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전남 장성 백암산 상왕봉, 백학봉 산행기◈(2013. 11. 2. 토)

부산갈매기88 2013. 11. 11. 11:27

◐산행지: 전남 장성 백암산

♧산행 일시: 2013. 11. 2. 토. 흐림

▶산행 참석자: 부산 백산산악회 회원 및 게스트 포함 45명(돌뫼, 산들바람, 효리, 와석, 윤슬, 한사랑, 붉은노을, 백산남친, 바람숙, 토끼, 민첩거북이, 태영, 형제, 부용, 똘이, 은수, 우춘호, 수희, 이명숙, 성길, 해곤, 방민철, 김승현, 해피, 햇살, 산하, 운해, 와니, 조우현, 부산갈매기 외)

 

▷산행코스: 전남대학교 수련원(11:50)-몽계폭포-상왕봉(741m)(13:25)-백학봉(722m)(14:52)-학바위(15:00)-약사암(15:40)-백양사(14:05)-주차장(16:50)

◇산행거리 및 시간(후미 기준): 9km/ 5시간(점심시간 25분, 기타 휴식 40분)

 

☞산행 tip: 인생의 반환점이 있듯이 계절의 반환점도 있는 법. 그 계절의 반환점에서 바라보는 자연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울긋불긋하다 못해 붉게 타오르는 자연의 얼굴을 바라보노라면 가슴이 찡하게 울려온다. 이번 산행은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 국립공원 내의 장성군 백암산으로 달려갔다. 특히 11.1~11.3일이 백암산 단풍축제기간인데 절묘하게 타이밍을 맞추었다.

 

산행은 전남대 수련원 옆에서 시작하여 서서히 너덜길을 따라 고도를 높여간다. 오른쪽으로 계곡을 끼고 등로를 따라간다. 천천히 나무로 만든 홍예다리를 지나 능선 사거리(안부) 갈림길까지 오른 후, 상왕봉, 백학봉을 돌아서 학바위에서 백양사를 내려다보며 숨고르기를 한다. 그런 다음 학바위 아래의 계곡을 따라 약사암까지 내려오면 울긋불긋한 단풍이 가슴을 파고든다. 그리고 마지막 한 방은 약사암 마당에 피어있는 아름드리 단풍나무의 선홍색 단풍에 그만 넋을 잃고 만다. 4시간에 걸쳐 달려온 시간이 아깝지 않음을 실감한다.

 

단풍에 취한 채 20분 정도 하산을 해서 백양사에 도착하면 절을 찾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갑자기 단풍에 취해서 비틀거리는 상황에 이제는 사람에 취한다. 그리고 봇물 주위로 피어있는 덩치 큰 단풍나무가 토해내는 붉은 빛이 봇물에 담겨 있을 때 그 감정을 억누를 수 없게 된다. 4시간 15분의 산행은 끝이 난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 양 옆은 단풍축제기간이라 확성기 소리가 귀를 멍멍하게 하고 먹거리 포장마차에서 호객하는 소리도 요란스럽다.

 

이 기분으로 버스를 타고 귀가하길 바라지만 세상의 물결은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질 않는다. 백양사에서 주차장까지 30분 정도 사람과 포장마차를 기웃거리며 내려간다. 자연에서 은혜 받고 평안함을 찾았는데 도로아미타불인가.

 

▶전남대 수련원-몽계폭포-상왕봉(741m)

만덕 르노삼성자동차 대리점에서 08시경 출발하여 3시간 반 정도 고속도로를 달려 전남대 수련원 부근의 주차장에 도착한다. 고속도로IC를 빠져나와 황룡천으로 접어들면서 도로변의 빠알간 단풍잎에 일행들은 차 안에서 탄성을 지른다. 그리고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수많은 승용차와 버스에 그만 기가 질린다. 다행히 우리가 도착한 시간에는 모두 산을 오르고 그들이 타고 온 껍데기들만 있었으니. 그나마 위로를 받으며 산행 채비를 하고, 운해대장님의 사인에 맞춰 단체 인증 샷을 잠깐 한 컷 한다.

