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일본의 투구꽃 살인사건

부산갈매기88 2009. 5. 20. 14:44

1986년 5월 한 쌍의 부부가 신혼 여행차 일본의 오키나와를 찾았다. 두 사람은 나하의 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신부는 도쿄에서 온 여자 친구들과 함께 이시가키 섬으로 여행을 떠났다. 남편은 일 때문에 아내와 친구들을 배웅한 후 오사카로 돌아왔다.

 

신부와 여자 친구들은 이시가키 섬에 도착해 호텔 체크인을 했다. 그런데, 그 직후 신부가 갑자기 심한 구역질과 구토를 하면서 복통과 팔다리 마비 등을 호소했다. 구급차로 실려가던 중 그녀는 심폐 정지 상태에 빠져 병원에 도착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었다. 해부 결과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그런데 매스컴에서는 이 사건에 강한 의혹을 품었다. 조사 결과, 남편에게는 과거 2명의 아내가 있었고, 둘 다 젊은 나이에 급성 심부전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일 밝혀졌다. 또 아내가 남편이 수령인으로 되어 있는 1억 8500만 엔짜리 생명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부검 결과, 죽은 아내의 혈관에서 투구꽃에 들어있는 유독 성분인 아코니틴이 검출되었다. 지금까지 확실치 않았던 심부전의 원인이 투구꽃 중독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매스컴에서는 일제히 다시 의혹을 제기했고, 마침내 투구꽃 입수 경로까지 밝혀졌다. 경찰은 남편을 횡령 용의라는 다른 죄목으로 체포한 후, 투구꽃 살인의 의혹을 추궁했다. 그리고 그가 고산식물 판매점에서 투구꽃 70포기를 구입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남편은 계속 자신의 알리바이를 주장했다. 투구꽃의 독에는 즉효성이 있으므로 만일 자신이 아내에게 투구꽃의 독을 먹였다면 그 자리에서 아내는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중독 증상이 나타난 것은 자신과 헤어지고 1시간 반 뒤, 비행기로 이시가키 섬에 도착하고 나서부터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아내를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수사가 진전됨에 따라 더욱 흥미진진한 사실들이 밝혀졌다. 사건이 일어나기 2년 전부터 용의자가 맹독을 가진 복섬(참복류)을 업자로부터 대량으로 구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또한 결혼 전에 살던 자신의 아파트에 투구꽃과 복섬, 쥐들 수집한 후, 약국에서 구입한 다양한 약품들을 사용해 독의 추출과 동물실험을 반복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래서 신부의 혈액을 다시 감정한 결과, 예상대로 피 속에서 투구꽃의 아코니틴과 별개로 복어의 독성분인 테트로도톡신 검출되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사실 복어 독인 테트로도톡신과 투구꽃의 아코니틴은 서로 길항작용(두 개의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서로 그 효과를 줄이는 작용)을 한다. 테트로도톡신에는 아코니틴과는 정반대로 신경세포의 나트륨 통로를 차단하는 작용이 있다.

 

때문에 아코니틴과 테트로도톡신을 함께 투여하면 테트로도톡신은 나트륨 통로를 개방하려는 아코니틴의 작용을 방해한다. 따라서 아코니틴이 신경에 미치는 시간이 늦춰진 것이다.

 

실제로 아코니틴과 테트로도톡신의 양을 조절해 아코니틴이 작용하는 시간을 늦추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범인은 그와 같은 적정 배합률을 동물실험을 통해 산출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그 목적은 달성되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메카니즘은 규명되어 1994년 최고재판소는 남편에게 무기징역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은 곧바로 항소했지만 기각되었고 현재는 무기징역이 확정된 상태다.

 

 

다나까 마찌 <약이 되는 독, 독이 되는 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