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부산의 사진 명소들

부산갈매기88 2012. 7. 30. 14:24

   

부산의 계절은 여름입니다. 해수욕장이 많으니 그럴 겁니다. 부산은 대도시면서 휴양지이기도 해 반전 매력이 있습니다. 게다가 곳곳에 사진 명소까지 포진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말에 부산 토박이분들이 고개를 갸우뚱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부산에 그런 데가 있을까 하시는 거겠지요. 가까이 있는 것들의 아름다움은 발견하기 쉽지 않으니까요.

부산의 매력적인 사진 명소를 네이버 사진 부문 파워블로거 역장(http://blog.naver.com/korail77)님으로부터 추천받았습니다. 지난 20일엔 일몰 명소인 다대포를 함께 찾아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열정도 보고 왔습니다.

이날 오후 6시46분께 다대포엔 이미 20여 명의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적절한 피사체를 찾아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대개가 슬리퍼나 샌들을 신고 있어서 더워서겠거니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좋은 구도를 얻기 위해 바닷물에 발을 적셔도 상관없도록 준비한 것이지요. 어떤 매력이 더운 날씨에 무거운 카메라와 렌즈를 짊어지고 이곳을 찾게 했는지 궁금증이 피어올랐습니다.

   

흰 머리카락으로 연배를 짐작할 수 있는 김세환(70·대구 동구 효목동) 씨는 마침 다대포 바닷가를 산책하던 여학생 4명을 섭외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나, 둘 , 셋! 하면 위로 뛰는 거야. 다 같이 손잡고, 옳지. 자, 하나, 둘, 셋!." 교복치마를 입고 상의는 티셔츠를 입은 여학생들이 꺄아 소리를 지르며 폴짝 뛰어오릅니다. 붉은 해는 조금씩 수면으로 가깝게 내려오고 있고 가릴 것 없이 트여있는 다대포를 배경으로 실루엣이 부각되는 사진을 얻으려는 겁니다. 여학생들이 기꺼이 모델로 서자 다른 사진가들도 슬금슬금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포토라인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재밌는 상황을 볼 수 있었습니다.

김 씨는 아내 이성자(66) 씨와 함께 다대포를 두 달에 한 번씩 찾는다고 했습니다. 그는 "백사장도 넓고 탁 트여 있는 데다 날씨만 잘 맞추면 아름다운 일몰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진 파워블로거 역장은 "노을은 태풍이 지나가거나 비가 그친 다음 날이 좋다. 하늘엔 아직 구름은 있으면서 해가 지는 서쪽 하늘은 개어오기 때문에 그야말로 붉게 불타오르는 노을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귀띔했습니다.

일몰 출사를 나온 사진 동호회 회원도 많았습니다. 한국 GM의 사내 사진동호회 '포토뷰어'의 박창규(53·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회장도 동호회원들과 함께 일몰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박 씨는 "회사를 마치자마자 부리나케 6명의 회원들과 함께 왔다. 일몰과 함께 산책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스케치로 담을 수 있어 좋아하는 출사지"라고 했습니다. 울산 사진동호회 '빛무리'의 류재환(42·울산 중구 성안동) 부회장은 "경남권에서 바다배경으로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 몇 곳 없다. 다대포는 회원들과 즐겨찾는 곳으로 오늘은 번개라 3명이 함께 왔다"고 했습니다.

   
지난 20일 부산 사하구 다대동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일몰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사진가들은 적절한 피사체가 생기면 모여들어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오후 7시2분께 모터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한 사람이 굉음을 내며 지는 해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사진가들의 렌즈가 일제히 그 곳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다가 양산을 쓴 한 여성이 산책하던 걸음을 멈추고 한 곳에 섰습니다. 다시 사진가들의 관심이 여성에게 쏠렸습니다. 한 남성 사진가가 그녀에게 "거기 서 있어. 살짝 앉아봐. 일어나서 신발로 물을 한 번 튀겨 봐"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알고 보니 부부 사이더군요. 아내가 남편의 모델이었습니다. 웃음이 절로 났습니다. 해변 한쪽으로 할아버지가 세 살쯤 돼 보이는 손녀의 손을 잡고 물에 발을 담그며 걸어왔습니다. 이내 사진가들의 관심이 조손 간의 따뜻한 분위기로 몰렸습니다.

