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이카리아식 장수비결

부산갈매기88 2012. 11. 1. 11:05

제주도 서귀포시 정방폭포 근처에 서복전시관이 있다. 서복은 중국 진시황 때 불로초를 찾아 제주도를 찾아왔었다는 인물. 500여명을 이끌고 불로장생의 약을 찾아 한라산을 헤맸던 것으로 전해진다. 불로초까지는 아니더라도 장수에 좋다는 음식을 찾는 ‘서복’들은 오늘날에도 많다. 불가리아의 장수촌인 스몰리얀 사람들이 요구르트를 매일 복용한다는 게 알려지면서 불가리쿠스란 유산균제품은 세계인의 식품이 됐다. 전설 속 인물인 중국의 팽조나 구약성경의 므두셀라처럼 1000년 가까이는 아니지만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인 것 같다.

인터넷에선 소위 장수비결이라는 게 넘쳐난다. 지중해지방의 대표적 장수음식인 올리브 기름, 일본의 장수촌인 오키나와의 대표음식인 푹 삶은
돼지고기건강에 좋다는 음식은 어디서나 화제다. 게다가 과학이 발달하면서 노란색 채소는 면역력 강화에 좋고, 붉은 색 채소는 간에 좋다는 식의 다소 복잡한 정보도 온라인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생활습관에 대한 논쟁도 식지 않는다. 섹스가 장수에 좋은 지 아닌지는 수백년간 이어져 온 토론 주제다. 수면시간은 최소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한 끼 식사량은 얼마가 적정한지 등이 매일 ‘새로운 발견’이란 수식어를 달고 생성된다.

이처럼 과잉이라 할 만큼 많은 정보가 흘러다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육식보다는 채식, 적절한 운동, 규칙적 생활 등 일정한 룰을 지키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기상과 취침시간을 정확하게 준수하고 매일 정해진 시간만큼 운동을 하며 과학적으로 짜여진 대로 먹는 게 장수를 위한 일반적인 조건이다.

그러나 이런
상식과는 정반대의 생활습관으로 장수를 구가하는 마을이 있다고 해서 화제다. 지중해 연안의 그리스 이카리아라는 섬은 인구 1만명 중 75명이 100세를 넘어설 만큼 고령의 노인들이 많다. 암에 걸려 9개월밖에 못 산다는 진단을 받은 후 여생을 마감하러 이 섬에 들어왔다가 20여년을 더 살았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있다.

이카리아식 장수비결은 한마디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것이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난다. 시간을 무시하고 사는 만큼 시계도 필요 없다. 음식은 올리브유와 채소를 중심으로 한 전형적인 지중해식 건강식단을 즐긴다. 하지만 음식으로 건강을 지키기보다는 식사시간의 여유와 대화를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한마디로 오래 살겠다는 집착마저 버리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사는 게 그들의 장수비결인 셈이다.

한국경제/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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