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한국인이 중국인보고 '짱께'라 하면 중국인은...

부산갈매기88 2014. 5. 28. 13:36
중국에 대해 한국인들은 복잡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그보다 더 복잡하다. 이러한 감정은 스포츠, 문화, 정치, 사회 분야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먼저 중국인들은 한국을 두려워한다. 이는 축구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어느 나라를 만나든 기를 못 펴는 중국팀은 상대 팀이 강하든 약하든 지면 일단 망신을 당하는데 특히 한국팀과의 경기에서는 오랫동안 지기만 했었다. 그래서 중국 선수들은 한국팀을 두려워하게 됐고 이런 두려움은 중국 팬들에까지 전염됐다. 팬들이 아시안컵 경기에서 제발 한국팀과 만나지 않기를 기도할 정도다. 어떤 팬들은 이런 두려움 때문에 한국팀을 미워하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한국 선수들을 모욕하는 글을 써서 한국 축구 팬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한국 네티즌은 “인구 대국이라는 중국은 축구 실력은 별로 좋지 않은 반면, 다른 나라 선수들을 모욕하는 실력은 매우 뛰어난 것 같다. 중국인들은 사실을 왜곡하고 한국 축구를 비하하는 데만 열중한다”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한국과 중국의 2013년 동아시안컵 축구선수권대회 경기 모습. 한국은 중국 국가대표팀에 대해 그동안 29전 16승 12무 1패를 기록했다./조선일보DB
한국과 중국의 2013년 동아시안컵 축구선수권대회 경기 모습. 한국은 중국 국가대표팀에 대해 그동안 29전 16승 12무 1패를 기록했다./조선일보DB
그렇지만 중국인들은 한국을 좋아한다. 한류 팬들을 지칭하는 말인 ‘하한족(哈韓族)’이 그 대표적인 예다. 대장금, 삼성 휴대폰, 멋지고 예쁜 연예인들, 미용, 김치, 싸이 등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중국에서 계속해서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다. 젊은이들은 패션, 미용은 물론 말투까지 한국 연예인들을 따라 한다. 중국 젊은이들에게 한국은 전통과 현대, 트렌드와 클래식이 한데 어우러진 완벽한 나라다. 한국과의 문화교류에서 열세에 있는 중국을 보며 많은 중국의 전문가들은 창의성과 시장성이 부족한 중국의 문화 콘텐츠가 한류 붐에 밀리는 것을 우려하고 불안해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한국을 무시한다.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인들을 ‘방쯔(棒子·몽둥이)’라고 비하하는 것에서 볼 수 있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인들이 자꾸 중국 것을 훔쳐간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국의 전통문화를 훔쳐 자신들의 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킨다고 생각해 불만이다. 한중 양국 네티즌들은 이 방면에서 자주 충돌한다.

필자가 베이징대학 신문학원에서 신문평론 강의를 맡을 때 많은 한국 유학생들이 있는 것을 봤다. 그런데 한국 유학생들은 겉멋에만 치중하고 학업에는 열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중국 학생들이 교류를 꺼렸다. 필자의 수업을 들었던 한 중국 여학생은 자신의 눈에 비친 한국 유학생들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똑같은 야구모자를 쓰고 맨 뒷줄에 앉아 옆에 아무도 없다는 듯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어로 자기들끼리만 수다를 떨고,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오토바이를 타고 바람처럼 사라진다.”

하지만 모든 한국 유학생들이 다 이렇진 않다. 작년에 필자가 가르쳤던 한 한국 유학생은 아주 성실한 학생이었는데 그 학생이 쓴 ‘중국의 민족주의’라는 글은 아주 인상 깊어서 필자가 일하는 <중국청년보>에 싣기까지 했다. 그 학생은 수업 후에도 종종 필자와 중국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중국인들이 한국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매우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을 ‘방쯔’라고 부른다면 한국 학생들은 중국 학생들을 ‘짱께’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중화권에서 인기가 있는 배우 김수현과 전지현이 지난 3월 21일 각각 중화권 일정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중화권에서 인기가 있는 배우 김수현과 전지현이 지난 3월 21일 각각 중화권 일정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중국인들은 한국을 롤 모델로 삼으며 숭배하기도 한다. 중국인들은 자주 한국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로 중국이 얼마나 낙후됐는지 비판한다. 얼마 전 일어난 세월호 참사에서 한국 총리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일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의 의견이 분분했던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많은 중국 네티즌들은 부끄러워할 줄 아는 한국 관료들을 칭찬했고 동시에 비슷한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어떤 큰 잘못을 했든, 여론의 압박이 얼마나 큰지 간에 뻔뻔스럽게 절대 스스로 사퇴하는 법이 없는 중국 관료들을 비판했다. 일부 중국인들의 눈에 한국은 전통적인 전제국가에서 현대적인 민주국가로 성공적으로 변모한 나라이다. 정치평론가들은 중국 관료들의 부정부패와 정부의 무능을 비판할 때 자주 한국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는다.

정치제도 외에 중국인들이 칭찬하는 또 다른 한가지는 바로 한국인들의 혈기다. 일본에 대한 원한을 단순히 입으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까지 보여준다. 일본 제품을 사지 않고 국산품을 사용하며 실질적인 행동으로 애국심을 나타내는 것이 그 예다. 이에 반해 중국 청년들은 실질적인 행동은 하지 않고 인터넷에서만 분개한다. 그들은 일제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일본 타도를 외친다.

물론 우리는 모두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비슷한 가치관과 문화적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 중국인은 한국인을 두려워하기도, 좋아하기도, 싫어하기도, 또 숭배하기도 하면서 한국인들과 같은 문화적 DNA를 공유한다. 며칠 전 필자의 한 친구는 한중 양국의 문화적 뿌리가 같다며 “양국 모두 서양인들이 가지고 있는 치밀함이 없어 못 미더운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사고, 선장이 승객을 버리고 도망간 세월호 침몰사건 등은 모두 ‘못 미더운 구석’의 구체적인 사례다. 물론 중국인들도 자신들의 ‘못 미더운’ 면모와 부족한 준법정신을 반성하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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