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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마리 정자들을 현미경으로 봤더니

부산갈매기88 2012. 5. 14. 12:07

난자(卵子)를 향해 돌진하는 정자(精子)들은 유려한 수영이 아니라 포복(匍匐) 같은 형태로 기어서 이동한다는 연구 결과가 13일 나왔다.

영국 버밍엄대와 워릭대 공동 연구팀은 여성 체액처럼 끈끈한 용액을 채운 머리카락 굵기의 관(管)에 남성 정자를 넣고 이들의 여정을 관찰했다. 육상 1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처럼 빠른 녀석들을 골라내 그 특성을 알아내려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정자들이 관의 가운데를 거침없이 헤엄쳐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정자들은 그러나 관 벽으로 몰려들었고, 벽을 따라 움직였다. 관이 휘는 곳에서는 미리 방향을 틀지 못해 맞은 편 벽을 들이받았고 서로 뒤엉켰다. 관 모양이 복잡한 곳에서는 10분이 넘게 길을 잃고 헤매기도 했다. 연구를 주도한 워릭대 피터 데니센코 교수조차 "정자들이 난자를 향해 최단 코스로 헤엄쳐 가는 게 아니라 좌충우돌하며 기어가는 뜻밖의 모습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남성이 한 번에 쏟아내는 정자는 약 3억 마리. 이 중 자궁과 나팔관을 거쳐 난자까지 도달하는 것은 수십 마리, 최종 수정에 성공하는 건 1~2마리다.

차병원의 이동렬 교수는 "현재 불임 클리닉에서는 슬라이드 위에 정액을 떨어뜨리고 유리 덮개를 덮어 움직임을 관찰하는데 이번처럼 미세 시험관에서 정자 움직임을 관찰한 것은 새로운 시도"라며 "정자의 이동 특성은 여전히 수수께끼"라고 말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