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뻥튀기 장사로 평생 10억 모은 70대, 그 돈으로

부산갈매기88 2012. 10. 25. 08:58

경북 포항시 최상원씨, 고등학생 40명에 장학금

한평생 머슴살이와 뻥튀기 장사, 건재상 등을 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아온 70대 노인이 인재 양성을 위해 사재 10억원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만들었다. 미담의 주인공은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에 살고 있는 최상원(78·사진)씨.

장학재단 명칭은 최씨 이름의 '상'자와 지난해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부인 백말순(당시 76)씨의 성(姓) '백'자를 합쳐 '상백'이라 지었고 최씨는 명예 이사장을 맡기로 했다. 최씨는 "형편이 어려웠던 탓에 학교를 다니지 못한 게 늘 한이 됐다"며 "나처럼 가난 때문에 배움을 이어가지 못하는 학생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장학재단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1934년 경북 경주에서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또래들과 함께 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고, 대신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도와야 했다. 무학(無學)의 소년은 열다섯 살이 되던 해 자신의 입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남의 집 머슴살이를 시작했으며, 1956년 결혼식을 올린 후 곧바로 입대했다. 제대 후 처가가 있는 서울에서 콩나물·군고구마 장사를 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이후 최씨 부부는 포항 북부시장 판자촌에 거처를 두고 미나리와 국화빵, 뻥튀기 등을 팔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은 끝에 4평짜리 가게를 마련했고, 7년간 새우잠을 자며 고생한 끝에 조그만 건재상도 차릴 수 있었다. 사업은 나날이 번창해 벽돌공장 등으로 규모가 커졌고 최씨는 사업가로 자수성가했다.

그는 52세가 되던 해 막냇동생에게 공장을 물려줬고 부부가 함께 꿈꿔왔던 장학재단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아버지 대신 이사장직을 맡은 아들 용환(49)씨는 "부모님의 뜻을 이어받아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학업에 매진하는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재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학재단 출범식이 열린 24일 포항 지역 고등학생 40명이 1인당 50만원씩의 장학금을 받았다. 재단은 내년부터 장학금 대상자를 6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최상원 명예 이사장은 "장학재단을 통해 많은 인재가 배출돼 더 큰 세상에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