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맛집

즐겨 먹는 야채에도 독이 있다?

부산갈매기88 2009. 5. 7. 07:11

우리들이 즐겨먹는 야채 중에도 제대로 조리하지 않으면 독이 되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감자를 조리할 때 싹이 난 부위는 도려내라고 하는데, 이는 감자의 싹과 껍질에 솔라닌이라는 알칼로이드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솔라닌을 많이 먹으면 구토와 설사가 나고, 심한 경우 호흡곤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감자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감자에는 무게 당 약 0.02%의 솔라닌이 들어 있으며, 솔라닌의 치사량은 체중 1kg 당 200mg이라고 한다. 즉 체중 50kg의 사람이라면 10kg 정도의 감자를 먹어야 죽는다는 계산이다.

 

그렇지만, 1969년 런던의 한 초등학교 급식에서 나온, 오래된 감자를 먹은 학생들 중 78명이 쓰러져 17명이 입원하고 3명은 중증이었던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한국전쟁 때 오래된 감자를 먹은 북한 주민들 다수가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다.

 

감자 외에 잘못 조리하면 독이 되는 나물로는 고사리가 있다. 고사리에는 프타퀼로사이드라는 알칼로이드가 들어 있다. 프타퀼로사이드에 열을 가하거나 약알칼리성으로 만들면 제논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DNA 속의 구아닌과 결합하면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세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사리가 자생하는 목장에서 방목하는 소의 방광에는 종양이 잘 생긴다는 보고도 있다.

 

그렇다면 고사리를 먹어서는 안 되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예로부터 고사리를 조리할 때에는 충분히 물에 담가 떫은맛을 우려낸 후 요리를 해 왔다. 떫은맛을 우려내면 제논이 물과 반응해 프테로신이라는 물질로 바뀌면서 구아닌과 결합하지 않으며, 동시에 발암성도 사라진다. 전통적인 조리법의 대부분은 이처럼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머위의 어린 꽃줄기에는 간장 장애를 일으키는 피롤리딘 계열의 알칼로이드가 들어 있지만, 이 역시 수용성이므로 고사리와 마찬가지로 물에 담가 충분히 떫은맛을 우려내면 독성분 중 대부분이 없어진다.

 

매실의 경우, 예로부터 풋 매실을 날 것으로 먹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매실에 함유되어 있는 아미그달린이라는 청산배당체와 엠루신이라는 효소 때문이다. 청산배당체란 효소의 분해에 의해 시안화가스(청산가스)를 배출하는 물질이다. 최근에는 아미그달린에 항암작용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과학적인 근거가 희박하며, 오히려 아미그달린이 들어간 건강식품을 많이 섭취해 건강상에 피해를 입은 사례가 더 많이 보고되고 있다.

 

청산은 세포 속 미트콘드리아에 있는 헴철에 산소를 운반하는 효소와 결합함으로써 세포 호흡을 방해한다. 심한 경우에는 경련을 일으켜 호흡이 정지해 죽은 경우가 있다. 그러나 청매의 치사량은 어린아이의 경우 100개 정도이므로 실수로 몇 개 먹었다고 해서 죽지는 않는다. 또한 익은 매실이나, 가열하거나 알코올을 넣거나(매실주), 말리면(매실 장아찌) 아미그달린이 분해되므로 독성도 사라진다.

 

아미그달린은 살구 씨나 복숭아 씨, 비파나무 씨에도 들어 있다. 기침을 멎게 하는데 효과가 있는 행인수는 살구 씨로 만드는데, 이 행인수도 너무 많이 마시지 않는 한 청산 중독에 걸릴 위험은 없다.

 

 

다나까 마찌 <약이 되는 독, 독이 되는 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