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맛집

참치회! 바다의 고소함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참치회 A에서 Z까지

부산갈매기88 2011. 6. 23. 12:20

요즘 시내를 걷다보면 '참치 전문점'이란 타이틀을 건 음식점을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무한리필', 이런 유의 홍보문구를 단 곳도 많고요.

참치, 이거 보통의 서민으로선 먹고자 엄두를 내기 어려운 엄청 비싼 음식이라 생각했는데, 의외입니다. 더군다나 최근 참치의 국제가격이 엄청 뛰었다는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참치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 손가락 두 마디쯤의
뱃살 회 한 점에 수만 원씩 한다면서도, 또 어떤 것은 원하는대로 양껏 주겠다고 하니,

도대체 모를 일입니다. 참치, 정확히는 참치회의 'A에서 Z까지'를 알고 싶어졌습니다. 가능하다면 회로 가능한 모든 부위를 맛보고 싶다, 그런 난감한 욕망까지 일었습니다.

참다랑어 마리당 1억~2억 귀하신 몸
고급 일식집선 눈다랑어 많이 써

뱃살중에서도
가슴 쪽 살 최고 육질
코, 볼, 아가미살까지 골라먹는 재미
수정체 잘게 썬 참치눈물주 '묘한 맛'

부산 서구 암남동에 동영콜드프라자가 있습니다. 참치 제품으로 유명한 동원산업㈜이 운영하는
냉동창고입니다. 참치 단일 품목으로는 국내 최대의 가공 시설이 있습니다. 지난 20일 여기를 찾았더랬습니다. 해외영업팀 강민수 대리가 이곳저곳을 안내해 줬습니다. 먼저 데려간 곳은 1만 2천여t 규모의 참치 전용 초저온 창고. 어획한 참치를 영하 60도에서 급속 동결해 보관하는 곳입니다. 여기에 있는 놈들을 종류와 부위에 따라 횟감용, 덮밥용, 구이용 등으로 나눠 가공한다 했습니다.

참치(부산에선 '마구로'라는 일본말로도 잘 통합니다)는 다랑어와 새치를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다랑어만 해도 참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 날개다랑어, 가다랑어, 그렇습니다. 새치류는 황새치, 청새치, 백새치, 흑새치, 돛새치 등이 있습니다. 이 중 횟감용으론 참다랑어를 최고로 꼽습니다. 하지만 워낙 귀해 어떤 것은 마리당 1억~2억 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눈다랑어('빅 아이'라고도 부릅니다)는 그 다음
레벨인데, 고급 일식집에서 보통 내놓는 참치입니다. 눈이 유난히 큽니다. 그 밖엔 횟감으론 질이 떨어집니다. 새치류 중에는 황새치의 뱃살이 알아줍니다. 그 밖에 다른 새치류의 회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값도 싸다 합니다.

동원산업의 가공공장에서도 역시 눈다랑어가 가장 많이 눈에 띕니다. 어른 키만 한, 무게 80~100㎏의 거대한 냉동된 놈들을 갈고 자르고 다듬고 포장하고, 그럽니다. 굉장한
소음 속에서 수십 마리가 동시에 처리되는 광경이 장관입니다. 강 대리에게 물었습니다. 참다랑어는 없느냐고. 그가 박스 하나를 가져 왔습니다. 꺼내 보니 참다랑어 뱃살 부위를 냉동한 겁니다. 가로·세로 40㎝, 두께 10㎝ 정도 되는 것이었는데, 이 한 덩어리가 도매로 200만 원 가까이 간다 했습니다. 허, 참! 어쨌거나 그만큼의 가치는 있는 거겠지요.


부산 서면 롯데호텔 인근의 일식집 '요시노스시'(051-808-7774·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525의 2)의 오너셰프 김영길 씨. 30년 가까이 참치 요리에 매진해 온 사람입니다. 그가 참다랑어 대뱃살 부위를 한 편 썰어 보여 줍니다. 마블링이라 하나요? 선홍색 사이로 흰색이 서릿발처럼 고르게 뻗어나가 있는 것이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냉큼 한 입 넣어 봅니다. 고소하고 녹진한 맛이 입안에 환하게 퍼집니다. 명불허전입니다. 참치의 뱃살은 가슴에서 꼬리까지로 보는데, 대뱃살은 그중 가슴 쪽의 살로, 최고급 부위입니다. 육질도 육질이지만 지방 함량이 많습니다.

김 씨는 참치에서 이 지방을 중하게 여깁니다. 참치 특유의 감칠맛(일본말로 우마미라 합니다)은 이 지방에 크게 좌우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일단 참치는 커야 기름기가 촘촘하고 그 속에 이노신산 성분이 많아 우마미가 좋아진다"고 합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치의 참맛을 몰라주는게 안타
까운 사람입니다. 비싸다고만 생각하지 정작 그 가치는 생각 못한다는 겁니다.

"참치, 이거 쇠고기보다 훨씬 훌륭한 고단백 저열량 식품입니다. 그런데도 잘 안 알아줘요. 왜냐? 처음 맛을 잘못 들였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흔히 참치회는 얼어 퍼석한 것을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 먹었지요. 그럼 정작 횟살은 금방 녹아버려 없어지고 양념장 맛만 남는 거에요. 질이 안 좋은 참치나 기름치를 그렇게 먹었던 겁니다. 이젠 우리도 고급 음식은 그에 맞는 대접을 해줘야 해요."

