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비즈니스

공중화장실서 몸 씻던 컨테이너 소년, 코스닥기업 CEO로

부산갈매기88 2020. 1. 6. 07:46

LED 렌즈 업체 이끄는 35세 청년
고교 때 알바하며 컴 자격증 10개
26세 때 협력사 부도로 14억 빚
이 악물고 1년 만에 갚자 일감 몰려

“최종 부도 처리되었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지 만 3년이 채 안 된 2011년 3월 절망을 맛봤다. 내게 일감을 맡긴 1차 협력사가 부도 처리돼 법정관리에 들어간다고 했다. 고스란히 14억원의 빚을 지게 됐다. 사업을 키우려 검증되지 않은 업체와 계약을 한 게 화근이었다. 협력사를 찾아가 따져봤자 돌아오는 건 ‘배 째라’ 식의 반응이 전부였다. 회사로 돌아와 보니 거래처 사장님들이 한꺼번에 찾아와 “돈을 갚으라”며 소리치고 있었다. 그간 내게 부품 등을 대준 분들이다. ‘26살, 어린 사장이 빚을 감당하지 못할 거다’란 생각에 한달음에 달려왔으리라.
  
카드론까지 받아 직원 월급 안 밀리고 줘
 
거래처를 일일이 찾아갔다. “1년만 시간을 주면 10원도 깎지 않고 빚을 모두 갚겠다”고 빌고 또 빌었다. 간절함이 전해진 덕일까. 사람들은 1년을 허락해 줬다. 미친 듯이 돌아다니며 돈을 구했다. 회사 지분을 담보로 연이율 24%짜리 사채까지 빌렸다. 신혼집에는 차압 딱지가 붙었다. 카드론 현금 서비스로 직원들 월급을 줬다. 하지만 단 하루도 월급이 밀린 적은 없다. 노력이 하늘에 닿은 덕일까. 약속했던 대로 돈을 갚았다.  
     
이 회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 제품(아래 왼쪽)은 기존보다 빛 투과율이 높고, 생산비용이 저렴하다. [사진 아이엘사이언스]

이 회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 제품(아래 왼쪽)은 기존보다 빛 투과율이 높고, 생산비용이 저렴하다. [사진 아이엘사이언스]

모든 게 끝인가 싶었을 때, 일감이 들어왔다. 한두 건이 아니라 꼬리를 물고. 의아했다. 알고 보니 조명 업계에서 ‘믿을 만한 젊은 친구’란 평판이 알려진 덕이었다. 협력사의 고의부도로 피해를 봤지만, 거래처들에 피해를 주지 않고 해결했다는 것도 이미 안다고들 했다. 새 고객도 늘었다. 기존 거래처에서 주변에 우리 회사를 소개해준 덕이었다.  
 
부도 위기까지 겪었지만, 사업은 내게 숙명이다. 어린 시절, 찢어지게 가난했다. 고등학생 때는 전통시장 한쪽의 컨테이너에서 살았다. 원래도 어려웠지만 그나마 있던 단칸 빌라를 이혼한 아버지가 날려버린 탓이다. 창고용 컨테이너여서 전기만 겨우 들어왔다. 취사나 난방은 불가능했다. 제대로 씻을 곳이 없었다. 공중화장실 세면대 수도에 호스를 연결해 샤워했다. 그렇게 3년을 살면서 사업가의 꿈을 키웠다. ‘가난을 해결하려면 내가 직접 돈을 버는 사업밖에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수억원의 빚더미를 헤쳐나온 힘도 ‘컨테이너 3년’에서 나왔다.
 
난 가천대 전자공학과 04학번이다. 고교 시절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10개 이상 따놓은 덕에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컴퓨터 공부를 해놓은 건 창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다. 창업 아이디어는 군대에서 얻었다. 쉬는 시간 틈틈이 보아둔 신문·잡지에서는 연일 지구 온난화 이슈를 다루고 있었다. 태양광 같은 친환경 에너지가 뜰 거란 생각이 들었다. 복학한 뒤에는 교내 창업발명대회에서 태양광 자전거를 선보여 최우수상을 받았다. 태양전지를 탑재한 전기 자전거였는데, 특허까지 출원했다.
 
2008년 11월 창업했다. 사무실은 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얻은 13㎡짜리(약 3.9평) 공간. 자본금은 지인 두 사람에게서 빌린 500만원이 전부였다.
  
젊은 사장 깔볼까봐 대리 명함 파고 영업
 
이 회사가 사업 초기에 개발한 태양광 가로등. [사진 아이엘사이언스]

이 회사가 사업 초기에 개발한 태양광 가로등. [사진 아이엘사이언스]

첫 사업 아이템은 태양광 가로등이었다. 기존 중국산보다 내구성과 효율성을 높인 부품을 자체 개발하고, 가로등 디자인에 꽃과 야구공 모양 등을 입혔다. 덕분에 창업 이듬해엔 2009년엔 3억원, 2010년엔 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 시절엔 차에서 쪽잠을 자며 전국의 건축 박람회를 돌아다녔다. 일부러 대리나 과장 등으로 적힌 명함을 가지고 다녔다. 대리인 듯 영업하다가, 계약 직전에 사장이라고 밝혔다. 보수적인 조명업계 분위기상 ‘20대 사장’은 인정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011년의 위기를 이겨내면서 사업은 자리를 잡아갔다. 2012년 LED용 실리콘 렌즈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30억원의 연구개발(R&D) 비용과 3년이란 시간을 쏟았다. 대기업에서 인재도 모셔왔다. 세계 최초로 개발해 낸 실리콘 렌즈는 기존 유리·플라스틱 렌즈보다 빛 투과율이 높고, 열에 강하다. 또 렌즈 제조 기간이 짧아 가격 경쟁력도 있다. 지금은 회사 전체 매출의 3분의 1(2019년 상반기 기준)이 실리콘 렌즈에서 나온다.
 
회사 직원은 이제 56명이다. 2018년 183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 매출은 사상 최고치가 될 것 같다. 컨테이너에서 살던 내가 코스닥 상장 최연소 창업 CEO가 됐다니 꿈만 같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는 실리콘 렌즈 기술을 활용한 LED 탈모 치료기와 LED 스마트팜 등의 사업에도 진출한다. 2023년쯤 연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다.

[출처: 중앙일보]2020/1/06  공중화장실서 몸 씻던 컨테이너 소년, 코스닥기업 CEO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