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 만물박사

밴댕이 소갈머리?

부산갈매기88 2011. 6. 1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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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테마여행] <13> 밴댕이

 

흔히 속이 좁고 너그럽지 못한 사람, 편협하고 쉽게 토라지는 사람을 일컬어 '밴댕이 소갈머리 같다'고 한다.


밴댕이는
청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다 자라면 몸길이가 15㎝ 정도 된다. 등에는 푸른 빛이 돌고 옆구리와 배는 은백색을 띠고 있다. 다른 바닷물고기와 달리 속이 좁아 내장이 있는 듯 없는 듯하다.

보리 익을 무렵 맛 절정
경상도 '띠포리'로 불러

성질 급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생선이다. 그물이나 낚시에 걸리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몸을 비틀며 올라와서는 파르르 떨다가 바로 죽어버린다. 오죽하면 '성질 급한 밴댕이는 화나면 속이 녹아 죽는다'는 말까지 있을까.

반면에 사람의 좁고 얕은 마음은 방촌(方寸)이라 한다. 방촌지지(方寸之地)의 준말로 사방 한 치(3.03cm)의 우표 딱지만한 크기를 일컫는다. 촌지(寸志)를 주었다고 할 때의 촌지란 방촌지지, 즉 우표 딱지만한 마음을 가리킨다. 촌심(寸心)과 같은 의미이다. 아주 작은 마음이고 겸양의 표현이다.

마음이란 그 크기와 폭이 때로는 밴댕이 속과 같이 좁다가도, 어느 때는 봉황이 큰 날개를 펴서 바다를 가로질러 날아가듯 만물을 감싸 안을 수 있을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이처럼 별로 좋지 않은 표현에 인용되는 밴댕이니 그 맛이 오죽할까 싶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겉 다르고 속 다른 게 밴댕이다.

우리 속담에 '오뉴월 밴댕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변변치 못하지만 때를 잘 만났다는 것을 빗댄 말로 음력 5~6월의 밴댕이가 맛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특히 오뉴월 들판의 보리가 누릇누릇 익어갈 무렵의 밴댕이 맛은 농어나 도미 회에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다.

또한
밴댕이젓은 식욕을 잃은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어 주는 데 그만이다. 소금에 잘 삭혀진 밴댕이젓을 파, 마늘, 풋고추, 깨소금 같은 양념을 넣고 버무리면 좋은 밑반찬이 된다. 난중일기에는 이순신 장군이 '밴댕이젓을 전복, 어란(魚卵)과 함께 어머니께 보냈다'는 기록도 있다.

통영, 거제와 같은 경상도에서는 밴댕이를 '띠포리'라고 부르는데,
멸치처럼 말려서 국물을 우려내 요리할 때 요긴하게 쓰인다. 칼국수, 우동, 국수 등의 깔끔하고 시원한 육수를 낼 때나 격이 높은 국물 요리에 감초처럼 들어간다. 된장국에 넣어 먹으면 멸치보다 국물 맛이 뛰어나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