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노인의 등불

부산갈매기88 2011. 11. 28. 07:24

 어느 날, 테레사 수녀는 한 노인의 집을 방문했다. 그러나 그곳은 집이라기보다 움막이라고 해야 좋을 그런 형편없는 곳이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온톤 먼지투성이에 이불이나 옷가지들은 몇 년 전에 빨았는지 알 수조차 없었다. 그런 헛간 같은 방에서 노인은 조금씩 죽어가고 있었다. 테레사 수녀가 노인에게 말했다.
"제가 방을 치워 드리죠."


노인은 대답도 하지 않은채 멀뚱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테레사 수녀는 당장 일을 시작했다. 바닥을 쓸어내고, 먼지를 털어냈다. 옷가지는 빨아 널고, 더러운 곳은 모두 소독했다. 그렇게 청소를 하다 테레사는 구석에서 조그만 등을 하나 발견했다. 먼지에 뒤덮인 낡은 것이었다.
"이 등은 뭐죠?"
"손님이 오면 켜는 등이라오."


테레사는 등을 닦으면서 노인에게 다시 물었다.
"별로 켤 일이 없는 모양이죠?"
"몇 년 동안 한 번도 켜지 않았소. 누가 죽어 가는 늙은이를 만나러 오겠소."


노인은 가족도 없이, 또 찾아오는 사람도 하나없이 그렇게 쓸쓸히 살아왔던 것이다. 노인은 먹을것 보다 사람이 더 그리운듯 했다. 이윽고 테레사가 말했다.
'제가 자주 오겠어요. 그러면 저를 위해 등불을 켜주시겠죠?"
"물론 켜고말고. 오기만 한다면....."


그 후 테레사는 자주 그 노인의 집에 가 봉사활동을 했다. 자신이 가지 못할 때는 동료 수녀를 대신 보냈다. 이제 노인의 방엔 거의 매일 등불이 켜져 있었다. 노인은 더 이상 쓸쓸하지 않았다. 늘 찾아와 집안일도 해주고, 이야기도 해주는 테레사 수녀와 동료 수녀들이 너무도 고마웠다. 그로부터 2년 후 노인은 편안히 죽었다. 노인은 죽으면서, 마침곁에 있던 어떤 수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테레사 수녀에게 전해주구려. 테레사 수녀는 내 인생에 등불을 켜준 사람이라고....."


 

'삶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철수 신드름  (0) 2011.12.01
사람을 보는 아홉가지 지혜  (0) 2011.11.30
욕보다는 선한 말을   (0) 2011.11.25
즐겁게 살기  (0) 2011.11.23
이혼 뒤 가장 좋았던 점은?  (0) 2011.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