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소백산 눈꽃 산행(2014. 1. 18.토)

부산갈매기88 2014. 1. 21. 14:07

◆산행지: 소백산 연화봉(1,383m), 비로봉(1,440m)

◑산행일시: 2014. 1. 18. 토. 흐림

◎산행코스(후미 기준): 죽령(10:47)-제 2연화봉(12:15)-소백산 천문대(12:53/식사 35분)-연화봉(13:50)-제 1연화봉-비로봉(15:20)-어의곡 삼거리-어의곡 새터 주자창(17:22)

▶산행시간 및 거리: 16.5km, 쉬엄쉬엄 6시간 35분(점심 25분, 기타 휴식 30분)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 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30명(운해, 붉은노을, 갈바람, 슬로우, 피네, 휘운(까망콩), 어쩌다, 조규범, 햇띵구, 산사나이, 이도령, 흔적, 예현수, 성기태, 효리, 윤슬, 은수, 해월정, 금호지 부부, 청림, 안정은, 이귀열, 부산갈매기 외)

 

■산행 tip: 일 년 산행을 통틀어서 이렇게 환상적이고 감동을 주는 산행은 몇 번쯤 될까? 순백의 아름다움이 광활하게 펼쳐지는 곳. 나무들은 하얀 흰옷을 입고 서서 우리를 반기고 있다. 나무 가지에 달라붙은 눈꽃은 진한 감동으로 우리의 가슴을 부풀게 한다. 산은 허옇고, 우리의 마음도 순백으로 바뀌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눈밭에 뒹굴고 눈가루를 뿌리며 장난도 쳐 본 산행이다.

 

죽령에서 10시 40분경 버스에 내리니 조금 거센 바람이 우리를 반긴다. 일행들은 화장실을 다녀오고 산행채비를 하면서 허리 돌리기를 시도해본다. 천문대까지의 길은 임도이기에 눈이 있거나 아니면 녹아서 얼음으로 변해있는 곳도 있어서 신경이 많이 쓰인다. 처음 임도를 따라 갈 때에는 눈꽃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1시간 가까이 걸어서 제 2 연화봉 바로 아래에 가니 거기서부터 눈꽃의 향연이 시작된다. 제 2연화봉부터 천문대까지의 임도는 온통 세상이 새하얗게 변한 가운데,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에 휘날린 눈가루가 얼굴을 때린다. 세찬 바람에 몸을 움츠려본다. 그러나 허어연 속살을 드러내며 유혹하는 자연 앞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앞서 일행들은 장난을 치며 내달리고, 후미에 남은 슬루우님과 게스트 부부는 조금 힘겹게 따라오는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처음 산행에 참석한 두 사람의 여성 게스트 중 한 사람이 느린 걸음이다. 천문대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을 자리를 찾아서 천문대 마당으로 들어갔건만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쳐서 먹기도 쉽지가 않다. 천문대 맨 위쪽에 위치한 건물 앞에 가니 청림님이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다. 운해님, 금호지부부님, 그리고 나와 게스트(이귀열)가 쪼그리고 앉아서 남의 살(?)이 들어간 김치찌개로 언 손을 녹여가며 한 숟가락을 떠본다. 청림님 덕분에 점심은 뚝딱 해결이 되었다.

 

점심을 먹고나서 보니 앙칼진 바람 때문에 모두 연화봉을 향해서 다 가고 없고, 운해님과 둘이서 꽁지에 불을 붙이고 달려가 본다. 운해님 덕분에 연화봉 인증샷 한 장을 남긴다. 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의 설경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그 설경에 도취해 일행들은 눈 속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부산하다. 이번 산행에서 조금 힘겨운 곳은 제 1연화봉으로 오르는 구간이다. 나무계단을 따라 힘겹게 제 1연화봉에 오르니 비로봉의 향해서 계단을 오르는 산꾼들의 모습이 성지를 행해 나아가는 순례자의 모습 같기도 하다. 그 1연화봉의 전망바위에서 와석님이 몸이 불편하여 해월정님이 뜨거운 물을 건네고 있다. 이 겨울에 감기 몸살에 시달리는 백산인들이 많은 것 같다.

