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탈출

신천지 ‘위장교회’ 포교 전략 포기할 수 없는 까닭은…

부산갈매기88 2020. 9. 28. 09:25

 

대구지역 소상공인들이 지난 17일 수원지법 앞에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을 상대로 코로나19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의 포교전략 변화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위장교회의 활성화다.

신천지는 100곳 이상의 위장교회를 운영해왔으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위장교회 현황이 거의 공개돼 대부분 폐쇄하거나 이전한 상태다.

그렇다고 위장교회 포교 전략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가족 포교를 위한 효과적 도구다. 특히 크리스천 가정이면 더욱 그렇다. 신천지에 빠진 가족은 나머지 가족과 타협을 한다. ‘신천지를 탈퇴했다’ 또는 ‘탈퇴하겠다. 그런데 가족들이 출석하는 교회에는 가기 싫다’는 방법으로 말이다. 그리고 서로 양보해 제3의 교회로 가자고 하는데, 그 교회가 바로 신천지 위장교회다. 물론 가족들은 그곳이 신천지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한다.

위장교회의 설교는 신천지교리를 많이 희석해 분별이 쉽지 않다. 최근 회심한 가정은 2년 정도 출석했는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신천지 강사들이 정통 교단 소속 목사라고 속였지만, 요즘은 기성교회 출신 목회자를 내세운다.

최근에는 신천지 신도가 신학교에 입학하거나 기성 교단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점점 분별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코로나19로 가족 중 신천지인 것이 드러난 가정이 많아졌다. 위장교회가 요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둘째, 경계심이 적다. 기존 신자는 교회 밖에서 성경공부 조심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비신자는 성경공부 자체에 대한 경계심이 높다. 그런 점에서 기존의 복음방이나 센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교회는 다르다.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진 상황에서 말씀이 좋은 교회가 있다고 부추기며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다.

이 외에도 대규모 투자로 교육, 문화, 자기계발, 컨설팅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청년 단체, 대학생 동아리, 전국 지자체의 후원을 받는 위장 봉사단체, 위장 문화예술단체, 위장 문화센터, 위장 동아리 등을 통한 포교 활동이 가능하다.

앞으론 공개포교의 기본전략으로 속전속결 방식이 유력하다. 이는 복음방 1~2개월, 센터 6~8개월의 기존 교육과정을 생략하고 맨투맨이나 소그룹 형태의 단기 교육을 하는 과정을 말한다. 신천지라는 사실을 공개하고 바로 신천지로 끌고 가는 전략이다. 신천지에서는 이를 ‘선 유월’이라고 말한다.

신천지에선 현재 신도들의 사기 저하와 포교 동력 상실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계시록에 예언된 시험과 환란의 바람이다, 믿음으로 이겨야 한다, 자리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총회장 특별지시 사항’이 내부 분위기를 잘 말해준다. 교주를 비롯한 지도부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최근 탈퇴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초기 수강생이나 관리 대상자 중 탈퇴자가 집중됐을 것이다.

코로나19 초기 신천지가 이슈화되면서 탈락자가 잠시 급증했을 뿐 시간이 지나면서 탈퇴자들이 줄어드는 추세다. 탈퇴할 신도들은 이미 탈퇴했다는 얘기다. 생각보다 내부 결속력이 강하고, 코로나19 사태 중에도 관리가 잘 됐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문제다. 노구의 교주가 전 국민 앞에 절을 하며 공개 사과한 것도 모자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교주와 신천지가 감당해야 할 민형사상 법적 소송이 다수다.

국세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 신천지를 대상으로 한 대구시의 1000억원 민사소송, 교주에 대한 2000억원 규모의 비자금 조성과 횡령 혐의로 추가 고발 등이 제기된 상태다.

현재 신천지 신도들은 핍박, 고난, 예언 성취라며 애써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결과에 따라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만일 교주나 신천지가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면 신도들의 충격은 이전과는 다르다. 더 큰 동요와 더 많은 탈퇴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탈퇴자의 수가 아니라 신천지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신천지 조직은 마치 군대와 같다. 매일 정신교육과 반복된 훈련으로 무장한다. 정기 행사로 세를 과시해왔다. 잠시도 한눈팔 겨를이 없도록 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수개월째 공식적인 예배나 모임이 중단된 상태다. 신도들은 궁금하다. 얼마나 탈퇴했는지, 동료들의 심령 상태는 어떤지 말이다. 두 차례에 교주의 옥중편지가 하달됐다. 계속해서 시험문제, 영상예배, 온라인 교육지시가 떨어진다. 그들도 불안한 것이다.

신도들은 집에서 지내며 편안함을 맛봤다. 가족과 함께하며 경험하지 못했던 가정의 따뜻함을 느꼈다. 숙식조차 힘들고 고생하던 시절과 너무 비교된다. 이들이 다시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군기가 빠지고, 사기도 땅에 떨어졌다. 어떻게 포교해야 할까 막막하다.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당장 탈퇴할 용기는 없지만, 좀 더 지켜보자는 부류가 훨씬 더 많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가 신천지에 끼친 외상보다 내상이 더 크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천지의 성장세는 코로나19 직전 정점을 찍고 이제부터는 내리막이다. 엔진이 꺼진 차가 멈추는 것은 시간문제다. 게다가 교주의 나이는 89세다. 시간은 결코 신천지 편이 아니다.

[출처] - 국민일보 202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