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개와 '개님'의 차이

부산갈매기88 2011. 8. 9. 08:34

 

[애완견 진료비에 부가세]
아프면 서러워 - 유기견 보호소로 넘기거나 "안락사 시켜달라" 요청
개팔자 상팔자 - 사람용 항암제 맞고, 두달 입원 치료에 1000만원

자영업자인 이모(53)씨는 지난달 24일 일곱 살짜리 애완견(요크셔테리어)이 혼수상태에 빠지자 산소호흡기를 달았다. 병원비가 하루 10만원이 넘는다.

주부 최모(36·서울 잠실동)씨는 애지중지하는 여덟 살 푸들 프리미가 1년 전 자궁암 진단을 받자 각종 검사와 치료에 지금까지 1500만원을 썼다. 지난달 중순쯤부터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항암제도 투여하고 있고, 이달 중에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킬 예정이다. 수술 후 두 달쯤 입원 치료를 받으면 1000만원이 넘는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최씨는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모든 방법을 다 써볼 작정"이라고 했다.

8일 서울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부속 동물병원 대기실은 두 사람처럼 병에 걸린 애완견을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정순욱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병명이라도 알고 싶다며 고액의 검사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반면 서민들은 애완견 치료비가 없어 유기견(버려진 개) 보호소로 넘기거나 안락사를 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달부터 가축이 아닌 동물의 치료비에 10%의 부가가치세가 추가된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유기견 보호소 관계자는 "강아지가 아픈데 치료해줄 형편이 안 된다면서 보호소에서 맡아달라는 요청이 요즘 들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수백만원대의 병원비도 마다하지 않고 대학병원을 찾는 경우와 비교하면 애완견들의 신세가 천지 차이다.

전남 장흥읍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최모(46)씨는 "시골 노인들은 이달부터 오른 몇 천원의 애완견 진료비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안락사를 먼저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김은정 기자 icd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