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불운과 행운은 돌고 도는 것

부산갈매기88 2009. 6. 3. 14:54

랍비가 닭과 개를 데리고 어떤 마을을 향해 가고 있었다.

 

땅거미가 내리자 랍비는 밤을 지낼 곳을 찾았다. 외딴 지역이어서 잠 잘 때가 마땅치 않은 터에 마침 빈집의 헛간 하나가 그의 눈에 띄었다.

 

오늘밤은 여기서 묵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는 헛간에 잠자리를 마련하였다. 아직은 잠자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으므로 그는 등에 불을 켜고 책을 읽으려고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불어와 등불을 꺼뜨렸다. 그는 다시 불을 켜고 책을 읽었지만 또다시 회오리바람이 불어와 등불을 꺼뜨리는 것이었다.

 

“오늘은 운이 나쁘군.‘

 

그는 책 읽기를 포기하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그가 잠을 자는 동안에 늑대 한 마리가 숨어 들어와 그의 닭을 물고 갔다.

 

그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으며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자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자는 그가 머물고 있는 헛간으로 접근하더니 그의 개를 잡아가 버렸다.

 

“이번 여행길은 왜 이렇게 운이 나쁜 거야?”

 

얼마 뒤에 그는 목적했던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마을에 도착해보니 마을이 텅 비어 있었다. 그가 놀라 살펴보니 마을 사람들은 모두 처참하게 죽어 있었다. 전날 밤에 도둑떼가 마을을 습격하여 주민을 모두 살해하고 재산을 빼앗아간 정황이 눈에 띄었다.

 

온몸에 소름이 쭉 끼쳤다. 그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나서 중얼거렸다.

 

“어젯밤에 회오리바람이 불어와 등불이 꺼지지 않았다면 나는 도둑들에게 발견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것을 운이 나빴다고 생각했다. 늑대가 닭을 물어 죽일 때 닭이 울었다면 나는 도둑들에게 발견되었을 것이다. 그때에도 나는 그것을 운이 나빴다고 생각했다. 또 사자가 개를 울어 죽이지 않았다면 도둑들이 마을로 몰려가는 것을 눈치 챈 개가 짖어대어 나는 도둑들에게 발견되었을 것이다. 그때에도 나는 그것을 운이 나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보니 그것들은 모두 불운이 아니라 행운이었다.

 

랍비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이 불운인지 행운인지는 끝까지 보아야 알 수 있다.”

 

 

동화출판사 <행복은 따뜻한 마음에 온다>

'삶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마다 소중한 삶  (0) 2009.06.08
감사가 만드는 기적  (0) 2009.06.05
버큰헤이드호를 기억하라  (0) 2009.06.02
사십년 전의 남편 체온  (0) 2009.05.29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0) 2009.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