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맛집

가공식품의 무서운 역습: 보툴리누스 독소

부산갈매기88 2009. 5. 5. 08:33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 중 보툴리누스균은 매우 위험한 세균이다. 보툴리누스는 라틴어로 ‘소시지’라는 뜻으로 서양에서 이 균은 햄이나 소시지에 의해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으로 두려움의 대상이다. 이 독성의 강도는 청산가리의 20만 배에 해당된다고 한다.

 

이 균은 산소가 없는 상태를 좋아하는 혐기성 세균으로 레토르트 식품(가열한 살균 식품을 내열 플라스틱에 밀봉한 것)이나 통조림, 병조림과 같은 밀폐 용기의 내부에 쉽게 발생한다. 또한 산소가 있는 곳에서는 아포(단단한 껍질과 같은 구조체)를 만들어 놓았다가 산소가 없으지면 발아해 증식을 시작한다. 이 균의 아포가 있는 돼지의 창자나 소시지를 만들면, 소시지를 넣은 창자 안에서 독소를 만들어 그것을 먹은 사람이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이다.

 

보툴리누스 독소는 열에 약해 100℃ 물에 1~2분 정도 가열하면 불활성화된다. 그러나 아포는 열에 강해 이를 완전히 없애려면 100℃에서 약 6분 이상 가열해야 한다.

 

이 균이 만드는 독소는 신경 독으로 신경세포에 침투하면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분비되지 않는다. 초기 증상은 구역질과 구토 등의 위장장애가 나타나지만, 점차로 혀가 꼬이고 시력장애를 일으키며 음식물을 삼키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증 신경 증상이 나타난다. 중증인 경우 팔다리 근육이 마비되고, 호흡곤란에 빠져 죽게 된다.

 

영유아에게 특이하게 발생하는 ‘유아 보툴리누스증’이라는 병이 있다. 만 한 살 미만인 영유아에게 벌꿀을 주면 안 되는데, 이는 벌꿀에 보툴리누스균의 아포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성인의 경우 소량의 보툴리누스균 아포가 소화관에 들어가도 장내 세균총이 있으므로 아포가 발아할 수 없다. 하지만, 장내 세균총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영유아의 장 속은 혐기 상태이므로 아포가 발아. 증식해 독소를 만들 수 있다. 이로 인해 보툴리누스 중독에 걸리게 된다.

 

이처럼 몹시 두려운 보툴리누스균이지만, 최근에 뇌졸중 후 몸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 보툴리누스 독소를 이용한 치료법이 보급 중에 있다. 살균 처리한 소량의 A형 보툴리누스 독소에는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억제해 적절하게 근육을 이완시키는 작용이 있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 뇌졸중으로 인한 과도한 근육 긴장을 이완시키는 데 사용된다.

 

 

다나카 마찌 <약이 되는 독, 독이 되는 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