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맛집

너의 딸기가 되고 싶어

부산갈매기88 2011. 3. 2. 09:48

이 작은 한 몸, 당신의 혀끝에서 으깨져도 좋아
당신을 붉게 물들인다면 당신이 봄을 맛본다면…

딸기. 이 두 글자를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입 안엔 침이 고인다. 꼭지부터 주변 과육까지 부끄러움으로 새빨갛게 몸을 물들인 과일. 깨물면 달콤한 즙이 흥건하고 속살은 뜻밖에도 설탕처럼 하얗다. 예부터 딸기의 제철은 3월부터 6월까지라고들 했다.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 과일이지만 이 시기가 되면 딸기향은 유난히 간드러진다. 꼭지에 달린 잎은 진한 초록빛이 되고 표면엔 반지르르 윤기가 돈다. 흐르는 물에 씻어 깨물면 그만이겠지만 이 탐스러운 과육을 제대로 즐기는 법은 역시나 끝이 없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백대진 조리장과 찾아본 딸기의 유혹을 온전히 즐기는 법, 그 10가지 이야기.

사진=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canyou@chosun.com

#1 '아찔한 유혹' 소금

흔히들 딸기를 소금물로 씻으라고들 한다. 짠맛을 더하면 오히려 단맛이 솟구치듯 강렬해진다는 것. 맞는 말이지만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소금물로 딸기를 씻으면 오히려 농약이 침투할 수 있다고. 깨끗이 씻은 딸기 위에 소금을 가볍게 뿌리는 정도로 만족하자.

#2 '잘못된 만남' 설탕

잘못된 만남. 설탕은 딸기의 향과 비타민 C를 파괴한다. 설탕이 몸속에서 분해될 때 딸기에 들어 있는 사과산, 시트르산, 비타민 B₁도 함께 소모시킨다. 설탕보단 꿀을 택할 것.

#3 '은밀한 애인' 식초

딸기의 은밀한 애인. 발사믹 식초, 레몬 식초, 레드 와인 식초 등을 딸기 위에 가볍게 흩뿌리면 맛이 한층 더 농염해진다.

#4 '色의 동반자' 레몬

맛은 물론 딸기의 빛깔을 생생하게 만드는 과일. 잼을 만들 때 레몬즙 1큰술을 넣으면 색이 눈이 시리게 고와진다. 자몽도 딸기와 어울린다. 자몽의 쓴맛과 신맛이 딸기의 단맛과 만나면 황홀한 하모니가 된다. 돌나물처럼 쓴맛과 신맛이 섞인 봄철 나물을 딸기와 먹는 것도 괜찮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함께 입 안에 넣고 씹으면 저절로 눈이 감긴다.

#5 '숨겨둔 정부' 두부

두부도 그녀의 숨겨둔 정부(情夫)다. 두부와 과연 조화롭게 어우러질까 싶지만 두부에 플레인 요구르트를 살짝 섞고 소금을 약간 첨가해 딸기에 곁들여 먹으면 생크림만큼이나 그럴듯한 맛 궁합을 자랑한다.

#6 '뽀얀 모성애' 우유

딸기와 우유는 만나면 체내 흡수율이 놀랍도록 빨라진다. 딸기의 시트르산이 우유의 칼슘 흡수를, 비타민 C는 철분 흡수를 도와준다.

#7 '건강 도우미' 치즈

바람난 딸기의 모자람을 채워줄 상대. 치즈의 단백질과 딸기의 비타민 C가 만나면 영양학적으로도 균형을 찾는다. 생딸기에 크림치즈를 바른 토스트나 슬라이스 치즈를 곁들일 것.

#8 '위험한 남자' 술

술에 포함된 알코올 성분은 비타민 B를 파괴한다. 소주에 딸기를 넣어 술을 담가 먹기도 하는데, 맛과 향은 좋을지 몰라도 딸기를 온전히 즐기기엔 부족한 방법이다.

#9 '단맛의 조련사' 추위와 건조

예민한 딸기의 속내. 씻을 땐 맛과 비타민 C가 손실되지 않도록 꼭지째 흐르는 물에 가볍게 흔들어 헹군다. 단 30초 이상 물에 두지 말 것. 딸기의 영양소가 녹아 사라진다. 딸기는 얼려도 말려도 맛있다. 잘 드는 과일용 칼 끝으로 딸기 꼭지를 떼고 세로로 4등분해 냉동 팩에 넣고 얼리면 그대로 천연 아이스크림이다. 가로로 둥글게 잘라 채반에 널어놓고 그늘에 말리거나 건조기에 넣어두면 훌륭한 과자가 된다.

#10 '질투의 화신' 길들이려면

질투가 심한 과일. 서로 가깝게 놔두면 몸이 부딪히며 서로를 멍들고 상하게 한다. 씻어서 두거나, 비닐봉지 안에 넣어둬도 쉽게 무른다. 체 위에 간격을 두고 정렬해 랩에 씌워 냉장고에 놔두면 좀 더 오래 즐길 수 있다.

 

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