오후 7시28분께 해는 서산 너머로 사라졌습니다. 해가 넘어가고 나자 하늘을 주황으로 물들이던 색도 많이 옅어졌습니다. 사진가들은 서서히 짐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7시36분께 해변은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다대포는 내일이면 다른 사진가들의 방문에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겁니다.


◆ 멀리 가지 않아도 출사(出寫) 명소 많아요

부산에 살면서 한 번은 가 봤거나 아니면 유명한 곳인 줄 알기만 하던 곳들이다. 그 장소에 카메라를 들고 방문하면 또 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이 사는 곳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는 기분이다. 익숙한 곳의 재발견이라는 기분으로 떠나 보자.


# A코스(동부산)

- 해돋이·기암절벽 찍는 장소 많아
- 미포 철도건널목 사라질지 몰라
- 동백섬·수영만 이국적 야경 황홀

1. 기장 대변항

해 뜰 무렵의 대변항은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밤샘 조업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온 고깃배들이 그물을 털어내면 어부와 상인들이 뒤섞여 한바탕 흥정을 벌인다. 마천루에 가려진 부산의 참맛을 느껴 보고 싶다면 대변항을 추천한다. 멸치잡이가 한창인 봄에는 멸치 터는 모습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일출 사진을 찍고 싶다면 대변항 근처의 연화리 바닷가를 추천한다. 연화리 서암마을의 젖병 모양 등대를 배경으로 재미있는 일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단 여름에는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기는 어렵다. (시내버스 181번 대변항 입구 하차)

   
기장 오랑대(위), 해운대 동백섬


2. 오랑대

기장군 기장읍 연화리에 있는 오랑대는 첩첩의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해안이다. 거친 바람이 불면 기암절벽을 넘나드는 거센 파도와 동해바다로 떠오르는 일출을 촬영하기 위해 사진가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오랑대 끄트머리에 자리한 용왕단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일출 장면은 모 통신사 CF로 방영될 만큼 사진가들에게 사랑받는 소재다. 구름 가득한 흐린 날이라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ND필터를 장착하고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하면 파도의 움직임을 구름처럼 묘사할 수 있다. 해동용궁사에서 기장 방면으로 조금 더 올라가다가 해광사 이정표를 보고 들어가면 된다.


   
미포 철도 건널목

3. 미포 철도 건널목

해운대 해수욕장 한 구석에 있는 미포는 작은 어촌마을이다. 영화 '해운대'를 통해 널리 알려지기 전까지는 모르는 부산 사람도 꽤 있었다. 미포 오거리에서 미포로 통하는 짧은 내리막길은 부산의 그 어떤 길보다 드라마틱하다. 해운대 바다를 배경으로 동해남부선 철도가 지나가고 멀리 오륙도가 아스라이 보인다. 해가 뜨는 새벽이나 해질 무렵에는 지중해의 어느 곳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동해남부선 복선화 공사가 끝나면 미포 철도 건널목은 사라질지 모른다. 지금 당장 미포로 달려가야 하는 이유다. (지하철 2호선 중동역 7번 출구에서 미포오거리 방향 도보 10분)


4. 해운대 동백섬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동백섬. 부산을 대표하는 사진 스폿으로 주가를 한창 올리고 있다. APEC 정상회담장으로 사용됐던 누리마루와 광안대교를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핵심 포인트. 해질 무렵에는 멋진 일몰과 야경을 볼 수도 있어 언제나 사진가들로 붐비는 곳이다. 동백섬 주차장 쪽에서 바라보는 마린시티의 마천루도 일품이다. 이곳에서 보는 야경은 홍콩의 백만 불짜리 야경이 부럽지 않을 만큼 황홀하다. (지하철 2호선 동백역 1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5. 수영만 요트경기장

