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봉화 청량산

부산갈매기88 2010. 11. 26. 17:39

봉화 청량산

[토박이 산행] 길이 끊어졌다, 싶으면 층암절벽은 새 길을 열어주네

"입석대~응진전~청량사~김생굴~자소봉~탁필봉~뒤실고개~하늘다리에 이어 최고봉인 장인봉 전망대에 올랐다가 두들마을~청량폭포 길로 하산하세요. 주말로 뒤실고개에서 청량사쪽 하산은 청량사 거쳐 하늘다리로 올라오는 수많은 사람들 때문에 고생스러울 거예요." 청량산 최선의 탐승로를 꼽아달라고 하자 봉화 토박이로 청량산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문재원씨가 이렇게 말했다. 올라가는 길에 아예 청량산 명찰 청량사 구경을 하고 가라는 것이다. 청량산은 그런 산이다. 산행과 절집 순례를 겸해야 하는.


여기 봉화 청량산의 구름다리 '하늘다리'에 와보니, 사람들이 순수 자연을 좋아한다는 말은 거짓말 같다. 선학봉~자란봉 간에 걸쳐진 하늘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은 "좋은 구경한다"며 시끌벅적, 입이 함지박처럼 벌어진다. 다리를 건너고 나서도 사람들은 바로 떠나지 않고 하늘 다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느라 난리다. 하산 길목은 아예 정체 현상을 보였다.

기암과 어울린 풍치가 빼어난 청량사 응진전.


청량산(淸凉山)이란 이름은 '청량하다', 곧 '맑고 서늘하다'고 할 때의 그 청량이다. 하늘다리의 인기가 너무도 높아, 청량산 고유의 이 맑고 시원한 멋은 외려 빛이 바랜 감이 있다. 그러나 하늘다리만 달랑 떼어 허공에 매달아둔다고 해서 사람들이 이렇게 몰릴까. 하늘다리를 놓기 이전에도 청량산은 매년 수많은 이들을 불러모은 천하 승경이다.

청량산은 옛 기록에 이르되 6·6봉, 8대(臺), 3굴을 가졌다. 이 산의 중심에 앉은 청량사에서 사방으로 바라뵈는 낙타혹 같은 모양의 기암봉 9개와 그 바깥쪽 3개 봉우리 합해 12개 봉을 퇴계 이황을 비롯한 선인들은 운율을 맞추어 '청량산 6·6봉'이라 불러왔다.

6·6봉은 청량산의 풍광을 뛰어나게 하는 구성 요소이자 또한 뛰어난 조망처다. 좋은 조망점이란, 조금 과장하면 '좋은 경치'의 거의 모두다. 6·6봉 외에도 8대라는 조망점을 가진 청량산은 그러므로 옛적부터 명산으로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방으로 포장도로가 이어진 지금도 어딘가 오지스러운 분위기가 풀풀 풍기는 곳인 봉화 땅에서도 남동쪽 깊은 곳에 숨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천 년 세월 전인 신라 때부터 사람들이 찾아갔던 것은 그만큼 이 산의 경개가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신라 명필 김생, 최치원, 이황, 주세붕 등 역사에 이름이 전하는 많은 인물들이 이 산을 탐승했다.

미로와 같은 계곡이 수십 가닥이고 입구만 틀어막으면 곧 천연요새일 청량산은 피신처로도 적격이었는지,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 때 이 산중으로 피해 들어온 적이 있다. 공민왕은 청량사 법당 유리보전(琉璃寶殿)의 현판 글씨를 자신이 청량산을 찾았던 흔적으로 남겼다.

한때 청량산에는 무려 27개나 되는 사암이 들어앉았다고 한다. 청량산과의 첫 대면에서는 차마 그 말을 믿기 어렵다. 사방에 보이는 것은 몽땅 암봉이며 하나같이 수직으로 깎아질러서, 청량사와 응진전 두 사암이 자리 잡은 것만도 용해 보인다. 어디 절이 앉기는커녕 사람이 걸어 오를 틈새나마 있을까 싶다. 그러나 그 층암절벽들 사이로 교묘하게 길이 여러 가닥 열려 있다.

봉화 토박이 문재원씨가 추천한 '입석대~하늘다리~청량폭포' 코스는 산속에서만 걷는 거리가 약 7㎞며 입구 광석리의 관리사무소(주차장)→입석대 4㎞, 청량폭포→관리사무소(주차장) 2㎞를 포함하면 약 13㎞에 5~6시간 걸린다(난이도 ★★★). 평일이면 머리 쓸 것 없이, 유유자적 봉우리마다 배낭 풀어놓고 경개 감상하며 걸어도 겨울 하루해로 넉넉한 산이다. 11월 중순 지나며 청량산은 화려한 단풍 옷을 벗는다. 그러나 청량산의 멋은 어디까지나 청량사와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내뿜는 수승한 기운에 있다.


