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날갯짓 않고 5시간 동안 172㎞…콘도르의 비행 비밀

부산갈매기88 2020. 7. 16. 07:42

[애니멀피플]
전체 비행시간의 1%만 날개 ‘퍼덕’…상승기류 타고 비상·활공

날개를 편 길이가 3m에 이르는 지상 최대의 맹금류인 안데스콘도르는 상승기류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비행 에너지 소비를 최대한 줄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파쿤도 비탈 제공

 

독수리나 솔개 같은 맹금류는 상승기류를 탄 채 날개 한 번 퍼덕이지 않고 멋지게 비행한다. 그렇다면 날개를 펴면 길이 3m에 몸무게 15㎏으로 나는 새 가운데 가장 큰 안데스콘도르는 어떨까. 지상 최대 맹금류의 고효율 비행 비밀이 밝혀졌다.한나 윌리엄스 영국 스완지대 박사(현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등 영국과 아르헨티나 연구진은 남아메리카 파타고니아에 서식하는 어린 안데스콘도르 8마리에 소형 비행추적장치를 달아 날갯짓 하나하나와 비행고도, 위치 등을 기록했다.14일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놀랍게도 콘도르는 비행시간의 1%만을 날개를 치는 데 쓰며, 그것도 대부분 땅에서 날아오를 때”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경험 없는 어린 콘도르가 날갯짓 없이도 방대한 거리를 이동하는 데서 콘도르보다 날개폭이 2배나 큰 멸종한 거대 맹금류가 이 지역에서 어떻게 날았을지 짐작이 간다”고 덧붙였다.

활공 중인 어린 안데스콘도르. 에너지가 많이 드는 날갯짓 없이도 여러 시간 비행한다. 파쿤도 비탈 제공

 

콘도르는 먹이터인 가축 방목지 상공을 선회하면서 죽은 동물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일과다. 모두 216시간에 이르는 비행 기록을 보면, 마지막으로 날개를 퍼덕인 뒤 다시 날갯짓할 때까지의 시간은 길게는 98분∼317분에 이르렀다.한 콘도르는 날갯짓하지 않고 172㎞를 5시간 이상 동안 날았다. 평균적으로 전체 비행시간 가운데 날개를 퍼덕인 시간은 1.3%에 지나지 않았다. 날갯짓의 75%는 육지에서 날아오를 때 이뤄졌다. 연구자들은 “경험 없는 어린 콘도르지만 모두 여러 시간 동안 날개짓을 하지 않은 채 날았다”며 놀라워했다.콘도르는 지표가 달궈져 생긴 상승기류나 낮 동안 산 아래에서 산 위로 부는 바람을 타고 고공으로 오른 뒤 글라이더처럼 활공해 내려온 다음 다시 상승기류를 찾는 비행을 되풀이했다.

이륙할 때 콘도르는 비행 때보다 30배나 많은 에너지를 쓴다. 상승기류를 탈 수 있는 곳에 내려앉는 것이 중요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때 중요한 건 에너지가 많이 드는 날갯짓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날개 치는 동작은 비행시간의 1%를 차지할 뿐이지만 비행에 드는 에너지의 21%가 쓰였다. 특히 날아오르는 일은 에너지 소모가 많고, 땅 위에서는 동작이 굼떠 매우 위험하기도 하다. 에밀리 셰퍼드 스완지대 교수는 “언제 어디에 착륙할 것인가는 콘도르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상승기류를 타고) 다시 날아오를 수 있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실제로 콘도르는 상승기류를 갈아타기 위해 다음 상승기류를 찾느라 날갯짓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기류가 미약한 아침에도 날개를 자주 쳤다. 그렇더라도 콘도르의 비행 효율은 매우 뛰어나 상승기류가 덜 발달하는 겨울철에도 1㎞를 비행하는 데 2초 이하만 날갯짓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자들은 “겨울철 약한 상승기류와 골바람은 (얼어 죽은) 풍부한 먹이가 상쇄해 멀리 이동할 필요 없이 연중 살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다른 새들과 비교해도 콘도르의 뛰어난 비행 능력을 짐작할 수 있다. 몸무게 15㎏인 안데스콘도르보다 훨씬 작은 3㎏의 황새나 1.6㎏인 물수리가 비행할 때 날갯짓을 하는 시간은 각각 17%, 25%에 이른다.

파타고니아 초원지대를 비행하는 안데스콘도르. 이보다 2배나 큰 멸종한 콘도르도 이렇게 날았을 것이다. 알바로 마요 제공

 

연구자들은 상승기류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이런 비행 덕분에 지금은 멸종했지만 가장 큰 나는 새였던 날개폭 5∼6m, 무게 72㎏의 거대한 맹금류 아르겐타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살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인용 저널: 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1907360117

 

한겨레신문 202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