   
수영만 요트경기장


초고층 건물을 배경으로 새하얀 요트가 두둥실 떠 있는 곳. 외국의 어느 부자동네 얘기가 아니다. 바로 수영만 요트경기장의 요즘 풍경이다. 밤이 되면 이곳이 부산이 맞나 싶을 만큼 이국적인 모습으로 변신한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빌딩들이 쏟아내는 푸른 빛과 바다를 가득 메운 요트의 조화가 이채롭다. 마린시티의 고층 건물이 아니라도 요트경기장 구석구석에 사진 소재가 즐비하다. 해가 지고 30분 정도 지나면 하늘색이 가장 아름답게 변한다. 구도를 잡고 기다렸다가 그 순간 셔터를 누르자. 야경에는 삼각대가 필수다. (지하철 2호선 동백역 3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 B코스(중·서부산)

- 산복도로엔 피란민의 역사 담겨
- 부산타워·천마산, 부산항 한눈에
- 삼락공원 연꽃 군락 향연에 흠뻑

1. 산복도로

한국전쟁으로 피란민들이 부산까지 밀려오면서 부산의 산이란 산은 모두 피란민들의 거주지가 되었다. 유독 산이 많은 지형 탓에 부산에서는 지금도 산꼭대기까지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풍경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범일동에서 수정동과 영주동을 거쳐 동대신동으로 이어지는 산복도로는 부산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길이다. 부산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영도와 신선대부두, 맑은 날에는 대마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 사이로 사람 한 명 겨우 다닐 수 있는 미로 같은 동네 골목에는 부산의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 (부산역 맞은편에서 43번 승차 후 종점 하차)

   
산복도로(위), 용두산공원 씨앤부산타워


2. 씨앤부산타워

용두산공원에 위치한 부산타워는 오랜 세월 부산의 랜드마크였다. 부산의 중심이었던 광포동(광복동+남포동)에 자리하고 있는 데다 부산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높이를 가졌기 때문이다. 부산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산타워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추억이 있지만 이상하게도 부산타워에 올라가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부산타워 전망대에 도착하면 사방으로 부산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부산항 야경은 부산 여행의 백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망원 렌즈를 가져가면 부산의 다양한 모습을 확대해서 촬영할 수 있다. (도시철도 1호선 중앙동역 1번 출구 혹은 남포동역 7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이용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10시 , (051)245-5025)


3. 천마산

용두산공원과 남포동, 부산항과 영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사하구 감천동에 있는 천마산이다. 아미동에서 까치고개를 넘으면 감정초등학교를 만난다. 그곳에서 10여 분 등산을 하면 천마산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은 광안대교와 달맞이고개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특히 해 질 무렵에는 부산항 야경을 담기 위해 찾아온 사진가들로 북적인다. 부산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봐야 할 부산 대표 야경 명소이다. (차량 이용 때 내비게이션에 감정초등학교 입력. 감정초등학교 공영주차장 이용 가능. 도시철도 1호선 토성역에서 마을버스 서구2-2 환승해 감정초등학교 정류장 하차. 천마산조각공원 가는 길로 도보 15분)


   
삼락습지생태공원 연꽃단지

4. 부산삼락습지생태공원 연꽃단지

7월은 연꽃의 계절이다. 부산에도 연꽃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이 있지만 교통이 편리한 삼락공원이 사진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부산김해경전철 르네시떼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걸으면 각종 체육 시설이 보이고 그 옆에 연꽃 만발한 습지생태원이 있다. 연꽃은 주로 아침에 피기 때문에 오전에 서둘러서 다녀와야 한다. 맑은 날보다는 구름 낀 날이 사진 찍기에 더 좋다. (도시철도 2호선 덕포역 인근에서 126 또는 123번 환승해 삼락동주민센터 하차 후 도보 10분. (051)303-0048)


5. 다대포해수욕장

부산을 대표하는 여름 사진 촬영지는 단연 다대포해수욕장이다. 비가 그친 오후, 구름 사이로 번지는 다대포해수욕장의 일몰은 사진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만나고 싶은 풍경이다. 바람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모래사장도 이색적인 촬영 소재이다. 마치 사막과도 같은 풍경이라 하여 사진가들은 다대포 백사장을 '다대 사막'이라 부르기도 한다. 밤이 되면 해수욕장 입구에서 초대형 분수쇼가 펼쳐진다. 형형색색의 조명등과 함께 하늘로 치솟는 물줄기를 카메라에 담아 봐도 좋겠다. (96, 338, 11, 2번 버스 모두 다대포가 출발지)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