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펠러·카네기에 이어 미국 역사상 세 번째 부자였던 철도왕 밴더빌트가 1877년 죽었을 때 그가 남긴 재산은 1억달러였다. 당시 미국 국립은행들의 총 예금액 8억3400만달러의 10%를 넘는 액수였다. 밴더빌트가 죽은 지 100년쯤 된 1973년 그가 세운 밴더빌트대에 후손 120명이 모였다. 그중에 재산이 100만달러가 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집안의 자랑이었던 뉴욕 그랜드센트럴역도 은행에 넘어간 지 오래였다.
▶카네기는 죽으면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명예로운 이름을 남겼다. 록펠러는 자식들에게 부(富)를 관리하는 법을 철저히 가르쳤다. 그러나 밴더빌트의 손자는 "돈이 많으니 애써 찾거나 구해야 할 것이 없었다. 물려받은 재산은 행복 추구를 막는 방해물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홍콩 영화배우 성룡은 3년 전 3400억원 전 재산을 사회에 돌려주겠다고 선언하면서 말했다. "아들이 유능하면 유산이 필요 없을 테고, 거꾸로 무능하면 탕진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현명한 부자들은 자식에게 돈이 아니라 돈을 벌고 지키는 법을 물려준다. 석유왕 폴 게티는 아버지 회사에서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하루 12시간 일하고 3달러 받는 것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은 아들이 농장을 하겠다고 하자 수익을 절반씩 나눈다는 계약을 하고서야 땅 살 돈을 대줬다.
▶세계 두 번째 부자 빌 게이츠가 그제 영국 신문 인터뷰에서 "아이들에게 재산의 극히 일부만 물려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열다섯 살, 열두 살, 아홉 살 된 삼남매를 뒀다. 그는 전에도 "한 아이에 1000만달러씩만 상속하겠다"고 했었다. 서민들 눈에 1000만달러는 어마어마한 유산이다. 그러나 게이츠의 재산이 560억달러(60조6000억원)이니 그중에 0.018%씩만 주겠다는 얘기다. 대신 그는 "아이들이 엄청나게 좋은 교육을 받게 하겠다"고 했다.
▶게이츠는 3년 전 "아이들 용돈을 일주일에 1달러씩만 준다"고 밝혔다. 그리곤 아이들이 집안일을 할 때마다 용돈을 조금씩 더 준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 친구가 모두 휴대전화를 가졌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들에게 휴대전화를 사주지 않았다. "물건을 쉽게 손에 넣다 보면 세상을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리기 쉽다"고 했다. 이런 집안이라면 100년 후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김태익 논설위원 ti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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