여·행·수·첩

■ 산행안내

청량산 최단거리 코스:
선학정→청량사→뒤실고개→하늘다리→장인봉→두들마→청량폭포 : 산중 거리 약 5㎞에 관리사무소→선학정 3㎞, 청량폭포→관리사무소 2㎞를 합하면 약 10㎞에 4~5시간 소요(난이도 ★★). 청량산 맞은편의 축융봉은 11월 15일~5월 15일 입산통제다.

◆주의점:
추운 겨울날 길이 가파른 청량산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낙엽 밑에 숨은 빙판이다. 아래가 까마득한 절벽인데도 난간 시설이 되어 있지 않은 위험천만한 지점이 여럿이므로 실족하지 않도록 주의를 거듭해야 한다.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에서 더 위험한 법이다. 그리고 장갑을 잊지 말 것. 연이어지는 계단길을 무난히 지나려면 차디찬 쇠난간을 줄곧 잡아야 한다. 등산용 스틱은 외려 거추장스러운 산이다.

◆참고:
①청량정사 옆에 있는 산꾼의집(054-672-8516)에선 지나는 이들에게 무료로 차 대접하기를 즐기는 이대실씨가 상주한다. ②관리사무소~입석대 간 도로변에 주차장들이 있으나 주말 아침은 이른 시간에 올라가지 않으면 자리를 차지하기 어렵다. 입구에서 관리요원들이 차량 상황에 따라 통제한다. 입장료나 주차료는 받지 않는다. 청량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 (054)679-6653


■ 가는길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안동을 기점으로 삼는 것이 더 가깝고 편리하다.

동서울터미널~안동:
오전 6시~저녁 8시 반까지 20분 간격으로 버스 운행. 2시간 50분.

안동→청량산:
1일 5회(05:50 08:50 11:50 14:50 17:50) 운행하며 50분 소요. 안동시외버스터미널 입구 오른편의 버스정류소에서 67번 좌석을 타면 된다. 청량산이 종점이다. 이 버스가 다시 안동으로 되돌아 나오며 06:50, 10:20, 13:20, 16:20, 18:40에 출발.


■ 숙소

청량산관리사무소 근처에 식당 겸 민박이 여럿 있다. 청량산쉼터민박(673-2694), 청량산맛고을식당(673-8854), 다래식당민박(673-9005), 대진마트·민박(673-4179), 까치소리식당·민박(673-9777), 그루터기식당·민박(673-5450). 청량산폭포 앞에 청량산폭포슈퍼민박(672-1488), 입석대 위 300m 지점의 고갯마루에 널찍한 마당을 가진 청량산휴게소민박(672-1447)이 있다.


■ 강추

안동호반자연휴양림
: 안동호 안으로 반도처럼 뻗은 순한 야산자락에 조성된 한옥식 자연휴양림으로 올해 초 개장했다. 청량산 입구인 광석리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14㎞쯤 달리면 왼쪽에 휴양림 입구 시설물이 뵌다. 매월 1일부터 인터넷(huyang.gb.go.kr)으로 다음 달 분 예약이 가능하며, 11월 23일 현재 12월 주말(토요일) 분은 모두 예약이 끝난 상태다. 초가집(사랑채, 외갓집, 처갓집) 10~14인실 7만~9만원, 기와집(종갓집) 18인실 13만원. (054)855-8687

도산온천
: 청량산에서 남쪽 약 10㎞로 산행 후 많은 이들이 찾는다. 도산면 소재지 근처에 있다. 입욕료 4000원. (054)856-1335


■ 맛집

봉성 소나무숯불구이
: 암퇘지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소나무 숯불에 석쇠로 구우면서 소금으로 간을 한다. 기름이 빠진 고기에 솔향기가 스며들어 담백하다. 고려 현종 때부터 이어져 온 요리라 한다. 광석리 청량산관리사무소에서 35번 국도로 북쪽 6.5㎞→918번 지방도로 8㎞ 가면 두리봉식육식당(673-9037), 오시오식당(672-9012) 등 소나무 숯불구이 전문 식당 20여곳이 모여 있는 봉성면 소재지다.

 

 

글·사진=안중국 월간 山 기자 tksdk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