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본촌치킨' 사장이 체인점에 들이닥쳐 닭을 내다버린 까닭은

부산갈매기88 2009. 4. 25. 10:42
'본촌(Bonchon)치킨'은 미국에서 입지전적으로 성공한 '한국 닭집'이다. 뉴욕 맨해튼의 본촌치킨 체인점만 해도 최고 월 매출이 25만달러에 이른다. 그 성공 비결이 컬럼비아대 비즈니스 스쿨 수업에 소개될 정도다.

이 회사 서진덕 사장은 심심치 않게 닭 수백 마리를 한꺼번에 내다버린다. 체인점이 개업하면 드물지 않게 치르는 '연례행사'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점주의 경영 태만을 지적하는 다시없는 경고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점주가 개업 3개월쯤 지나면 '이쯤이면 되겠지'라고 생각해 품질 기준을 살짝 어긴 닭을 요리에 쓴다"고 말했다. 심증이 가면 그는 체인점을 불시 방문해 '같이 망하고 싶으냐'고 꾸짖고 닭을 버린다.

1993년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은 미국 백화점에서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삼성전자 제품을 보고 충격을 받아 귀국한 뒤 사장들 앞에서 전자 제품을 일일이 망치로 내려쳤다. 1995년 이기태 당시 삼성전자 사장 역시 통화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15만대의 휴대전화와 무선전화기를 직원들 앞에서 불태웠다.

이렇게 적절한 시점에 충격 요법을 쓰면 직원들을 자극해 분발하게 한다. 그렇다면 '위기의 심리학'에 가장 적절한 소통 방식은 어떤 것일까? 대니얼 길버트(Gilbert) 하버드대 교수는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사건을 위협으로 인식하려면 'P·A·I·N'으로 상징되는 네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즉 개인적(Personal)이고, 갑작스러우며(Abrupt), 부도덕하고(Immoral), 당장(Now) 일어나야 한다는 것.

이를테면 큰 위험이라고 해도 언제 일어날지 불확실하고 모든 사람의 문제에 해당된다면, 당장 내 주변에 일어나는 소소한 위험보다도 더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 같은 심각한 위기보다, 식당에서 나온 내 국그릇의 이물질에 더 흥분하는 것을 떠올려 보면 된다. 결국 경영자는 위기를 '사적(私的)이고, 갑작스럽게' 직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충격 요법은 지나치면 안 된다. 적절한 횟수에 그쳐야 한다. 조직 내 스트레스가 지나칠 정도까지 커질 경우, 오히려 직원들의 지적 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故) 스튜어트 서덜랜드(Sutherland) 서섹스대 교수가 쓴 '비합리성의 심리학'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행동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경직된다.

예를 들어 한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어떤 한 단어를 보여주고 나서 다른 여섯 개의 단어를 곧바로 보여줬다. 그중 한 단어는 애너그램(먼저 본 단어와 철자의 순서만 바꿔 만든 단어)이다.

참가자들에게 여섯 개의 단어 중 애너그램을 찾으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었는데, 한 그룹은 오답(誤答)을 말할 경우 전기 충격을 받는다. 그런데 전기 충격 그룹의 오답 비율이 다른 그룹의 2배나 됐다.

폴 슬로빅(Slovic) 오리건 주립대 교수는 저서 '위험 판단 심리학'에서 "사람들의 위험 지각 능력은 종종 부정확하지만, 그렇다고 위험에 대한 경고나 교육 프로그램을 잘못 적용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며 "스트레스가 지나치면 사람들은 오히려 그 위험을 무시하거나 회피하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2009. 4. 25. 조선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