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자신에 대한 기대

부산갈매기88 2011. 12. 2. 07:39

어느 날 한 거지가 화실 근처의 길거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한 화가가 그의 창문을 통해 패배감에 젖어 절망의 계곡에 떨어진 그 거지의 얼굴을 모델로 하여 중요한 변화를 주면서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그 변화란, 초점이 없이 허공 중에 박힌 그 거지의 눈을 생기 있고 활기에 넘치는 의욕에 찬 사람의 번쩍이는 눈으로 바꾸어 그린 것입니다. 그리고 그 화가는 또한 맥이 풀린 그 거지의 힘없는 얼굴을 강철같은 굳은 의지의 결단성이 강한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그림이 완성되었을 때, 그 화가는 거지를 불러 자기가 그린 그 그림을 보게 하였습니다.

 

  거지는 그 그림 속의 모델이 바로 자신이란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저게 누구입니까?" 그 거지가 물었을 때 화가는 조용히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여 그를 가리켰습니다. 그 거지는 다시 초상화를 보면서도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의심했습니다. "저 그림의 사람이 바로 저란 말인가요? 저 그림의 사람이 도대체 저일 수가 있을까요?" 거지는 머뭇거리면서 힘없이 물었습니다. 그러자 화가가 대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내가 당신을 보고 그린 그림이 저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거지는 그 순간 그의 어깨를 똑바로 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본 내가 바로 저 그림 속의 사람이라면, 나는 앞으로 저 그림의 사람처럼 될 것입니다." 로버트 H. 슐러의 [그래도 희망은 있다]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사람은 무기력하게 살아갑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은 생동감있게 살아갑니다. 기대는 자신에 대한 것이든 타인에 대한 것이든 상당한 효과를 나타냅니다.

 기대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한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인 로버트 로젠탈(R. Rosenthal) 교수에 의하면 교사의 기대가 학생들의 지적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하류층이 많이 거주하는 오크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가운데 무작위로 20%를 선정하여 지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할 학생들이라고 각 담임 교사에게 통보해주었는데, 8개월 후, 이 '놀라운' 어린이들은 선정되지 않은 다른 어린이들보다 IQ 수치가 더 높아졌다고 합니다. 교사기대가 수업량의 차이, 학생과의 상호작용의 차이, 수업자료의 차이 등에 영향을 미쳐 결국 성취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진다는 것입니다. 높은 기대는 더 많고 더 좋은 수업을 만들고 반대로 낮은 기대는 보다 낮은 수준의 수업과 주의 집중을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그의 실험에 의하면 선택된 아이들은 실제로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지능 지수 15 내지 27 앞섰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은 미로 찾기, 스키너 상자 등을 이용한 동물 실험에도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수행 능력이 높으리라 여긴 동물은 실제로 높은 수행 능력을 보여주지만, 반대로 낮은 능력을 보여주리라 예측한 동물은 실제로도 낮은 수행 성적을 거둔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모두 무슨 일이든 기대한 만큼 이루어진다는 자기충족 예언(Selp-Fulfilling Prophecy)으로 설명되어 집니다. 이런 기대효과는 약물 효과에서도 나타난다고 합니다. "신약이 약효를 발휘하는 동안 최대로 많은 환자를 치료하라" 말이 있듯이 치료행위에서도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어떤 치료 요소가 있다는 것입니다. '위약 효과(Placebo effect)'입니다. 그 약을 먹으면 낳을 것이라는 기대가 치료효과를 더욱 높여 준다는 것입니다. 행동과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호손 효과(Hawthorn effect)' 역시 기대가 얼마나 효과를 주는가를 가르쳐 주는 것입니다. 근로자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면 그들의 수행이 향상된다는 것입니다. 외부적인 환경의 변화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근로자와 그들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근로자들이 지각할 때 큰 수행 향상을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기대효과는 경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금융재벌 조지 소로스는 '재귀의 원칙(reflexive principal)'을 강조합니다. "시장에서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는 관찰자가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서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노벨상을 받은 미국의 로버트 루카스 교수는 합리적 기대가설을 주장했습니다.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하는데 과거 변수들의 동향을 중시하고 현재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점진적으로 행동을 바꾸어 나가는 적응적 기대 가설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과 통계적 수취보다는 현재 이용 가능한 정보를 적절히 사용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행동을 수정한다는 것입니다. 등굣길에 불량배를 만난 학생이 1천번 다니다가 한 번 만난 것이라고 무시하고 그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여 적절한 길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기대는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칩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에 사람은 살만한 것입니다.

  진정한 조각가는 돌부터 탓하지 않습니다. 어떤 돌이든 자신의 손과 끌을 거쳐 하나의 위대한 작품으로 변모할 그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조각가입니다. 사랑은 최고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기대는 자아개념. 성취동기. 포부수준 등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하나님은 농부가 포도나무를 심어 놓고 수확에 대한 기대를 가지듯 사람에 대하여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각자에게 각종 필요한 달란트와 은사를 주시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처지와 환경을 보면서 기대감을 상실하고 절망하지 말아야 합니다.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를 회복해야 합니다. 거지의 얼굴을 하고 세상 근심 다 짊어지고 가는 사람처럼 신음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기대의 눈빛을 바라보며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회복해야 합니다.

자신에 대한 기대/김필곤 목사/섬기는 언어/2005.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