산행 들머리는 주차장에서 5분 정도 걸어 전남대 수련원 옆의 남경산 기도원을 좌측으로 돌아서 간다. 100여 미터쯤 가서 탐방로 지원센타 앞에서 그만 오합지졸이 된다. 몽계폭포와 상왕봉은 탐방지원센타에서 오른쪽으로 들머리를 잡아야 하는데, 일행 중 10여 명이 갓바위 방향으로 곧바로 직진을 해 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찾으러 운해님이 뛰어간다. 잠시 발걸음을 멈춰 선다. 45명이 산길을 줄지어 오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오른쪽으로 계곡을 끼고 오르는 등로는 너덜길이라 신경이 조금 곤두선다. 그러나 계곡에 간간히 나타나는 빨간 색동옷의 단풍 여인이 서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눈길이 가서 마음을 빼앗긴다. 인생의 하프 타임을 찾아 나선 산우들의 모습은 모두 미소를 잃지 않는다. 자신만의 여유로움이 필요한 시간이다.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시간이다. 삶 속에서 주위의 사람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다친 영혼이 회복되어야 할 시간이다. 자신이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어야 할 시간인 것이다. 이 땅에 사는 동안 자기 자신이 힐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들머리에서 900미터를 오르니 몽계폭포가 나온다. 일행 중 몇 사람은 개울이 말라버려서 물소리도 나지 않은 폭포에 갔다오기도 한다. 폭포는 돌덩어리만 있다고 해서 폭포가 아니다. 생명이 있는 물이 있어야 하는 것. 인간 역사 이래로 물은 그렇게 사람의 필수요건이 되어 온 것이다. 물이 없다는 것은 생명력이 없다는 것이기에 모든 게 무미건조하다.

 

몽계폭포 옆에서부터는 조금 된비알이 나온다. 아래로 보이는 단풍색깔이 너무 좋아 태영님은 은수님, 와니님, 효리님 등의 일행을 위해 카메라를 당긴다. 그냥 함께 어깨를 마주쳐 보아도 기분이 좋다. 시간을 잡아둘 수는 없지만, 추억의 시간은 멈추게 할 수는 있기에 한바탕 웃음을 휘날리며 함께 해 본다. 스웨덴의 노먼 커즌즈 박사에 의하면 혼자보다는 여럿이 모이면 33배나 더 잘 웃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웃게 되면 암세포를 잡아먹는 NK 세포(자연살해 세포)가 14% 증가한다고 한다. 그래서 1~5분 정도 웃으면 NK 세포가 5~6시간 지속된다고 하니, 우리가 산행을 하면서 골짜기가 떠나갈 듯이 웃고 떠들면 면역력이 증가하여 몸이 건강해지는 것이다. 암 환자들에게 최근 웃음치료를 시행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맥락에서라고 한다.

 

오늘도 우리는 선홍색 단풍나무 이파리 위에 웃음보따리를 올려놓는다. 단풍잎은 가지가 무겁다고 위 아래로 춤을 춘다. 그 단풍잎에 우리의 얼굴도 따라서 빨갛게 물들어 간다. 이게 바로 힐링 산행이 아닌가. 무지개 모양으로 휘어진 홍예 나무다리를 건넌다. 효리님, 형제님과 어깨 높이를 맞추어 추억을 남긴다. 주위 경관에 취해서 사진을 찍는다고 몇 명씩 떨어져 걷는다.

 

군데군데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서 좋다. 두 번째의 나무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개울을 끼고 산허리를 감아 올라간다. 일행들은 잠시 숨고르기를 한다. 누군가 과일 주머니를 푼다. 한 개씩 집어 든다. 그것은 인정을 나누는 것이다. 배가 부르면 얼마나 배가 부르며,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다. 주는 자가 복 되다 하지 않는가. 정감이 있는 모습에 그냥 배가 부르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주지 못해서 안달복달이다. 안 먹는다 해도 억지로 떠안기는 인정에 감 한 조각을 집어넣는다. 이 시간에 가장 귀하고 소중한 사람과의 존재감이 가슴에 새겨진다. 비는 오다말다 마음만 조급하게 만든다.

 

어느 덧 자연의 품안에서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껴본다. 상왕봉으로 오르는 안부 200미터를 남겨 놓고, 된비알이 나타난다. 그리고 등로 옆에는 파란 산대나무가 가을 산길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등로를 따라 늘어서 있는 빨간 단풍나무는 우리를 곁눈질하게 만든다. 이별의 손수건에 섬섬옥수 빨간 실로 수놓은 단풍잎은 우리의 마음에 수놓아져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한다. 그리하여 한 컷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똘이님과 친구분, 해피님과 친구분에게 타지의 산꾼들을 멈추게 하고 한 컷을 해 준다. 아니 타지에서 온 산꾼들도 그 가을 잔치에 찾아온 손님이라 함께 기다려 준다.

