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 만물박사

"나이 들면 주책"...과학적인 근거 있다

부산갈매기88 2011. 4. 22. 15:40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기억력 감퇴나 집중력 저하가 ‘머릿속에 너무 많은 것을 담아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도 단순히 뇌기능 자체가 저하돼서라기보다는 불필요한 잔상(殘像)이 오랫동안 뇌에 남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장년층의 일시적 기억상실증/출처=조선일보DB

캐나다 몬트리올의 콘코디아 대학 연구진은 최근 계간(季刊) 실험심리학 저널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나이가 들수록 과거의 정보를 머릿속에서 지우는 데 더 어려움을 겪으며, 이것이 ‘작동기억’에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작동기억(working memory)’은 어떠한 하나의 사안에 대한 계산이나 이해 과정에 사용되는 기억 능력으로, ‘장기기억’과 대비되는 용어다.

조사에 따르면, 연구진은 실험 대상자들을 평균 연령 23세의 ‘저연령 그룹’과 67세의 ‘고연령 그룹’으로 나눴다. 그런 다음 첫 실험에서 연구진은 여러 개의 문장을 제시하고 각각의 문장이 말이 되는지와 마지막 단어가 무엇이었는지를 답하게 했다. 이 실험에서 저연령 그룹은 고연령 그룹보다 더 높은 성적을 올렸다.

이어서 연구진은 고연령 그룹의 기억을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이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두 번째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동물 사진 8개를 연속으로 보여주고 그 순서를 기억하게 했다. 그런 다음 수십여장의 동물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전에 기억했던 첫 번째 동물이 등장하면 클릭을 하게 하고, 이어서 두 번째 동물이 등장하면 클릭하게 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 결과, 고연령 그룹은 방금 본 그림을 기억에서 지우지 못해 작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고연령자들의 기억은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이것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이런 현상은 밤을 꼬박 지새우고 난 젊은이들에게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작동기억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우는 ‘심리적 대청소’가 필요하며, 외국어나 악기를 배우는 것이 이런 심리적 대청소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흔히 ‘나이가 들면 주책’이라고 하는 현상에 대한 원인도 밝혀졌다.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억제력이 떨어지며, 이 때문에 당황스런 생각을 머릿속에만 묶어두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꿔말하면 “무엇이든 노골적으로 함부로 말하는 노인의 경우, 그들이 무례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대로 움직이는’ 혀를 붙잡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장상진 기자 jh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