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네 고향 땅에 묻히고 싶구나”

부산갈매기88 2012. 4. 25. 06:57

2004년장애인 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육상 4개 종목에 출전한 김정호 씨. 소아마비 증세를 보였던 그는 1982년, 모 복지재단 소개로 등뼈 수술차 미국 하와이 병원에 보내졌다. 거기서 의사로 재직하고 있던 신니 하일베어 씨는, 당시 열두 살이었던 그를 계속 치료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입양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아마비 아들을 돌볼 능력이 없었던 그의 친부모는 하일베어 씨에게 입양을 허락해 주었다.

 

2년 뒤 하일베어 씨 부부는 양아들을 데리고 그의 친부모가 살고 있는 제주도를 찾았다. 제주의 정겨운 풍경과 인생을 소박하게 살아가는 그네들의 모습에 연민의 정을 느꼈다. 그 후에도 제주를 한 차례 더 방문하며 양아들의 가족들과 친분을 쌓았다. 하일베어 씨는 양아들 김정호 씨가 성장해서 독립할 무렵 자신이 숨을 거두거든 제주 땅에 묻어 줄 것을 요청했고 그 소망은 이루어졌다. 2년 전에 숨을 거둔 하일베어 씨의 유골은 지난 5월 그의 유언대로 북제주군 조천읍에 있는 김씨 집안 선산에 묻혔다. 김씨의 친아버지 산소와 나란히 말이다.


“정호가 아테네 장애인 올림픽에 미국 대표선수로 출전했다는 소식을 듣고 온 가족이 기뻐했으며, 특히 어머니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습니다”라고 김씨의 큰형은 전했다. 소아마비 소년을 입양해서 치료해 주고,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훌륭하게 키워 낸 하일베어 씨. 그가 남긴 사랑의 온기는 제주 땅 전체를 덮고도 남을 것이다.

 

<햇볕이약기>

'삶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망을 주는 말  (0) 2012.04.30
도스트예프스키의 고통   (0) 2012.04.27
하버드 대학의 행복 6계명  (0) 2012.04.23
소문(所聞 rumour)의 힘  (0) 2012.04.17
은혜의 보은  (0) 2012.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