 

이제 상왕봉과 사자봉 사이의 안부 사거리 갈림길에 오르려면 100미터 정도의 깔딱고개 나무계단을 올라야 한다. 모처럼 온 토끼님은 힘에 부친다고 몇 마디를 뱉어낸다. 옆에서 민첩 거북이님은 부인의 힘겨움에 동참해 주고 있다. 한 동안 토끼님은 백산의 산행 코스가 조금 힘겨워 나오지 않았는데, 오늘은 산행시간도 짧고 단풍이 너무 멋져서 온 것이란다. 누구에게나 단련과 시련의 고통은 있는 법. 그런 과정을 통해서 성숙하고 도약해 가는 것이 아닐까.

 

‘악’ 소리 나는 깔딱고개를 오르니 위에서 일행들이 웅성웅성 한 무더기로 서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또 누군가 꺼낸 과일에 사랑을 나누고 있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오르면 사자봉(722M)이고 왼쪽의 된비알을 오르면 상왕봉(741m)이다. 상왕봉으로 오르는 처음 100미터는 경사가 조금 가파르다. 그리고 산허리를 돌아 능선을 400미터 정도 오르면 상왕봉이 나온다. 상왕봉 정상표지판 앞에서 일행들이 웅성거리며 인증 샷을 찍고 있다. 일행이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동안 정상 인증 샷을 재빨리 해 본다. 능선이라 그런지 시원한 바람도 불어주어 온 몸이 상쾌하여 기분도 더 고조되어간다. 점심시간이 지난 때라 경치에 도취되고 인정에 동화되어 배꼽시계는 시간도 모르는 것 같다.

 

▶상왕봉-백학봉-학바위-백양사

상왕봉 정상 부근에서 식사할 자리는 마땅치 않다. 이미 타지에서 온 산꾼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아 식사를 하고 있다. 그곳으로 올라오는 산꾼이 우리에게 조금 내려가면 식사할 자리가 있다고 일러준다. 그래서 200여 미터쯤 백학봉 방향으로 진행을 하여 적당한 공간이 나타난 자리를 네 군데 정도 나뉘어 앉는다. 후미조들은 붉은노을님, 수희님, 은수님, 해피님, 똘이님, 조우현님과 함께 앉아 본다. 여자회원님들이 싸온 상추와 반찬, 그리고 토종 요굴트 한 잔을 곁들여 본다. 자욱한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고 있다. 먼 산은 안개에 가리어 동양화 한 폭을 연상케 하고 산 아래로 보이는 나뭇잎들은 형형색색 아름다운 자태로 다가온다. 누가 관심을 가져 주지 않더라도 그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꽃을 피우고, 파랗게 이파리를 무성하게 했다가 하늘의 입김에 색동옷으로 갈아입은 후 겨울을 기다린다. 인간적인 삶의 모습과 나무의 삶은 우리와 반대로 진행되는 것 같다. 그 자연의 순응하는 진리를 배운다. 인간은 손에 많은 것을 쥐고도 더 움켜쥐려고 하는데 말이다.

 

25분여의 식사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앞서 온 일행들은 벌써부터 챙겨서 일어난다. 우리 후미조들은 조금 여유를 가지고 커피 한 잔을 입가심하며 일어선다. 만복감 때문에 마음에 여유로움이 찾아온다. 15분여를 내려가니 앞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가파른 절벽 위에 소나무 한그루가 남쪽 절벽 위로 휘어져 있는데, 그 노송을 배경으로 일행들이 한 컷을 하고 있다. 그런데 돌뫼님과 똘이님은 재빨리 한 컷을 찍긴 했지만, 타지에서 온 15명 정도의 산꾼들이 노송을 독점하여 도무지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미 일행들이 시야에서 멀어져 한 컷 하는 것을 포기한다.

