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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사이언스] 첨단 카메라 앞에 벌거벗은 투수들

부산갈매기88 2010. 10. 13. 17:21

 

[Sports 사이언스] 공 궤적·속도 등 3차원 실측, 투구특성 낱낱이 드러나

 

삼성 투수 배영수는 11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명의 타자에게 17개의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12개, 볼이 5개였으며 스피드는 최고 시속 147㎞, 최저 시속 135㎞였다. 그런데 그 투구 속엔 훨씬 많은 정보가 숨어 있다.

그의 공이 손을 떠나 홈 플레이트까지 약 13m를 날아가는 동안 평균 시속 7.6㎞ 정도 속도가 떨어졌다. 1분으로 환산했을 때 2833바퀴 회전할 만큼 예리한 변화구도 있었고 불과 148바퀴밖에 돌지 못할 만큼 느려터진 공도 있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이런 정보를 잡아내는 장치가 'PTS(Pitch Tracking System)', 즉 투구 추적 시스템이다. PTS는 미국 IT회사인 '스포트비전'이 2003년 개발했다. 원리는 군대의 미사일 추적 시스템을 응용한 것이었다.

총 3대의 카메라가 1루·3루·외야 중앙에서 투구를 찍고 공의 궤적과 속도를 3차원으로 실측(實測)하면 그 안에 담긴 데이터를 컴퓨터가 분석해낸다. 초속·종속부터 공이 포수 미트에 꽂히기까지의 투구시간이 나온다.

공의 상·하·좌·우 움직임과 분당 회전 수 및 회전 방향, 투수가 공을 놓는 순간을 뜻하는 릴리스 포인트 같은 정보도 나오는데 이런 복잡한 자료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래픽으로 전환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고작 2~3초다.

PTS는 작년에 처음 국내에 도입됐다. 하지만 시스템 한 세트당 가격이 10억원이 넘어 잠실·문학·광주·사직구장에만 설치돼 있으며 아직은 TV 중계에서 시청자들의 이해도를 돕기 위한 보조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에선 4년 전부터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전체가 PTS를 선수 스카우트나 분석에 활용한다. PTS의 각종 정보를 분석하면 투수가 최고 컨디션일 때의 구질과 투구 동작뿐 아니라 상대 투수의 버릇과 약점까지 속속들이 알 수 있다.

한국에 PTS를 들여온 스포츠투아이의 김봉준 이사는 "타자의 배팅이나 야수의 송구에서 나오는 수치도 PTS와 같은 장치들이 잡아낼 것"이라며 "컴퓨터 게임에서 볼 수 있던 능력치를 선수에 적용하는 날이 곧 온다"고 말했다.

 

정세영 기자 jungs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