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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수색 포기했는데… 실종된 父를 33일만에 찾은 아들

부산갈매기88 2012. 9. 19. 08:38

 

경찰 수색 포기에 직접 나서 밤낮없이 산 헤매다 시신 찾아

김대경씨가 18일 선친의 방에서 영정사진을 보며 고인을 추억하고 있다. 등산화는 선친이 돌아가시기 전 고이 벗어두었다고 한다. /남강호 기자 kangho@chosun.com
경찰도 찾지 못하고 두손 든 70대 아버지를 40대 아들이 한 달 넘게 산골짜기를 뒤져 찾아냈다. 아버지는 이미 고인이 돼 있었지만 그동안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한 채 찾아 헤맨 아들은 "아버지가 나를 부르신 것 같다"고 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김대경(47)씨의 아버지(김명환·75)는 지난달 5일 대구 동구 초례봉 쪽으로 등산을 하러 나간 뒤 행방불명됐다. 아버지는 30년 이상 보험회사 대리점을 운영하다 15년 전 퇴직한 등산광이었다. 그날 따라 휴대전화도 집에 두고 생수 한 병만 달랑 들고 산으로 향했다.

이날 늦게까지 아버지 소식이 없자 아들 김대경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이때부터 1주일간 경찰과 소방관, 인근 군부대 장병 등 150여명이 초례봉 일대를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고대하던 아버지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경찰도 수색을 중단했다. 이렇게 되자 김씨는 "이제부터 나 혼자만이라도 아버지를 찾아 나서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그때부터 초례봉과 인근 환성산 일대 등산로란 등산로는 샅샅이 훑었다. 생업인 카센터는 놔둔 채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현장으로 달려 나가고 밤 9시가 돼서야 집으로 들어오는 생활이 한 달 이상 반복됐다.

"제가 명색이 해병대 출신이지만 3주째가 되니 너무 피곤해 '오늘만 수색하고 그만둬야지' 했어요. 그렇지만 다음 날 새벽이면 어김없이 눈이 떠지고 몸이 초례봉으로 향해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33일째 되는 지난 7일 김씨는 친구 우승학(47)씨와 함께 오전 5시 다시 초례봉 인근으로 향했다. 골짜기로 접어든 순간 가시덤불 사이로 아버지 등산복 자락이 눈에 들어왔다. 확인 결과 아버지 김명환씨의 시신이었다. 경찰은 고인이 등산 중 탈진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씨는 지난 11일 이승에서 아버지와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