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납독이 로마를 멸망시켰다?

부산갈매기88 2009. 5. 16. 14:44

납은 몸속에 축적되어 중독을 일으키는 위험한 물질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납은 아연이나 철, 망간 등과 함께 인체의 미량 필수 원소 중의 하나다.

 

납은 성장 유지와 혈액 생산, 생식활동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소량의 납은 대기나 음료수, 음식물 등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고, 그 대부분이 소변이나 땀, 모발 등을 통해 배출되어 건강을 해치는 일은 없다. 납의 섭취량은 하루 약 300마이크로그램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매일 몇 밀리그램의 납이 몸속에 들어올 경우, 뼈나 장기에 축적되어 몇 주에서 몇 개월에 걸쳐 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납 중독으로 인한 장애는 혈액, 신경계, 평활근 등에 나타나고, 경련성 복통이나 안색이 파랗게 변화는 빈혈증상, 신경장애 등을 일으킨다. 납은 신경 전달 반응을 방해해 뇌와 중추신경의 활동을 저하시키는 작용을 한다.

 

납이 우리 몸속에 들어올 기회는 의외로 많다. 특히 1970년대 중반까지는 자동차의 연료로 유연 휘발유를 사용했기 때문에 배기가스를 통해 지상이나 바다에 쏟아져 내렸던 납으로 인해 야채나 물고기들이 오염되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고대에도 납으로 인한 피해는 있었다. 로마제국은 잘 정비된 상수도 시설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 배수관에 납이 사용되었다. 그로 인해 생활하는데 쓰는 물에 납이 녹아나왔다. 또한 술 용기의 대부분이 납으로 만든 것이었고, 와인이나 시럽도 납 제품의 용기에 저장했으며, 황제는 납으로 만든 잔으로 와인을 마셨다.

 

일설에 의하면, 일부 로마황제들이 이상한 행동을 보인 것은 남으로 인한 중독 증상 때문이며 로마제국이 멸망한 것 역시 많은 로마시민들이 납 중독으로 인해 정신장애를 겪고, 이것이 타락과 퇴폐를 부채질해 멸망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일본에서는 에도시대에서 메이지 시대에 걸쳐 사용되던 백분에도 납이 들어간 연백이라는 안료가 사용되었다. 따라서 날마다 백분을 사용하는 게이샤(일본 기생)나 배우와 같은 사람들은 납 중독에 걸려 목숨을 잃은 경우가 많았다. 마찬가지로 중세 유럽에서도 납이 들어간 백분을 사용했는데, 이로 인한 납 중독으로 기미가 생겨서 이를 감추기 위해 얼굴에 그려 붙이는 점이 발달했다고 한다.

 

납으로 인한 피해는 사람에게서 그치지 않고, 납은 가공하기 쉽고 무어워서 위력이 있었기에 라이플총이나 산탄총의 탄환으로 이용되었다. 홋카이도에서는 1990년대 납 탄환에 맞은 사슴을 먹은 참수리나 흰꼬리수리가 납 중독으로 죽는 사례가 때때로 보고되었다.

 

 

다나까 마찌 <약이 되는 독, 독이 되는 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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