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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으로 내 스트레스 강도 측정… '번아웃' 예방한다

부산갈매기88 2021. 2. 19. 09:53

렌즈·패치로 '코르티솔 호르몬' 포착, 스트레스 수치화

스트레스 수치를 정량화해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 스트레스받아!"

현대인이라면 마음속에 누구나 품고 사는 말일 것이다. 한 시장조사 전문기업의 설문에서 직장인 4명 중 1명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무기력에 빠지는 '번아웃 증후군'을 느끼고 있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번아웃 증후군이 신체적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는 두통, 입 냄새, 불면증, 만성 피로, 소화계 질환, 심혈관계 질환 등 사소한 병에서 무서운 병까지 불러일으킨다. 번아웃으로 무기력해지면 해결하려는 의지마저 사라져 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

 

무기력해지기 전 얼마나 정신적 에너지가 소진됐는지 알기라도 하면 대책이라도 세울 텐데, 스트레스는 주관적 문제라 버티기 어려우면 병원에 가는 게 할 수 있는 해결방법의 전부였다. 그런데 이제 번아웃을 예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트레스를 집에서 간단하게 정량화해 측정할 방법들이 나오고 있다.

 

◇코르티솔 호르몬 변화, 스트레스받는 정도 나타내
코르티솔은 일명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리며 우리 몸이 받는 스트레스 정도를 대표한다. 지속적인 업무, 신체적 노동 등과 같은 스트레스 요인은 뇌 시상하부를 자극해 코르티코트로핀 분비 호르몬을 증가시키고, 이 호르몬은 뇌하수체전엽을 자극해 부신에서 코르티솔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다시 말해 코르티솔의 비정상적 분비가 관찰되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 코르티솔은 신체 순환 리듬에 따라 온종일 일정량이 분비되기에 주기 리듬 분비량을 관찰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수면시간에는 낮은 양을 유지하다가 이른 새벽에서 아침 시간대에 분비량이 증가하면서 오전 중에 최고치를 보이고, 오후로 넘어가면서 농도가 떨어진다.

 

지금까지는 이 농도를 지속해서 관찰할 수 없어 코르티솔 호르몬 측정이 스트레스 정량화 방법으로 각광받지 못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홍 교수는 "지금까지는 설문조사를 통한 주관적 스트레스 양을 측정하는 방법을 가장 많이 쓰고 있고, 그 외에는 코르티솔 호르몬 리듬이 깨지면 심장 박동이 증가하기에 심박동 변이도 측정을 이용하고 있다"며 "코르티솔 호르몬 양 측정법은 코르티솔 분비량이 하루에도 몇번씩 바뀌는데 혈액이나 타액을 통해 일회성으로만 확인할 수 있어 잘 쓰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르티솔 호르몬은 땀, 타액, 소변, 혈액 등으로 측정할 수 있다.

 

◇렌즈, 패치 등으로 스트레스 수치 측정 기술 개발돼
패치나 렌즈 등을 이용해 지속해서 코르티솔 분비량의 변화를 측정할 방법이 나왔다. 가장 잘 알려진 건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 나노전자 연구소와 엑스센시오(Xsensio)에서 개발한 땀 센서가 담긴 피부 부착 웨어러블 센서 패치다. 패치 안에는 매우 높은 감도로 땀 속 호르몬 양을 감지하는 전극이 포함돼 있다. 이 패치는 스위스 로잔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넬리 피텔라우드 교수를 주축으로 실용화를 위한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국내 연구진들도 약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박장웅 교수팀은 명지대와 함께 눈물 속 코르티솔 호르몬을 감지하고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 렌즈 속 투명 전극이 호르몬 양을 감지한 뒤 스마트폰으로 스트레스 수치를 무선 전송한다. 최근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구자현 교수팀도 미국 연구팀과 함께 코르티솔 농도를 미세한 양까지 측정하는 패치 형태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미국 공군연구소와 실용화를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구자현 교수는 "땀을 많이 흘리는 군인과 운동선수를 중심으로는 이미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맞춤형 스트레스 완화법 찾기 쉬워질 듯
심리적 측면에서만 다뤘던 스트레스를 정량화할 방법이 나왔다는 건 실제 효과적인 처방책을 낼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 이오네쿠스 교수는 "코르티솔을 지속해서 측정하는 방법은 스트레스 관련 질병에 대한 양적, 객관적 자료를 통해 병리적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며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적절하고 효과적인 처방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스트레스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활동에서 과한 스트레스를 받는지 어떤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가 완화되는지 개인에 맞춘 스트레스 예방법이나 조절법이 나올 수 있다. 최홍 교수는 "스트레스가 병으로 이어지는 핵심 요인은 지속성이다"며 "스트레스 수치를 계속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길게 이어지지 않도록 효율적인 대처방안으로 끊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2021/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