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맛집

국물맛이 특별히 깊은 한국식 샤부샤부

부산갈매기88 2018. 10. 11. 07:02

‘유우’의 와규샤부샤부. 이윤화 씨 제공

대기업 비서실에 근무하는 후배는 샤부샤부를 좋아하는 상사를 위해 접대용 맛집을 늘 물어왔다. 정작 후배 본인은 양질의 고기를 잘 구워 기름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먹어도 아까울 판에 물속에서 흔들어 맛있는 육즙을 없앤 뒤 먹는 샤부샤부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던 후배가 마흔이 넘으니 베지노믹스(vegetable+economics)라는 신조어를 거론하며 채소의 건강한 조리법은 바로 따뜻하게 데쳐 먹는 거라고 가르치기까지 하는 것 아닌가. 고기 마니아를 바꿔놓은 ‘채소 듬뿍, 고기 적당량’의 샤부샤부는 이제 외식의 스테디셀러가 된 듯하다. 

‘찰랑찰랑’이라는 뜻의 샤부샤부는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지만, 몽골 음식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하는 설이 많다. 요즘 샤부샤부 식당을 갈 때는 일본식인지 중국식(훠궈)인지 정확히 선택해야 한다. 육수가 진하고 향이 강하게 오래 끓여 밑준비를 한 것이 중국식 샤부샤부라면, 다시마 등 간단한 재료만 넣는 즉석 육수 방식이 일본식이다. 자체 발전하면서 토착화된 한국식 샤부샤부도 다양한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기업형 외식체인회사에서는 채소와 고기뿐 아니라 여러 음식을 뷔페처럼 무제한으로 제공해 포만감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또 지역별 샤부샤부는 특산물 맛집 메뉴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남 고흥이나 여수 일대의 여름 갯장어샤부샤부, 서해안의 겨울 새조개샤부샤부 또는 봄의 주꾸미샤부샤부 등 제철 해산물을 즐기는 최선의 조리법으로 꼽힌다. 제주나 충북 충주에서 오랫동안 즐겨온 꿩샤부샤부, 지리산과 제주 일대의 흑돼지샤부샤부도 지역의 명물이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샤부샤부는 즉석에서 여러 명이 공동 냄비 속의 재료를 건져 먹으며 정감을 느끼는 나눔 요리였다. 그런데 점점 일본식의 영향과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1인 1냄비 서비스를 하는 곳이 늘고 있다. 또 국물 음식을 유독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에 맞춰 일본식 샤부샤부보다 육수의 간이 달곰하여 마지막에 먹는 죽이나 국수의 깊은 맛이 높은 편이다.  

산청의 ‘약초와 버섯골’은 식당에 들어서면 마치 한약방에 들어온 듯한 향내가 진동할 정도로 약초의 본고장다운 국물을 만든다. 버섯농장에서 운영하는 포천의 ‘청산별미’는 버섯의 다양성과 화려한 색감에 놀라고 육수에 녹아 있는 버섯 맛에 감동하게 된다. ‘유우’는 가운데 움푹 홈이 들어간 독특한 용기에 일본식 육수와 소스 맛을 가미하여 개성 있는 본고장 맛을 체험하게 한다.

동아일보 2018. 10. 10 /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