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국의 닭울음소리가 들리는 ‘끝섬’, 가거도(2)

부산갈매기88 2010. 8. 10. 13:53
(좌)후박나무 울창한 가거도 해안절벽의 이름없는 폭포 (우) 항리마을 언덕에서 바라본 섬등반도와 저녁노을<사진촬영:여행작가 양영훈>

구름이나 안개가 없는 쾌청한 날이면 독실산 정상 근처까지도 손에 잡힐 듯이 가까워 보인다. 또한 독실산 중턱에서 항리마을의 마지막 민가까지 갈 ‘之’자로 구불거리는 찻길의 전체 윤곽까지 한눈에 가득 찬다. 작은 암봉과 부드러운 초원으로 이루어진 섬등반도의 풍광은 매우 이국적이다. 사방팔방 어느 쪽으로 시선을 돌려도 눈맛이 상쾌하고 바람도 시원하다. 하지만 안개가 자욱하고 매우 세찬 바람이 몰아칠 때에는 아예 찾아가지 않는 것이 좋다. 섬등반도의 능선 길은 칼등처럼 비좁다. 길 양쪽은 깎아지른 해안절벽이어서 조금만 방심하거나 미끄러지면 자칫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좌) 섬등반도에서 바라본 항리마을과 독실산 (우) 등록문화재 제380호로 지정된 가거도등대 <사진촬영:여행작가 양영훈>

가거도의 자연풍광은 웅장하고 기운차다.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여성미를 느끼게 하는 홍도와 뚜렷이 구별된다. 특히 독실산 정상, 장군봉과 회룡산, 돛단바위와 기둥바위, 병풍바위와 망부석, 구정골짝, 소등과 망향바위, 남문과 고랫여, 국흘도와 칼바위 등의 가거도 8경은 남성미 넘치는 가거도의 자연을 대표하는 절경들이다. 하지만 정식 유람선이 운항하지 않는 가거도의 해안절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낚싯배나 어선을 빌려 타고 한바퀴 돌아야 한다.

가거도의 맨 북쪽 해안에는 소흑산도(가거도)등대가 있다. 해발 84m의 산중턱에 자리잡은 이 등대는 1907년 12월에 처음 불을 밝혔다. 등대 앞 바다에는 무인도인 대국흘도와 소국흘도가 떠 있다. 대국흘도는 천연기념물 제341호로 지정된 해조류(海鳥類) 번식지이다. 바닷새인 슴새와 바닷제비가 이곳에 날아들어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번식한다. 등대와 대․소국흘도 주변의 갯바위와 무인도에서는 대물을 꿈꾸는 낚시꾼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가거도에서는 굳이 배를 타고 멀리 나가지 않고서도 짜릿한 손맛을 느껴볼 수 있다. 마을 근처의 선착장에서 대나무 낚싯대만 드리워도 볼락, 망상어, 농어, 우럭 등이 곧잘 걸려든다.

가거도의 맨 서쪽에 위치한 항리마을은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늦게 지는 곳이다. 해안절벽 위에 올라앉은 민박집 방안에서도 멋진 해넘이와 저녁노을를 감상할 수 있다. 오메가(Ω) 형상을 만든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자취를 감춘 뒤에도, 서쪽 하늘에는 태양보다 더 붉은 노을이 오래도록 스러지질 않는다. 그러나 가거도의 바다는 해넘이와 저녁노을이 없어도 충분히 아름답다. 그 바다만 바라봐도 사나흘간의 여정이 꿈결처럼 덧없이 흘러가 버린다.

 

<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