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아버지의 유언

부산갈매기88 2011. 12. 21. 07:09

'신바람 건강법' 강연으로 유명한 황수관 박사는 몇 해 전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그 동안 그가 몇 차례나 수술을 권했던 목 뒤에 잇는 커다란 혹이 원인이 되어 아버지의 상태는 매우 위험했다.
"평생 몸에 칼 안 대고도 잘 살아왔는데 얼마나 오래 살 거라고 수술을 해."

이렇게 끝까지 수술을 안 하겠다고 버티는 아버지를 겨우 설득해 병원에 입원시켰다. 그런데 막상 수술 날짜를 정하고 나니 불안한 마음을 가눌수가 없었다. 워낙 위험한 수술이라 실패할 확률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평소에도 꼼곰한 분이시니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수술 전에 유언을 남기시겠지. 그럴 경우 나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나.'


황수관 박사는 착잡한 마음으로 이제나저제나 아버지의 유언을 기다렸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아버지는 수술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무척 침착한 모습이었다.
'내가 집안의 장손이니 아버지는 내게 선산이 어디에 있으며 집과 땅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셔야 하는데. 혹 나를 못 미더워 하시는 건 아닐까?'


수술날 아침까지도 아버지가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자 그는 섭섭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다고 그가 먼저 유언 얘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수술실로 들어가기 직전 아버지가 곁에 서 있는 그를 나지막히 불렀다. 창백한 아버지의 모습에 그는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애써 참으며 아버지의 손을 잡았는데, 아버지가 그의 손에 뭔가를 꼭 쥐어 주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셨다.
"내 평생 네게 남겨 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구나."


아버지가 수술실로 들어가신 후 천천히 펼쳐 본 종이에는 '봉사' 라는 두 글자가 정성스럽게 적혀 있었다.

'머리식히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본분을 잊지 마라  (0) 2011.12.27
문제는 내가 어떤 친구가 될 수 있느냐다  (0) 2011.12.22
104세 부부의 대화  (0) 2011.12.19
인생의 세 가지 의문  (0) 2011.12.13
오늘날의 세태를 보며  (0) 2011.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