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 노마드' 시대가 온다] [3] 취업 '학벌 벽'… 해외 나가 깬다
재학 중 美취업반 들어가 열공
IT 취업, 5시 퇴근後 취미생활 "한국선 이렇게 살지 못했겠죠"
특성화·마이스터高 학생들도 "대학 가는 대신 해외로 취업"
해외인턴십 참여하며 꿈 키워
그러던 중 학교가 운영하는 '해외 취업 지원 프로그램'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졸업 전까지 영어 학원비와 해외 취업 알선 수수료 등을 지원해주고 취업에 성공하면 항공권까지 마련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이거다' 하고 생각한 염씨는 고민 없이 지원서를 냈다. 경쟁률 5대1을 뚫고 미국 취업반 10명에 선정됐다. 이후 그는 다른 친구들이 온갖 자격증과 토익 성적 등에 매달리던 시기에 전공인 IT 보안과 영어 회화 공부에만 집중했다.
1년 후인 2014년 10월 염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IT 보안 솔루션 개발 업체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4학년 2학기 때였다. 회사는 염씨에게 "미국 취업 비자를 내줄 테니 졸업 전에 건너와 일을 시작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현재 염씨는 이 회사 품질관리팀 엔지니어로 일하며 연봉 4500만원을 받고 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고, 퇴근 후엔 헬스와 영어 공부를 한다. 염씨는 "퇴근만 하면 아무도 간섭 안 하는 삶이 마음에 든다"며 "한국에서 설령 대기업에 들어갔더라도 이런 생활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상대'가 이끄는 해외 취업
해외로 눈을 돌려 '잡 노마드'가 되려는 청년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지원하는 대학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특히 '서울 상대(서울에서 상당히 먼 대학이란 의미)'들이 청년들의 해외 취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염씨가 졸업한 동서대는 최근 4년간 약 220명을 해외로 취업시켜 재학생들의 청년 실업 탈출을 지원하고 있다. 이 학교 출신 해외 취업자 수는 2012년 40명에서 2013년 57명, 2014년 63명으로 매년 증가세다. 올해는 8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미진(26)씨는 2013년 대구의 영진전문대 일본 취업반에 입학했다. 4년제 국립대에도 합격했지만 더 넓은 무대로 나가 IT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어 이 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학벌보다 실력을 우선하는 외국에 나가서 인정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졸업한 박씨는 지난 4월 초봉 3350만원에 일본의 인터넷 쇼핑 전문 업체 '이스토어'에 프로그래머로 취업했다. 일본 현지에서 6시 30분 정시 퇴근 후 요가를 하고 취미인 요리를 배우고 있다고 박씨는 전했다.
박씨의 모교인 영진전문대는 '해외 취업 명문대학'으로 널리 알려졌다. 최근 5년간 해외 취업자는 329명이다. 특히 2007년부터 일본 취업을 전문으로 하는 '일본 IT 주문반'을 운영하며 올해까지 160명을 일본 기업에 취업시켰다. 이 반은 3년간 빡빡한 수업으로 '악명' 높다. 학생들은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본어, 컴퓨터 수업을 듣고 10시까지는 특강과 야간 자율 학습이 이어진다. 3학년 김세영(22)씨는 "우리끼리 '영진고등학교 4~6학년에 다니고 있다'고 얘기할 정도로 공부량이 많다"며 "졸업 후 일본에서 취업할 꿈을 꾸며 버틴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재학생들을 해외 취업으로 이끌어 주는 지방대가 많다. 백석문화대는 최근 10년간 638명을 호주·필리핀 등지의 리조트나 레스토랑 등에 취업시켰다. 전주대도 같은 기간 호텔경영학과 졸업생 230여명을 싱가포르의 5성급 호텔에 취업시켰다. 해당 대학 관계자들은 "먼저 해외로 나간 선배 잡 노마드들의 성공 스토리가 전해지면서 해외 취업 지원자들이 매년 늘고 있다"고 했다.
