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지리산 천왕봉 산행(거림-세석대피소-촛대봉-장터목대피소-천왕봉-법계사-칼바위-중산리)

부산갈매기88 2014. 1. 10. 15:04

◈산행지: 지리산 천왕봉(1915m)

◎산행일시: 2014. 1. 4. 토. 맑음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 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47명 중 1조 22명(금호지 부부. 태영, 와카노, 파레오, 붉은노을, 종현 및 게스트 6명, 햇띵구, 백합 및 게스트, 수피아. 노홍철, 앞마당, 부산갈매기 외)

 

◓산행코스(후미 기준): 거림(09:00)-천팔교(10:04)-세석교(11:12)-세석대피소(11:43)-촛대봉(12:18)-장터목 대피소(13:35)-천황봉(13:10)-법계사(16:18)-로타리산장(16:23)-망바위(16:50)-칼바위(17:32)-중산리 탐방지원센타(17:50) 

◍산행시간 및 거리: 8시간 50분(점심시간 25분, 기타 휴식 40분), 16km

 

 ◇산행 tip: 덕천동에서 거림까지 버스로 대략 2시간이 걸린다. 거림의 한 식당 마당에 버스를 하차한 후 산행채비를 서두르고 간단히 맨손 체조를 해 본다. 거림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등산 코스는 거림에서 세석대피소까지 대체로 완만하고, 이어서 촛대봉, 연하봉, 그리고 장터목산장까지도 조망을 하면서 가볍게 휘파람을 불면서 갈만하다. 그래서 중산리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코스에 비하면 거리가 다소 길어지긴 하나 오히려 거림으로 오르는 것이 경사가 완만하여 산행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점식식사를 하고 제석봉으로 오르는 길은 속을 채우고 등산을 하기에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제석봉 전망대에서 숨고르기를 하며 북쪽을 바라보면 천왕봉의 허연 가슴이 유혹을 한다. 그 유혹에 못 이겨 제석봉을 내려서서 통천문을 지나 천왕산을 오르기 위해 눈길을 걸어간다. 안부에 사람 키 한질이나 눈이 날려 쌓여 있다.

 

천왕봉 정상이 보이는 능선에 올라서면 정상석 앞에서 무리지어 있는 산꾼들의 얼굴에 힘이 빠진다. 긴 줄의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는 느낌에. 사방팔방으로 탁 트인 조망이 허전한 마음을 보상해준다.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고, 하늘을 향해 독수리 날개짓을 하며 일행과 함께 호탕한 웃음을 날려본다. 눈 덮인 산들이 우리의 품에 안긴다. 그처럼 겨울의 눈 산행을 그리워하면서 달려온 모든 것이 벅찬 감동으로 가슴에 남는다.

 

하산길은 천왕샘까지 많은 눈이 쌓여 있던 것이 햇빛을 받아 녹아내리고 있어서 조금 조심스럽다. 목표가 달성되고 나면 다소 허전함이 남는 법. 법계사, 로타리 산장, 망바위, 칼바위를 지나 중산리로 하산을 하게 된다. 9시간에 가까운 산행은 끝이 난다.

 

산행은 거림에서 출발하여 세석교까지 등로의 눈은 다 녹아 있다. 세석교를 지나면서 세석대피소 아래까지 많은 눈을 밟으며 걸으니 천국을 거니는 기분이다. 세석대피소에서 잠시 에너지를 보충하고 촛대봉으로 오르는 길에 멀리 아스라이 삼신봉 아래에 펼쳐지는 연무에 눈길이 머무른다. 거림에서 세석대피소까지 오는 내내 종현님의 여자 게스트는 간밤에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한 후 2시간 자고 산행에 참석하였기에 줄곧 여우(?) 울음소리를 낸다. 22명이 거림에서 출발을 했건만 붉은노을님과 오늘 첫 산행을 한 수피아님 등 14명은 먼저 쌩 하니 날아가 버리고, 후미에 종현님과 게스트 2명, 태영님, 노홍철님, 와카노님, 파레오님 등이 남아서 아기자기한 산행을 했다. 특히 파레오님은 묵직한 카메라를 가슴에 안고, 맨 뒤에서 작품을 남기기에 분주했다. 종현님이 후미에 남은 나와 노홍철님, 와카노님, 파레오님에게 과메기조라고 놀려댔지만 설경을 오래도록 눈에 남기고 가슴에 새기고 싶었다. 그리고 카메라에 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다소 늦어지긴 했지만,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인생 하프타임을 즐길 수 있었다. 인생은 빨리 가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추구해야 하는 것임을. 그리고 이 산야에서 무엇을 얻고 갈 것인가를 생각해보았다. 뽀드득 거리는 눈의 속삭임이 자연은 살아서 소리를 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그 순백의 아름다움을 더럽히고 싶지 않다. 그래도 가야 하기에 눈을 밞는다.

 

 식당에 도착했을 때는 앞서간 일행들이 이미 마무리를 지어야 할 시간이라 눈총을 받긴 했지만, 파레오님, 와카노님, 노홍철님과 나, 네 사람은 정말 행복한 우정을 다지며 함께 걸었다. 최근 몇 달 산행을 하지 못하고 긴 공백 기간을 가진 노홍철님이 천왕봉 중턱을 오르다 다리에 쥐가 나서 스프레이파스를 뿌리면서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 힘겨운 과정을 이겨내고 완주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 추억은 바위에 새기고, 웃음은 눈 위에 남기고 돌아왔다. 상고대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아쉬움은 이번 소백산 산행에서 보상받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올해의 지리산 첫 산행에 눈 산행과 설경을 마음껏 누리었는데, 올해가 기대된다. 자연에 안기어 삶을 토닥거려 본 시간, 느림의 미학이 빛을 발한다. 그 대자연 앞에 내세울 거 뭐가 있겠는가? 긴 시간 자연의 품안에서 배운 것은 더 겸손해져야 하겠다는 것이다.

 

*산행지도

*산행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