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그 뒤론 기억이 없어요

부산갈매기88 2009. 9. 29. 10:02

어느 날 같은 아파트 같은 동 17, 18, 19층에 살고 있던 3명의 남자가 동시에 죽어 저승으로 오게 되었다. 그들은 염라대왕 앞에서 서로 억울하다며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아니, 제가 출장을 갔다가 17층 내 집에 돌아오니 글쎄 현관에 내 신발도 아닌 다른 남자의 신발이 놓여 있지 않겠어요? 놀라서 침실문을 열었더니 아내 혼자더라구요. 화가 나서 구석구석을 다 뒤지는데 베란다에 웬 녀석의 손가락이 매달려 있는 게 아니겠어요? 화가 나서 그 녀석 손가락을 홱 제쳐 떨어뜨렸죠. 그런데, 이 녀석이 떨어지다가 정원에 있는 나무를 턱 붙잡잖아요? 분한 마음에 냉장고를 들고 나와 밑으로 냅다 집어던졌죠. 그런데 재수가 없으려니깐 냉장고 코드가 발에 걸려서 이렇게~~ 그 자식은 죽어도 싸지만 전 너무 억울합니다.”

 

18층에 사는 다른 남자가 이에 질세라 끼어들었다.

 

“제 말씀 좀 들어보세요. 저는 그냥 베란다에서 물청소를 하다가 발을 헛디뎌 그만 밖으로 떨어졌는데 간신히 17층 베란다 난간을 붙잡고 목숨을 부지했다고 좋아했건만 어떤 남자가 절 보더니 손가락을 홱 제치는 거예요. 결국 밑으로 떨어지다가 기적적으로 밑에 있는 나무를 붙잡았는데, 바로 제 머리 위로 냉장고가 떨어진 거예요. 나 참!”

 

19층에 사는 남자가 은근 슬쩍 말을 꺼냈다.

 

“무슨 말씀을! 억울한 것 나예요! 그냥 쉬고 있는 나를 17층 여자가 전화를 걸어 남편이 먼 곳으로 출장을 가서 오늘밤은 안 온다고 유혹하기에, 그냥 재미만 보려고 했더니 갑자기 그 집 아저씨가 들어오잖아요. 너무 놀라서 급한 김에 냉장고에 숨었는데 그 뒤론 기억이 없어요.”

 

 

매월당 <유머 충전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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