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30도를 넘는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9일 제주시는 이미 29.8도를 기록했다.
날이 더워지면 음식이 상한다. 영국에서만 한해 830만톤의 음식이 버려진다는 통계가 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있는 스트라스클라이드 대학의 앤드류 밀스(Mills) 교수진은 더운 날씨 속에 음식의 신선도를 알려주는 포장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명 스마트 플라스틱이다.
스마트 플라스틱은 음식을 감싼 포장 용기가 훼손되거나 신선도가 일정 이상 사라져 조만간 상할 것 같으면 색의 변화로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
이미 스마트 플라스틱과 유사한 기능의 포장 기술이 있지만, 문제는 가격이 너무 비싸 일반 음식 포장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스코틀랜드 정부는 밀스 교수팀에 32만5000파운드(약 5억76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 해결책을 모색해왔다.
밀스 교수팀은 이미 보유한 스마트 잉크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잉크는 자외선 같은 햇빛에 닿으면 색상이 변하는 잉크다. 스마트 잉크를 활용해 음식을 상하게 하는 특정 미생물이 닿으면 포장 용기의 색상이 변해 포장 용기를 뜯지 않고도 내부 음식물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아예 음식물이 상하지 않도록 포장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우유, 두유, 주스 등을 생산지에서 소비자에 배달할 때 '냉장유통(cold chain)'을 사용하면 음식물이 부패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문제는 비용이다.
만일 냉장유통 없이 포장만으로 음식물 부패를 막을 수 있다면 음료수 업체에겐 원가 절감에 큰 보탬이 된다.
음식을 상하게 하는 바이러스·균은 원래 음식 자체에 포함돼 있든지 포장 용기를 뚫고 외부에서 오든지 둘 중 하나이다. 따라서 음식을 무균 처리하고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겹겹이 포장하면 냉장유통 없이도 오랫동안 음식을 보관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포장을 무균 포장이라 부른다.
스웨덴 기업 테트라팩(TetraPak)은 점유율 80%로 무균포장 세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음식을 살균처리하고 6겹 포장의 테트라팩으로 감싸면 유통기한이 대폭 늘어난다. 6겹 포장이 음식물이나 향기가 외부로 유출되지 못하도록 하면서 외부의 이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막는다.
포장의 미학(美學)은 비용은 적게 들면서 내용물은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있다. 테트라팩이 8겹이나, 7겹이 아닌 6겹을 사용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 때문이다. 하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5겹으로 줄이면 외부의 습도와 미생물은 막지만, 산소, 자외선 등이 들어올 가능성이 커진다.
산소, 자외선은 자체로는 음식물에 유해하지 않지만, 음식물의 손상을 촉진할 수 있다. 산소는 음식물과 산화 작용을 일으키고, 자외선은 음식물 영양소를 파괴한다. 광동제약의 비타500이 투명하지 않고 갈색 병에 담긴 이유도 그 때문이다.
어떤 형태로 포장하는지도 중요하다. 포장지가 줄려면 표면적이 적어야 한다. 동일한 부피당 표면적이 적은 입체는 구(球)이다. 하지만 둥근 구는 배달 과정이 용이하지 않다. 또한 구 형태로 내용물을 포장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차선책으로 선호하는 입체는 사면체(tetrahedron)이다. 김진호 테트라팩 이사는 "사면체가 포장 비용과 운송 편의성을 모두 고려한 최적의 형태"라며 "서울우유의 커피우유가 사면체인 것도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조호진 기자 superstor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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