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방

호주에 살면서

부산갈매기88 2013. 3. 21. 07:46

호주에 살면서

 

“그 날에 많은 사람이 나더러 이르되 주여 주여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하며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주의 이름으로 많은 권능을 행하지 아니하였나이까 하리니 그때에 내가 그들에게 밝히 말하되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하리라” (마 7:22-23)


한국과 문화와 풍습이 다른 호주에 살면서 때로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곤 합니다. 아주 오래 전에 어느 할아버지께서 한국에서 하던 식으로 호주 아이의 고추를 만졌다가 그 아이의 부모에 의해서 성 추행범으로 몰려 곤혹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되는 남학생이 학교에서 호주 아이들과 말싸움 하다가 한국식으로 “너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고 말했다가 살인협박죄(?)라는 어마어마한 죄목에 걸려 한바탕 소란을 떤 적도 있습니다. 호주로 유학 온 여학생들이 한국에서처럼 다정히 손을 잡고 가다가 호주인에게 레즈비언으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호주 사람들은 지나칠 때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임에도 남, 여를 불구하고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습니다. ‘하이’ 하고 인사를 하는 경우도 있고, 가볍게 눈으로 인사하며 지나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을 보면 지나치다가도 한번 정도는 말을 걸어 봅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든, 팝에서 술을 마시든 옆에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있어도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던 것처럼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헤어질 때는 아주 깨끗하게 헤어집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길거리를 가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눈웃음을 쳤다가는 미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입니다. 나이트클럽에서 옆에 앉은 사람에게 아는 척을 하고 말을 좀 붙이고 나서는 꼭 2차로 연결 지으려는 사람도 혹 있습니다. 이제는 길거리에서 노는 아이들에게 괜히 다정하게 접근했다가는 납치범으로 오해 받기 쉽습니다.

 

 나도 호주에 처음 왔을 때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모르고 나 혼자 쓴웃음을 지은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과 그때와는 좀 많이 달라졌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처음시드니에 와서 쇼핑센터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사고 계산하기 위해 계산대에 섰습니다. 그런데 계산대에 있는 호주 아가씨가 나한테 아주 친절하게 인사하고 또 눈웃음(?)까지 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이 아가씨가 나에게 관심이 있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며칠 후 나는 또 쇼핑센터를 갔습니다. 이번에는 계산대가 아닌 진열대에 있는 다른 호주 아가씨가 지나치는 나에게 아주 친절하게 손까지 들어 인사를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맞다! 나의 외모가 호주에서도 통하는구나’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아주 기분 좋게 계산대에 섰습니다.

 

 이번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가 계산대에 계셨습니다. 그런데 그 할머니는 젊은 아가씨들보다 더 친절하고 사랑스럽게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혼돈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할머니까지도 나를 좋아하나?’ 그러나 그 환상적인 착각은 얼마 되지 않아 무참하게도 깨어지고 말았습니다. 호주인들은 어느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다는 것을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이 천국에 들어간다는 것은 분명 놀랍고도 엄청난 사실입니다. 눈물도 수고도 고통도 다시 죽음도 없는 주님이 계시는 그곳으로 우리들이 들어간다는 것은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우리들의 간절한 기쁨의 소망입니다.

 

 그런데 혹시 우리들 중에 ‘나는 당연히 천국에 들어가겠지’라고 하는 환상적인 착각에 빠져 있는 분은 없습니까? ‘그래도 나는 교회를 열심히 다녔는데, 그래도 나는 모태신앙인데, 그래도 나는 목사인데, 그래도 나는 장로인데, 그래도 나는 주의 이름으로 교회에서 많은 일들을 했는데 당연히 천국에 들어가겠지.’

 

 그러나 그 환상적인 착각이 깨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주님 앞에 서는 날 “나는 너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라는 말을 들을 때 우리의 환상적인 착각은 분명히 깨어질 것입니다.

 내가 소망의 천국으로 들어간다는 그 엄청난 사실이 착각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로 이루어지도록 우리는 나 자신이 서 있는 지금의 자리에서부터 다시 재점검을 해보아야 합니다. 과연 나는 그리스도의 보혈의 피로 거듭남을 받았는가?

 

 

김해찬 목사(호주 시드니 하나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