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맛집

카사노바가 하루 네 번 챙겨 먹었던 음식?

부산갈매기88 2011. 11. 16. 07:50

[제철 우리맛] 석굴
나폴레옹·비스마르크… 정력적 名士들도 즐겨, 양식·자연산 영양은 비슷 맛은 자연산 못따라와

바람둥이의 대명사 카사노바는 한번에 12개씩 하루 네 번 먹었다. 프랑스 문학가 발자크는 한자리에서 무려 1444개를 먹어치웠다는 기록이 있다. 나폴레옹, 비스마르크도 애호가였다.

정력적 혹은 열정적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이들 명사(名士)들이 하나같이 즐긴 음식은 굴이다. 인간은 매일 아연을 섭취해야 한다. 아연이 부족하면 정자 숫자가 줄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 능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아연은 '섹스 미네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굴은 아연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칼슘, 철분, 인, 구리, 요오드, 마그네슘 등 몸에 이로운 다른 미네랄 성분과 비타민도 많다. 단백질 양은 생선보다 적지만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쇠고기보다 높은, 질 좋은 단백질이다. 그러면서도 열량은 낮으니 현대인에게 꼭 맞는 건강식품이다.

굴은 굳이 건강에 도움되지 않더라도 워낙 맛이 좋아서 먹는 음식이다. 글리신이나 글루타민산 같은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아미노산은 우리 혀에서 '맛있다' '달다'고 느끼는 감칠맛 성분이다.

서양에서는 기원전 1세기부터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굴양식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한국에서는 선사시대 패총(貝塚)에서 가장 많이 출토되는 조개가 굴이다. '동국여지승람'에는 강원도를 뺀 전국 칠십 고을의 토산품으로 굴이 기록됐다. 굴의 아미노산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함량이 크게 늘어난다. 찬바람이 나는 늦가을부터 시작해 겨울이 굴의 제철인 건 그런 까닭에서다.

굴은 30여 가지가 있다. 한국에서는 참굴, 바위굴, 벗굴이 서식한다. 이 중 참굴을 흔히 먹는다. 판매되는 굴은 대개 양식산 참굴이다. 구한말부터 양식을 시작해 지금은 한산도를 중심으로 통영과 거제, 여수 등 남해를 중심으로 양식이 성하다. 자연산 굴은 서해에서 많이 나온다.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가 대표적 산지이다. '서해굴'이라고도, '천북굴'이라고도 부른다.

충남 보령 천북굴단지에 있는 굴구이집들은 자연산 굴(아래)과 양식산 굴 중에서 손님이 원하는 대로 내준다. 양식산이 더 크지만 맛은 자연산을 더 쳐준다.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ho@chosun.com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자연산이건 양식산이건 종류는 참굴로 같다. 자라는 환경에 따라 모양과 맛이 달라진다. 26일부터 장은리 천북굴단지에서 열리는 '보령천북굴축제'(ubtour.go.kr) 추진위원회 이만형, 한상석씨에게 자연산과 양식산 굴의 차이를 들었다. "자연산은 껍데기가 길쭉하고 물결무늬가 있어요. 갯벌 바위에 붙어 살다 보니 밀물과 썰물에 자연적으로 적응한 거죠. 잔잔한 바다에서 지내는 양식산 굴은 동그랗고 물결무늬가 없습니다. 자연산은 하루에 대여섯 시간씩 물이 빠지고 햇볕에 노출되다 보니 크기가 작지요. 1년이면 자연산은 5㎝쯤 자랄까 말까 한 반면, 24시간 바닷물에 잠겨 영양을 섭취하는 양식산은 10㎝나 되지요. 까보면 자연산은 테두리가 누르스름 옅은 색깔이고, 양식산은 짙게 거무스름하죠."

영양 면에선 양식산이나 자연산이나 큰 차이가 없다. 이만형씨는 "천북굴단지에 있는 굴구이집들은 자연산만 팔기에는 양이 적어 양식산도 파는데, 손님들은 씨알 굵은 양식산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맛에서는 자연산을 한 수 위로 친다. 파도에 휩쓸리고 바람과 태양에 노출되기도 하면서 성장은 더디지만 맛과 향이 더 농축됐다. "별도 보고 달도 보고 해도 보면서 자란 자연산 굴 맛을 양식산이 따라올 수 없다."(한상석씨)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