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비즈니스

항공우주산업 메카 대한항공 테크센터

부산갈매기88 2014. 8. 4. 10:08

태평양 美공군 정비 거점…본토서도 날아와 정비
500MD·중고도 무인기 개발 박차·2020년 매출 3조

미 공군 F-15 전투기가 노후된 항공기의 배선을 모두 새로운 배선으로 교체하는 리와이어링 작업과 기타 창정비를 마치고, 대한항공 격납고 앞에서 최종 출고를 대기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미 공군 F-15 전투기가 노후된 항공기의 배선을 모두 새로운 배선으로 교체하는 리와이어링 작업과 기타 창정비를 마치고, 대한항공 격납고 앞에서 최종 출고를 대기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이달 1일 김해공항에서 차를 타고 약 10분을 달리자 대한항공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혀있는 창고 모양의 거대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군용기 정비 격납고엔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6, F-4E, 수송기인 CN-235, 미 공군의 전투기 F-15C와 헬기인 UH-60 등 10여대의 군용기가 정비를 받고 있었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보안서약서를 작성해야 하고 기자가 갖고 가는 카메라 기종까지 제출해야 한다. 한국 공군과 미군의 최신 전투기가 수리를 받는 곳이라 정보가 새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전허가를 받아야 했다.

◆ 고장 난 민·군용기의 종합병원 ‘테크센터’ 거치면 ‘이상 無’

이 비밀스러운 곳은 부산 강서구 대저동에 자리한 대한항공 테크센터다. 대한항공이 1976년 항공우주사업본부를 설립하면서 만든 테크센터는 총 면적만 71만㎡(21만평), 연건평 26만 6000㎡ 규모로 항공기 생산과 정비에 필요한 각종 시설을 갖추고 있다. 1977년 국내에서 최초로 헬리콥터인 500MD를 생산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테크센터에서는 민항기 부품제작과 군용기 성능개량 및 정비, 무인기 개발, 민항기 중정비·개조가 이뤄지고 있다.

이날 찾은 정비 격납고에서는 일명 ‘탱크 킬러’로 불리는 미국 대(對)전차 공격기 A-10가 한창 정비를 받고 있었다. 기체 바깥으로는 전선 수백 가닥이 삐져나와 있고, 대여섯명의 정비사들이 전선 하나하나를 붙잡고 살펴보고 있다. 격납고 내부 온도는 30℃를 오르내렸고 정비사들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지만, 눈길만은 매서웠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곳에 있는 정비사들은 모두 최소 수백대 이상의 최신 군용기를 정비한 경험을 가진 항공기 정비의 달인”이라고 말했다.

미군 RC-12 조종계통 정비를 마친 후 수직날개 계통의 정상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있는 대한항공 엔지니어. /대한항공 제공
미군 RC-12 조종계통 정비를 마친 후 수직날개 계통의 정상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있는 대한항공 엔지니어. /대한항공 제공

극한 비행 환경을 견디는 군용기들은 이곳과 같은 시설에서 정기적으로 정비를 받아야 한다. 기체를 모두 분해하고 나서 수만개에 이르는 부품을 하나하나 검사한다. 비파괴검사라는 이 과정은 사람이 치료를 받기 전 엑스레이를 찍어 아픈 곳을 확인하듯, 군용기의 안을 속속히 분해해 문제가 있는 곳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체 수명을 연장하고, 성능을 개량한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이런 식으로 정비한 항공기만 3500대에 이른다.

이영환 대한항공 테크센터 군용기공장 부장은 “미군 항공기 정비를 위해 일본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이스라엘까지 뛰어들어 경쟁을 벌인다”며 “테크센터는 미군에게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은 물론 미 본토에 있는 항공기들도 날아와 수리를 받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군용기 정비 격납고 옆에 있는 민항기 정비 격납고에선 보잉사가 만든 747-400F화물기가 정비를 받고 있었다. 격납고는 두 대의 대형항공기가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연간 120여대의 민항기를 수리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 간 항공기만 2500여대에 이른다. 기내 좌석 배열을 바꾸거나, 여객기를 화물기로 고치는 작업을 하며,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도 여기서 이뤄진다. 국토해양부와 미 연방항공청(FAA), 유럽항공안전청(EASA)으로부터 인증을 받아 미 유나이티드 항공의 747-400 중정비·객실 개조와 대한항공 747, A330의 객실 개조를 수행했다.

정비 격납고에 B747-400 항공기 2대가 정비를 받고 있는 모습. /대한항공 제공
정비 격납고에 B747-400 항공기 2대가 정비를 받고 있는 모습. /대한항공 제공


◆ “무인기 사업으로 2020년 매출액 3조 달성한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지난해 매출액이 7642억원에 이른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전체 매출이 11조8487억원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비중이 큰 편은 아니다. 대한항공의 주요 매출은 여객과 화물 사업이 중심이다.

하지만 항공우주사업 부문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9년에 327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이후, 5년 동안 매출이 연평균 약 25% 증가했다. 특히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새로운 먹을거리인 무인기와 항공기 제작 사업을 통해 2020년까지 매출 3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현재 전체 매출에서 민항기 부품 사업과 군용기 정비 등 방위산업이 각각 55%와 25%를 차지한다. 무인기 사업은 10%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 비중을 크게 늘리겠다는 것이다.

무인기 가운데 중고도급 다목적 무인 항공기는 사실상 양산화 단계에 있다. 이 항공기의 경우 주간에는 상공 2㎞ 정도에서 비행하면서 적군을 정찰하고, 야간에는 어떤 물체가 어떻게 이동하는지 관측한다. 무엇보다 자동 이착륙이 가능하다. 군에서 운영 중인 송골매의 경우 착륙 방식이 낙하산이라 바람 방향에 따라 착륙 지점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고, 파손될 가능성도 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달 사단급 무인기인 중고도급 무인기를 군에 납품하면 9월 적합성 판정 검사를 받고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육군에서 운영 중인 노후화된 500MD의 무인화도 추진되고 있다. 500MD 헬기에 자동 조종장치를 달아 무인항공기로 개조하는 사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500MD를 만든 지 40년 정도가 됐는데, 지금도 이 헬기의 수명은 3분의 2 정도가 남아있다”며 “대한항공은 이미 2대의 500MD를 육군에서 이관받아 이 중 1대를 올해 말까지 무인헬기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정비사가 여객기의 날개를 세심히 관찰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정비사가 여객기의 날개를 세심히 관찰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차세대 첨단항공기로 불리는 무인 틸트로터기인 TR-6X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공동 개발 중이다. 틸트로터는 날개 양끝에 엔진과 프로펠러를 회전시켜 수직 이륙이나 고속 비행이 가능한 항공기다. 이 무인기의 비행 고도는 4㎞, 운용 반경은 60㎞, 최고속도는 시속 250㎞에 이른다. 록히드마틴이나 보잉과 같은 미국의 항공기 전문제작업체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무인기도 곧 시험비행에 들어간다.

이재춘 부장은 “틸트로터기는 무인기 중 기술 수준이 가장 높은 제품이며, 앞으로 5~10년간 수요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중고도급 무인기 역시 산불감시, 유전탐지, 어군(魚群) 탐지 등 민수용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무인기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2020년까지 매출액 3조원을 달성하고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일보/ 2014.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