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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안보에 관한 질문

부산갈매기88 2012. 7. 25. 10:02

지난주 발간된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 가운데 안보에 관해 세 가지만 안 교수에게 묻고 싶다.

평화체제 위해 미군철수 할 건가

첫째, 대통령이 된다면 제주 해군기지를 계속 건설할 것인가, 포기 또는 보류할 것인가? 12월 대선에 나서야 하는지, 국민의 판단을 받으려고 책을 낸 인물이라면 구체적으로 답해야 한다. 책에서는 “설득과 소통의 과정이 생략된 채 강행된 강정마을 공사는 무리한 것이었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라도 이해 당사자인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밀어붙일 수는 없다”고 했다. 제주 해군기지는 안 교수가 언급한 대로 ‘김영삼 정부 때부터 20년간 추진된 과제’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가 환경영향평가, 주민동의 및 여론수렴절차를 적법하게 거쳐 시작한 ‘안보 국책(國策)’이다. 안 교수가 강조하듯이 국정에서 ‘소통과 합의’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주요 사안들은 예외 없이 이해 당사자가 있고 갈등과 마찰이 있다. 자신이 18대 대통령이 된다면 아무리 국익(國益)이 걸려 있어도 국민 완전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국책사업은 다 폐기할 것인가?

뉴스이미지 ‘힐링캠프’ 출연한 안철수 원장 1 2 3 사진 더보기



둘째, 북한과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주한미군 철수도 수용할 용의가 있는가? 책에서는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제도 절실하다” “평화체제를 정착시켜야 북한이 핵에 의존할 명분을 제거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한반도 정전(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기는 손바닥 뒤집듯이 쉬운 일이 아니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평화체제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못 박고 있다. 안 교수는 “한미동맹은 중요하기 때문에 (한미) 서로를 위해 존속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미군 주둔과 북한이 요구하는 평화체제의 조건을 다 충족시킬 묘안이 있는지 알고 싶다. 아니면 주한미군 없이도 한미동맹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는 “핵개발이 미국의 위협에 맞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기도 하다”고 했다. 안 교수는 북핵 폐기야말로 평화체제 논의의 우리 측 전제조건이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셋째, 금강산 관광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는데, 박왕자 씨 사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지 못해도 조건 없이 재개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는 “이명박 정부는 채찍만 써서 남북갈등이 심화됐다”고 했다. 북한의 도발 책임이 주로 우리 정부에 있다고 방점을 찍는 듯하다. 아닌가? 북한은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를 등 뒤에서 조준 사격해 비명횡사케 하고, 천안함을 폭침해 나라의 꽃다운 아들 46명을 수장시켰으며, 연평도를 포격해 민군 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들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어떤 채찍을 썼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오히려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비실비실 물러나는 비겁한 꼴을 보였기 때문에 5000만 국민이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 위협에 시달린다는 생각은 안 해 봤는가?

이석기를 문제 삼아도 ‘벌레’인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안 교수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발표를 믿는다. 다만, 국민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 의문을 풀어주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고 밝혔다. 본인이 대통령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노력을 더 할 수 있었을지 구체적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겠는가?

책 밖의 질문 두 개만 더 하겠다. 첫째, 안 교수는 지난해 “안보에 관해서는 보수(保守)”라고 했는데, 지금도 자신의 안보 정체성이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가? 김근식 경남대 교수의 좌파적 인식에 영향을 받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안철수의 생각’을 읽은 일부 보수 논객들은 “안철수는 좌파의 앵무새”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법륜 스님이 이사장인 ‘평화재단’ 관련 인물들, 안 교수를 지지하는 고 김근태 전 의원 측 사람들, 박원순 서울시장의 동지들을 비롯해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들, 친(親)북한정권 인사들이 안 교수를 둘러싸고 있다는 관측은 터무니없는가? ‘안철수의 생각’에는 북한의 왕조화(王朝化)와 3대 세습에 대한 견해가 빠져있다. 우연인가?

둘째, 안 교수는 이념을 따지는 사람들을 ‘벌레’라고까지 매도한 적이 있는데 소신에 변함이 없는가? 버젓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국민을 조롱하듯 웃고 있는 이석기 김재연 등의 종북(從北) 행각을 문제 삼거나 걱정하는 국민도 다 ‘벌레’로 보이는가? 안 교수는 자신이 진보도 보수도 아닌 상식파라고 했다. 간첩이나 종북주의자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 비(非)상식파인가? 안 교수는 “한반도 문제는 국제관계와 북한 내부 문제 등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정교한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건강을 위해서는 식사와 운동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보다도 공허한 이런 ‘안철수의 생각’으로 국민의 판단을 받겠다는 것은 좀 안이(安易)하지 않은가?

동아일보/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