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막 가는 인생

부산갈매기88 2012. 6. 19. 07:16

모처럼 일찍 귀가한 아버지가 맥주를 꺼내놓고 이제 어엿한 여대생이 된 딸을 불러냈다.
"자, 너도 이제 성인이 다 됐으니 아빠랑 맥주한잔 하자."
"어, 전 술을 입에도 못대요." 
"괜찮아, 아빠 앞인데 어떠니, 그러지 말고 받아라." 
"정말 못하는데, 아빠가 주시는 거니까 조금만....  아이써..." 


아빠는 맥주한잔을 겨우 비우고 인상을 쓰는 딸애가 마냥 귀엽다.  
그런데 한시간이 지난 후. 한잔만 더, 한잔만 더, 하며 술잔을 연거푸 비운 딸애가 혀꼬부라진 소리로 말했다. 
"카아, 조오타! 역시 맥주는 차가워야 맛이지, 그지?" 
"응? 으응...." 
" 자, 원샷! 어? 벌써 한 박스째네. 어째 취한다 했지. 가만, 그런데 아저씬 누구시더라?" 

 "뭐? 아저씨?" 


"까짓것, 누구면 어때? 아무튼 난 취해서 오늘 집에 못 들어가니까 그렇게 알라구. 못 가, 못 간다구! 자기 나 오늘밤 책임질 거지, 응?" 

 

 <파랑새,199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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