 

소 등처럼 완만한 능선의 나무계단을 따라 수많은 산꾼들의 엉덩이를 바라보며 비로봉에 오른다. 등 뒤에서 세찬 바람이 불어대니 다리가 휘청거린다. 타지에서 온 여성분은 바람에 휘날려 주저앉기도 한다. 비로봉 정상에서 각지에서 온 산꾼들 틈 사이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인증샷을 날린다. 더 이상 오래 서 있으려고 해도 강풍에 버틸 수가 없다. 서둘러 어의곡 방향으로 하산을 재촉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비로봉에서 어의곡 삼거리로 가는 10여 분 동안의 칼바람이 이번 산행에서 가장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선물(?)인 것 같다. 얼굴과 귀를 싸맸다고 하지만, 작두바람은 틈을 비집고 들어오고, 코끝과 얼굴은 따끔따끔하면서 얼얼해 온다. 얼굴을 가린다고 장갑을 벗어 다시 끼다가 오른손 장갑 한 짝이 바람에 날려가는 바람에 20여 미터를 눈밭에 들어가 집으러 갔다. 다행이 바람이 약해져 더 굴러가지 않아서 간신히 집어 왔다.

 

어의곡 삼거리 아래에서 일행들은 잠시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진다. 효리님이 건네 주는 차가 겨우 몸과 마음을 진정시킨다. 이제는 계곡 골짜기를 쉬지 않고 가야 한다. 하산하는 타지에서 온 일행과 뒤섞이기도 한다. 계곡 중간쯤에는 잣나무 단지가 있었는데, 시원스레 하늘을 향해 뻩어있는 모습에 마음마저 하늘을 향하는 것 같다. 어의곡 주차장이 1.2km 정도 남았는데, 슬로우님의 게스트로 온 부인이 느린 걸음으로 하산을 하고 있다. 등산화가 작아서 발톱에 멍이 들었단다. 그래도 여기까지 쉬엄쉬엄 올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뒤따라만 온다고 사진도 한 장 못 찍었을텐데. 그래서 나무다리 위에서 슬로우님과 그 게스트 부부, 안정은님(안정은님은 비로봉에서 삼가리 방향으로 혼자 하산함)과 같이 온 게스트님을 나무다리에 걸터앉혀서 일부러 사진 한 장을 남긴다. 소백산의 쌩쌩거리는 칼바람도 칼바람이지만, 그렇게 힘든 모습으로 산행을 했으니 소백산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이 있을까 조심스럽다. 백산에 첫 기억이 좋았으면 하는데....

 

어의곡 주차장까지 쉬는 시간을 포함해서 6시간 반 정도의 산행은 끝이 났다. 그런데 희방사로 간 1명이 연락을 안 된단다. 겨우 통화를 시도했지만 2km정도 남았다고 한다. 난감하다. 그래서 먼저 우리 일행은 고수동굴 앞의 식당으로 먼저 갔다. 뒤쳐진 그는 우리 일행의 식사가 다 끝나고 나서야 겨우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희방사에서 국망봉까지 갔다가 길을 잘못 들었다고 했다. 인생은 무한의 도전 속에 자신을 낮추어 가는 삶인지도 모른다.

 

소백산 설경 속의 눈꽃 산행과 비로봉 칼바람은 올 한 해 동안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함께 한 일행도 이 날의 추억을 평생 기억할 것이다. 감기 몸살로 아픈 금호지님과 피네님이 그런 상황 가운데서도 함께 하여 사진도 찍어주고 일행들을 행복하게 해 주어서 감사드린다. 몸은 피곤하겠지만 마음은 하늘나라 잔치에 초대받고 왔기에 엔돌핀이 샘솟아 빨리 쾌차할 것으로 믿는다.

 

모 병원 이사장이 이런 얘기를 했다. 병원 의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GOK라는 용어가 있다고 귀띔한다. 이 용어는 God only knows의 약자다. 우리가 병원에 가면 확실히 다 고치고 완전히 나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병원 이사장은 의사가 고칠 수 있는 병은 50%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러하기에 우리 백산인들은 평소 꾸준히 산행을 하여 건강관리를 잘 하여, 노년에 병원 침대 신세를 안 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의 웃음이 보약이다.

 

올 한 해 백산인들이 더 건강을 찾고, 삶에 활기를 찾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소원한다. 행복은 물질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적인 요소가 크지 않을까?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