 

이제 대나무 숲길을 지나 도집봉의 산허리를 감돌아 백학봉 중간에 있는 722봉으로 능선을 따라 노송 절벽바위에서 10여 분 내려간다. 722봉에 올라서니 앞서 가던 은수님, 똘이님, 수희님, 윤슬님이 이정표를 배경으로 한 컷을 한다. 그리고 친구인 조우현님, 민첩거북이님과 쉬엄쉬엄 조금 더 내려가니 헬기장이 나타난다. 그런데 민첩거북이님에게 찍지인 토끼님은 어디 가고 혼자인가 하고 물으니, 점심식사 후 ‘내 몰라라’ 하고 앞서갔단다. 토끼님은 아침밥을 산행시에 굶고 오는데, 점심을 먹고 나서 힘이 나면 그때부터 남편은 뒷전이고 산우들과 간단다. 어쩌면 경치에 도취하여 일행들과 발걸음이 빨라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 남자라는 이름은 50대를 넘어서면 사실 좀 뒷전으로 밀린다. 그래서 남자들은 자신을 추슬러지 않으면 안 된다. 홀로서기인 셈이다. 그런데 오랜 타성에 젖은 습관이 하루아침에 고쳐질 리가 만무하다. 남자에 여자에 길들어져 있기에.

 

헬기장에서 친구인 조우현님이 무릎 보호대를 채운다고 잠시 주저 않는다. 사실 산우들은 무릎 보호대를 하는 것이 때로는 귀찮아서 안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하산시에 꼭 필요하고 긴요한 것이 무릎 보호대임을 실감한다. 그것을 하는 것과 하지 않은 것과의 차이는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르면 더 명쾌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하산 시에 스틱 짚는 것을 가볍게 생각하거나 귀찮게 여기는 산꾼들이 많은데, 이것 또한 무릎 연골을 장기적으로 보호하고 오래 써먹으려면 반드시 스틱을 양손으로 잡고 하산하는 것이 필수이다. 하산시에 자기 하중의 3배가 무릎에 가해지기에 귀찮다고 해서 안 하는 것은 등산 수명을 단축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이제 헬기장 아래에 있는 빈터에 억새가 키만큼 자라있는 옆에서 토끼님, 은수님, 똘이님이 추억을 사진에 남긴다. 모두 마음의 평화로움이 묻어난다. 이제 백학봉까지 이정표는 300미터 남았단다. 백학봉(651m)은 암릉이 있는 길 옆의 탐방로 안내판에 씌여져 있다. 인증 샷으로 잠시 일행들이 멈춰 선다. 한사랑님과 게스트 4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게스트들은 백산에 처음이라서 그런지 조금 서먹서먹했으나 자기네들끼리는 아주 즐거운 표정이다. 멋진 경치 속에 몸만 있어도 마냥 즐거운 것이다. 게다가 친한 벗이 있으니 더할 나위없이 더 행복하지 않겠는가.

 

이번 산행의 압권은 백학봉에서 약사암 사이의 900미터 구간이다. 먼저 백학봉의 암봉에 올라서서 발 아래의 백양사를 굽어보면 안개에 젖은 백양사의 가람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절벽 바로 아래 울긋불긋하게 채색하고 봐 주기를 기다리는 나뭇잎들의 자태를 볼 수 있고, 오른쪽으로 가인봉(677m)이 희미한 안개로 뒤덮어 있고, 앞산 또한 안개로 수줍은 듯 얼굴을 가리고 있다. 모두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뿌연 얼굴로 하늘에 닿은 마루금이 실루엣으로 가슴에 포근하게 파고든다.

 

백학봉 암봉 위에서 일행들은 포즈를 취한다. 와석님과 태영님은 왼손을 불끈 쥐고 하늘을 쳐올려본다. 그리고 돌뫼님은 스틱을 X자로 포개어본다. 은수님, 똘이님과 친구, 토끼님은 넷이 어우러져 포즈를 잡아본다. 이 시간이 영원하였으면 하는 표정들이다. 이제 왼쪽으로 난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계단 중간쯤에 발간 단풍나무 색깔에 반해서 한 컷씩 해 본다. 이어서 하산로를 따라 향연을 펼치는 단풍나무의 매무새에 일행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계속 이어지는 나무계단, 오른쪽은 조금 전에 올라섰던 100여 미터의 암봉이 직벽으로 턱 하니 버티고 서 있다. 그 웅장함에 압도된다. 정작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그 계곡의 울긋불긋한 나뭇잎이다.

 

계곡 중간쯤에 위치한 암능에 올라서 100미터 떨어진 뒤편에 우뚝 서 있는 쌍촛대처럼 생긴 바위를 배경으로 한 컷을 한다. 그 쌍촛대바위 중간에는 세월을 버티어 낸 노송이 한 그루 서 있다. 등로가 있다면 가보고 싶은 바위다. 그가 버티어 온 인고의 세월을 위로해 주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바로 위쪽으로 쳐다보면 학바위 암봉이 위엄을 갖추고 서 있다.

