바위슬랩의 정상에서 10여분 미끄러운 마사토 길을 내려가 샘골고개에서 스틱을 펼친다. 이제 하산이다. 하산길은 꽤 미끄러워서 일행 중 두세 사람이 미끄러지기도 했다. 그 가파른 길도 30분 정도 내려가니 제법 완만한 길이 되었고, 계곡에 물이 조금씩 흐르고 있다. 일행은 논이 나타나기 전 200여 미터 위에서 알탕을 한다. 물이 차긴 하나 일행의 열정이 더 강렬한 모양이다. 20여 분 알탕을 하고 내려가는 길 양옆에 빨갛게 익은 사과가 탐스럽게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농부의 땀방울이 맺혀 있음을 느낀다. 사과는 눈요기만 하면서 사진에 담아갈 수밖에 없다. 마을 부근의 논에 누런 황금 이삭이 마음의 풍요로움을 더 살찌게 한다. 입석마을에 도착하니 앞서 온 일행들이 밖에서 가을을 녹이고 있다.

 

모두가 하나 된 산행. 50여 개나 되는 암릉 밧줄타기와 빨래판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웃음꽃 날린 행복한 시간이었다. 혼자 그 길을 걷게 된다면 정말 지루하고 힘겨운 길이었을지 모르지만 함께 힘을 모두고 격려하고 등을 밀어준 덕분에 한 사람의 낙오자나 부상자 없이 완주할 수 있었다. 빌딩 숲 사이에 사는 메마르고 까칠한 인간이 대자연의 품안에서 넉넉한 마음을 배운 하루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또 한 주일을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에너지와 여유를 충전해서 돌아온 하루였다. 이제 가을은 더 깊어져 단풍색깔이 진해져 가듯 우리 백산님들의 열정과 사랑도 더 깊어만 갈 것이다. 가족보다 진한 산사람의 우애를 다져갈 것이다. 산이 함께 하는 매개체가 되었지만 백산의 다양한 소프트웨어적 요소인 사랑과 도전과 열정 때문에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산악회로 거듭나고 있음을 실감한다.

 

 

산이 좋다~! 사람이 좋다~! 백산이 좋다~! 진짜루~~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