턱! 하고 참치 머리가 조리대 위에 올라옵니다. 커다란 눈알이 번들번들합니다. 눈다랑어 머리입니다. 김 씨가 참치머리 요리를 해 주려는 겁니다. 참치머리 요리는 일본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호응을 받는다고 합니다. 쫄깃하고 꼬득한 맛이 한국인 입맛에 맞다나요. 머리 하나에서 콧살, 정수리살, 볼살, 눈살, 아가미살 등이 나옵니다.

먼저 하얗고 투명한 부위를 내놓습니다. 겨우 한 줌입니다. 콧살! "
콜라겐이 많은데 조심해 드셔!"라고 합니다. 뭔 말인가 했는데, 금방 이유를 알았습니다. 갑자기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이가 얼얼하게 부딪칩니다. 잘못 씹으면 그렇답니다. 그런데 이거, 특이합니다. 차고 딱딱할 뿐 아무 맛이 없습니다. 김 씨는 '무미(無味)의 맛'이랍니다. 희한한 말이나 수긍이 갑니다.

볼살은 콧살에 비해 양이 많고 다소 평범한 맛입니다. 눈살은 발라내기가 힘듭니다. 눈알(안구)을 빼내야 하는데, 웬만한 힘으론 어려워 보입니다. 김씨는 한껏 용을 씁니다. 마침내 파낸 눈알 주위 살들을 손으로 찢어 냅니다. 칼보단 손으로 거칠게 찢어야 맛이 난답니다. 쫄깃한 맛입니다. 눈알을 움직이게 하는 근육 부위이다 보니 육질이 좋은 겁니다. 씹을수록 쇠고기 육회 같은 맛이 납니다.

눈살에 못하지 않은 것이 아가미살입니다. 100㎏짜리 참치 한 마리를 잡아도 반 줌도 안나오는 귀한 겁니다. 역시 '한 맛' 합니다. 솔직히 머리의 다른 부위는 약간 비린 느낌이 있는데, 이건 없습니다. 고소한 맛이 남습니다.

작은 와인잔에 뭔가 담겨 나옵니다. 얼음을 하얗게 갈아 넣은 듯, 셔벗처럼 끈적한 액체인데, 김 씨는 '참치눈물주'라 합니다. 참치 눈알 중 얼어 있는 수정체를 잘게 썰어 소주에 담근 것! 금가루도 살짝 뿌렸습니다. 미끈미끈한 게 약간은 거부감이 들면서도 술이 술처럼 느껴지지 않게 하는 묘한 효과를 보입니다. 콜라겐 성분이 많다는데, '
건강하게 오래 살아 자주 들러 달라'는 뜻을 담고 있답니다. 그러나 쉽게 접근하긴 어려운 맛입니다.

이렇게 머리 부위로만 한 접시 차려 내면 15만 원 정도 받는답니다. 참다랑어 대뱃살까지 곁들이면 그 값은 크게 뛰겠지요? 비쌉니다. 그러나 세상에 이런 고품격 음식도 가끔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사람 사는 모습은 이리저리 다양해야 하는 법입니다. 김 씨는 참치가 '회 요리의 종착지'라 말합니다. "맛이 워낙 진하기 때문에 돔이나 광어는 여기에 비하면 싱겁다"는 겁니다. 그의 생각이나 먹어보니 수긍 못할 바는 아니라 여겨집니다.

그런데 김 씨는 참치는 회 자체보다 회초밥, 즉 스시로 먹을 때 참맛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세계에 널리 인정받은 것은 일본의 회 요리가 아니라 스시"라는 게 그의 지론인데, 초밥이 회의 맛을 극대화한다는 것입니다. "일본 초밥은 식초, 설탕, 소금, 거기에 다시마, 레몬즙 같은 것을 넣는데, 그런 밥에는 뭘 얹어도 '화(和)'가 잘 됩니다. 날것으로나, 굽거나, 튀기거나, 삶거나, 숙성시키거나 뭐든 올리는 생선이 더 깊은 맛을 내 잘 어울리게 합니다. 참치도 마찬가집니다. 회초밥으로 먹을 때 참치의 감칠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의 참치 스시 중 대뱃살에 칼집을 낸 뒤 윗부분을 센 불로 구운 게 특이합니다. 겉만 약간 노르스름해질 정도로 구워지고 안은 생살 그대로인데, 그 풍미가 전에 경험치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김 씨가 묻습니다. "어때요? 바다가 가지고 있는 가장 고소한 맛이 파도처럼 출렁이지 않아요?" 하! 딱 맞는 표현입니다. 파도처럼 출렁이는 바다의 고소한 맛. 행복한 경험이라 하겠습니다. 글=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사진=이재찬 기자 chan@

영상=박정욱·이지은 대학생 인턴 
busan.com

 

                              

  참다랑어의 대뱃살 부위. 선홍색과 흰색이 선명한 마블링이 대단하다. 참치에서 나오는 부위 중 최고급 부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