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는 각종 모임과 회식으로 직장인의 간이 쉴 틈이 없다. 연말 모임에서 절주(節酒)를 실천하기는 어렵다.
소극적으로 건강을 위한다면 음주 후 숙취 해소 음료를 마시는 정도인데 요즘 헛개나무 음료에 대한 관심이 높다. 광고 내용으로는 과음해도 헛개나무 추출물을 포함한 음료를 마시면 숙취를 해소하는 건 물론 간장도 보호할 수 있을 듯하다. 헛개나무의 숙취 해소 효능은 오래전부터 알려졌다. 청나라 오의락(吳儀洛)이 편찬한 ‘본초종신(本草從新)’은 헛개나무가 과음으로 인해 손발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의 답답한 상태를 해소하며, 주독을 푼다고 소개했다. 또 원나라 때 나온 의학서도 음주 후 땀을 내려면 헛개나무가 칡보다 더 좋다고 말한다.
과음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 원칙은 땀을 내고 소변을 원활하게 보는 것이다. 헛개나무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속이 찬 사람(비위허한자·脾胃虛寒者)은 헛개나무의 효능에 주의하라고 경고한다.
‘약은 곧 독이다(약즉독·藥則毒)’라는 말이 있다. 기운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약은 몸의 불균형 상태를 바로잡기 위해 일시적으로 사용해야지 습관적으로 장복해서는 안 된다. 항상 과음을 일삼으면서 헛개나무를 함유한 숙취 해소 음료를 습관적으로 마시면 과음에 의해서만 아니라 헛개나무에 의해서도 몸이 피폐해질 수 있다.
한의학의 고전 황제내경(黃帝內經) 상고천진론(上古天眞論) 편은 절제를 강조한다. 술을 물같이 마시고, 음식에 절도가 없으며, 취한 상태에서 성욕에 이끌려 부부관계를 일삼으면 생명의 진기가 소모돼 장수할 수 없고 조로(早老)를 재촉한다는 것이다.
과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음식이든 약이든 과하면 건강에 해가 된다. 숙취 해소 음료도 마찬가지다. 이런 음료의 효능은 과음 후 따뜻하고 매콤한 콩나물 해장국이나 북엇국, 육개장 등을 먹어 차가운 속을 달래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올 연말도 각종 건배사가 신조어처럼 쏟아지고 있다. 또 술잔 돌려 마시는 풍습이 여전한 데다 숙취 해소 음료의 광고도 유난히 연말에 집중되고 있다. 음주가 불가피한 자리에서는 절주로 대처해야 한다. 그 다음 날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습관적으로 마시는 숙취 해소 음료의 반짝 효과를 기대해선 안 된다. 그것이 언젠가 독으로 쌓여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송호섭 대한한의사협회 학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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