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왜 테니스에서는 '0'을 '러브'라고 말할까

부산갈매기88 2018. 1. 24. 07:16

“간만에 속 시원한 소식이었다. 그런데 러브 게임? 테니스는 사랑의 게임인 건가?”

정현의 호주 오픈 8강 진출로 테니스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초보 팬’은 생소한 용어와 복잡해 보이는 경기 방식으로 테니스를 즐기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테니스 경기는 포인트, 게임, 세트로 구성된다. 4개의 포인트를 따면 한 게임을 얻고, 6게임을 이기면 한 세트를 가져온다. 통상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은 5세트 중 3세트, 여자 단식은 3세트 중 2세트를 가져온 선수가 승리하게 된다.

가장 기본인 포인트를 세는 방식부터 벽에 가로막힌다. 1점, 2점, 3점이라고 말하면 될 걸, 피프틴(15), 서티(30), 포티(40)로 센다. 여러 설이 있지만, 중세 프랑스에서 게임 점수를 시계 형태의 기구로 계산했기 때문이란 데 힘이 실린다. 한 번 이길 때마다 지금 기준으로 15분씩 시곗바늘을 옮겨 총 4번 이길 경우 바늘이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온 데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이 기준이라면 세 번째 포인트는 40이 아닌 45가 돼야 하는데 ‘포티파이브(forty five)’는 음절이 길어 ‘포티’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0을 제로로 부르지 않고 ‘러브’라고 하는 건 0의 모양이 달걀처럼 생겼기 때문이란 게 정설이다. 프랑스어 달걀(l'oeuf)을 영어식으로 읽으면 러브가 된다. 실제 영문 표기에선 ‘love’로 쓴다. 러브 게임이란 사랑싸움이 아니라 상대 포인트를 ‘0’으로 묶고 게임을 따냈다는 의미다.

테니스에선 6게임을 이기면 세트를 가져오게 돼 있지만, 6-4나 6-3 승리는 있어도 6-5 승리는 없다. 이유는 테니스에서 한 포인트, 한 게임 차는 승리라고 인정하지 않는 ‘듀스의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최소 두 포인트, 두 게임 차가 돼야 게임, 세트를 가져올 수 있다. 이 때문에 포인트가 40-40(포티 올) 상황에선 듀스에 접어들고 두 포인트 차를 벌려야 그 게임을 차지한다.

게임 스코어 6-5는 앞선 선수가 다음 게임을 가져와 7-5가 돼야 세트가 끝난다. 게임스코어 6-6이 되면 서로
한 게임씩을 계속 따내서 경기가 한없이 길어지는 걸 막기 위해 ‘타이브레이크(tiebreak·동점을 깨는 것)’에 들어간다. 타이브레이크에선 서브를 번갈아 하며 먼저 7점을 얻는 쪽이 이기는데, 이때도 두 점 차 이상이 돼야 승리한다. 즉 타이브레이크는 7-5로 끝날 수 있지만 7-6으론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10-8, 11-9 식으로 길어질 수 있다.

출처 : 조선일보/2018/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