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도마뱀 꼬리 자르기의 비밀…순식간에 잘리는 이유는?

부산갈매기88 2022. 2. 23. 09:53

버섯 형태의 나노구조, 기계적 결합 아닌 접착력…천장 걷는 도마뱀붙이 등과 비슷

꼬리는 도마뱀의 삶과 번식에 중요한 기관이지만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 신속하게 잘라 낸다. 그 구조는 벽이나 천장을 타는 도마뱀붙이의 발과 비슷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람에게 꼬리를 붙잡히거나 고양이의 습격을 받은 도마뱀은 꼬리를 자른 뒤 꿈틀거리는 꼬리 토막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달아난다. 몸의 일부를 잘라 위험을 모면하는 자절 행동은 다리를 떼고 달아나는 가재나 게, 거미에서도 볼 수 있다.심지어 바다 민달팽이 가운데는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해 머리를 뺀 몸의 대부분을 잘라 낸 뒤 새로운 몸을 재생하기도 한다(▶스스로 몸통을 자르고 재생하는 ‘광합성 민달팽이’ 발견).자절은 다양한 계통의 생물에서 독립적으로 9번이나 진화했을 정도로 유력한 행동이다. 심지어 남미의 괭이밥 속 식물도 초식동물이 물어뜯을 때 몸체를 보호하기 위해 잎 부위를 스스로 자르는 구조를 지닌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초식동물이 물어뜯으면 중요한 몸체를 보전하기 위해 잎을 스스로 자르는 남미산 괭이풀. 자치 에베노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도마뱀의 꼬리 자르기는 대표적인 자절 행동이지만 그 구조는 수수께끼였다. 도마뱀은 어떻게 위협 앞에서 순식간에 꼬리를 자를 수 있으며 그러면서도 평소에는 어떻게 꼬리가 잘 붙은 채 활동할 수 있을까.송용악 아랍에미리트 뉴욕대 아부다비 캠퍼스 박사 등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도마뱀 꼬리 단면의 계층적 미세구조 덕분에 필요할 때 재빨리 꼬리를 떼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도마뱀 꼬리의 단면 부위. 플러그와 소켓 형태인 큰 구조와 나노 규모의 팽이버섯 형태의 미세구조로 이뤄져 있다. 쉬지 울러, 와이즈 몽키스 제공.
 
연구자들은 꼬리의 단면 부위에서 크게는 0.1㎜에서 작게는 수십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계층구조 덕분에 평소에는 단단하게 연결돼 있다가도 유사시엔 신속하게 떼어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꼬리 단면의 큰 구조는 “플러그와 소켓’ 구조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피부조직의 단면은 발이 8개 달린 플러그처럼 단면의 양쪽 피부조직이 쐐기처럼 서로 맞물린 상태여서 일정한 힘을 가하면 떼어낼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미세구조는 더 중요한 구실을 한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단면에는 미세한 기둥이 빽빽하게 들어서 마치 팽이버섯 뭉치 같았다. 버섯의 머리 부위에는 나노 규모의 미세한 구멍이 나 있었다.실제로 연구자들의 실험에서 도마뱀의 꼬리를 수평으로 당기면 꼬리가 절단되지 않았으나 도마뱀이 꼬리를 살짝 비트는 동작으로 단면이 붕괴해 꼬리가 쉽사리 잘려 나갔다.아니망수 가탁 인도 기술연구소 교수는 ‘사이언스’에 실린 이 연구결과에 대한 논평에서 “도마뱀 꼬리 단면의 이런 미세구조는 도마뱀 몸체와 꼬리 사이를 기계적으로 연결하는 게 아니라 접착력으로 붙이는 것”이라며 ”버섯 형태의 구조가 당기는 힘을 접촉면 전체에 고루 분산해 구조적 유연성을 낳는다”고 밝혔다.
벽이나 천장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는 비결은 도마뱀붙이 발바닥의 미세구조에 숨어있다. 수백만 개의 강모가 이런 강인하고도 유연한 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비외른 크리스천 토리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이런 버섯 형태의 계층구조가 능숙하게 벽이나 천장을 타는 도마뱀붙이나 개구리, 곤충의 발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도마뱀붙이는 발바닥의 미세구조 덕분에 수직 벽에서 체중을 너끈하게 견디지만 동시에 벽에 완전히 들러붙지 않고 쉽게 걸음을 옮길 수 있다.연구자들은 “자절이 성공적인 생존 수단임이 증명되고 있으며 그런 행동이 동물과 식물에 널리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공학적으로 응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적었다.가탁 교수는 “예측 못 한 사고가 났을 때 값비싸고 핵심적인 부품을 보전하기 위해 도마뱀의 자절을 로봇이나 보철, 스텔스 기술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일보 2022. 2. 23  인용 논문: Science, DOI: 10.1126/science.abh1614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