 

계곡이 나무계단으로 길지만 경치에 취해서 내려서다 보면 어느 덧 돌계단을 받고 오르게 된다. 바로 약사암으로 오르게 되는데 50여 미터를 약간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나무계단일 끝나가는 지점의 오른쪽 학바위 아래에 기계음이 요란하여 보니 절의 추녀 공사가 한창이다. 국립공원 안인데 깍아지른 절벽 끝에 추녀만 올리는 공사를 하고 있다. 그 절을 짓는 왼편에는 학바위와 약간의 틈을 두고 20여 미터의 바위가 치솟아 있다. 절경이다. 탄성이 쏟아진다. 그런데 그 절벽에 잇대어 추녀를 달아내고 있으니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약사암에 오르기 전부터 왼쪽으로 몇 백 년이라도 된 듯한 단풍나무가 색동옷을 입고 산꾼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 나무 앞에는 포토 존을 만들어 두어 사람들은 자연스레이 그 앞에서 행복한 시간을 연출하기에 바쁘다. 얼굴이 물들고, 가슴도 물들고, 마음도 빨갛게 물들어 간다. 전 산행 구간 중에서 가장 추억덩어리가 큼직한 공간임에는 틀림이 없다. 운해님은 어두워지기 전에 백양사에 내려가야 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그러나 일행들의 발길은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약사암을 내려서니 길은 포장도로가 나오기에 날아갈 듯 하다. 그런데 아뿔사 국기단에 내려오니 인파로 붐비고, 백양사에 도착하니 자갈치 돗떼기 시장은 저리 가라다. 이제 일행들도 뿔뿔이 오합지졸이 된다. 경내의 여기저기를 기웃거려 보는 사람들이 많다. 절 앞에 있는 봇물의 단풍나무를 배경으로 일행들은 한 컷씩 해 본다. 단풍잎의 색깔은 조금 이른 탓으로 그렇게 곱지는 않다. 그러나 봇물과 어우러져 우수에 젖게 한다. 가을이 그 봇물에 잠겨 있다. 그 봇물에 잠긴 가을을 끄집어 내려고 사람들은 봇물가에서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그리고 냇가를 가로질러 있는 보 위로 올라가 봇물과 단풍나무를 추억 속에 담으려고 운해님은 징검다리를 건너가 본다. 군데군데 단풍축제로 확성기에서 울려퍼지는 노랫소리도 요란하다. 그 틈을 타서 포장마차에서는 토산품을 팔겠다는 여인네들의 아우성이 들려온다. 4시간에 걸쳐 평안한 마음을 가다듬고 왔는데, 속세의 시끄러움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우리 버스가 서 있는 주차장까지는 20분 이상 걸어내려 가야 한다. 내려가는 중간쯤에 자동 신발털이로 신발을 털어본다. 해피님과 해곤님과 일행도 합세해 본다. 수많은 차량이 뒤섞여 있는 가운데, 대형버스 주자장에서 우리 버스를 찾는다.

 

이제 1시간을 달려 순천 선암사 입구에 있는 <진일기사식당>으로 향한다. 남도의 맛을 정겹게 느낄 수 있는 식당이다. 김치찌개에 여러 가지 반찬이 나온다. 4인용 테이블이라 일행들은 한 테이블씩 차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음에 맞는 일행끼리 자리를 잡아본다. 소주와 토종 요굴트 잔이 한바뀌 돌고 도니 얼굴에 홍조가 그득하고 마음이 열리어 얘기가 길어진다. 오늘 백산에 첫 산행을 신고한 님들이 제법 보인다. 삼삼오오 즐거운 표정이다. 웃음소리가 천장을 두드린다. 미국의 한 병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15초를 웃으면 이틀을 더 산다고 한다.

 

오늘 4시간여의 산행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많이 웃었으니 아마 1~2달의 생명은 연장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행복한 웃음을 날렸으니 사추기(思秋期)의 반환점을 돌아선 백산님들의 건강도 회춘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건강을 백암산 산행에서 가슴으로 안고 간다. 인생의 하프 타임을 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함께 시간과 공간을 공유해 본 것이다.

 

행복한 힐링 산행을 기획한 운해님, 후미에서 늘 발을 맞춰 주는 붉은노을님, 그리고 함께 한 운영진과 백산님들, 게스트님들에게도 마음으로 감사함을 드린다. 진정으로 산을 즐기고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산우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산행지도

*산행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