◇"대학 대신 해외에 취업을"
박정우(19)씨는 고교 3학년 때인 지난해 9월 조기 졸업을 하고 호주 시드니행 비행기에 올랐다. 호주 현지 대형차 제조사의 용접 기술자로 취업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주급은 약 150만원. 부산 해운대공고를 나온 그는 2학년부터 학교의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고교 입학 때부터 대학 진학이 아닌 해외 취업으로 진로를 정하고 전자기계 조작과 용접 등 기술을 배웠다. 매일 정규 수업 후 실습실에서 3~4시간씩 보호구를 쓰고 땀을 뻘뻘 흘리며 용접 연습을 했고, 호주 취업을 위해 영어 실력을 키워나갔다. 박씨는 "일반고에 다니는 아이들이 입시 준비를 하듯 나도 해외 취업 준비를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씨처럼 고등학교를 나와 바로 해외에 취업한 특성화·마이스터고 출신 잡 노마드는 2014년 66명에서 지난해 99명으로 증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졸 잡 노마드가 더 많이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해외 인턴십 지원을 앞으로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2016. 8. 25>
['잡 노마드' 시대가 온다] [3] 한국 음식점 낸 30세 이상훈씨
"한국서 사업하려니 돈 너무 들어 땅 넓고 사람 많은 인도서 승부
올해말 다섯번째 매장 열어요"
인도 뉴델리 남부 사프다르정에 있는 한국 음식점 코리스(Kori's)를 다녀간 인도인들이 맛집 리뷰 애플리케이션에 쓴 리뷰다. 지난 7월 문을 연 90㎡(27평) 크기 32석 규모 식당에 들어서자 인근의 허름한 식당들과 달리 원색의 깔끔한 벽지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었다. 한국 청년 이상훈(30)씨가 분주하게 음료와 김밥을 날랐다. 코리스는 김밥·비빔밥·도시락 등 한식과 아메리카노·과일주스 음료 등을 100~ 300루피(1700~5000원)대에 판매한다.
"땅덩어리는 넓고 사람 많은 인도에서 '한 사람한테 10원씩만 팔아도 120억원을 벌 수 있겠다'란 생각에 인도행을 결정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 2000만원과 부모님을 설득해 빌린 3000만원을 가지고 인도에 왔다.
2012년 초 뉴델리의 골방에서 3개월 동안 레시피 개발에 몰두했다. 이씨는 "음식 장사라곤 해본 적이 없는 내가 원하는 맛을 내기까지 수천 번 김밥을 말고 닭을 튀겼다"고 했다. 델리대학교 인근에 26㎡(8평) 되는 작은 가게를 열었다. 한 달 매출이 1000만원이 될 정도로 성공을 거뒀지만, 1년 만에 매장문을 닫아야 했다. 2호점을 서둘러 내려다 인도인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다.
"작은 성공에 취해 인도를 너무 쉽게 보다 된통 당한 거죠." 그 뒤로 이씨는 인도인과 소통하고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힌디어를 공부했다. 이젠 인도 직원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정도의 실력이 됐다. 2013년 델리대 인근 상점에서 새 출발을 했고, 소문을 타고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올해 말엔 뉴델리에서 비행기로 2시간 떨어진 북동부 아루나찰 프라데시주에 5호점 매장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2016. 8. 25>
['잡 노마드' 시대가 온다] [3]
[해외 취업 성공 노하우] [3] 자기소개서 'CL' 어떻게 쓸까
담당자가 20초내 파악할수 있게 차별화 되는 특기 간결히 써야
글로벌 기업들이 요구하는 자기소개서인 커버레터(CL)는 어떻게 써야 할까. 글로벌 커버레터는 글자 수 제한과 구체적인 문항이 주어지는 국내 기업 자기소개서와 달리, 권장 분량이 A4 용지 1~2매이며 형식이 자유롭다. 글로벌 취업 전문가 시몽 뷔로는 "커버레터를 작성할 땐 불필요한 정보를 발라내고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는 특기를 앞세워 인사 담당자가 15~20초 안에 요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간결하게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잡 노마드' 지원자가 커버레터를 통해 전달해야 하는 정보는 ▲개성 있는 기술 ▲비슷한 일을 해본 경력 ▲학교에서 연구·조교 경험 ▲실무에 강한 성격 ▲미래 목표 등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공채 기간을 따로 정해두지 않고, 홈페이지나 채용 담당자 이메일 계정을 통해 상시 지원을 받기도 한다. 이메일 지원을 통해 취업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특정 직책을 꼬집어 본인이 얼마나 준비된 사람인지 설명하는 것이 좋다. 미국 실리콘밸리 IT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안모(23)씨는 "대학에서 교환학생 친구들을 위해 영어로 된 학생 식당 식단 앱을 만들었던 경험을 드러내며 DB 구축 업무에 자신이 있다는 커버레터를 썼다"고 밝혔다.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인 기업에 지원하는 청년들이라면 자신이 '한국 시장에 밝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도 좋다. 정원(29)씨는 영국 IT 기업 본사에서 한국 담당 컨트리 매니저(국가별 담당자)로 일한다. 정씨는 "한국 국적도 자신만의 특기에 해당된다"면서 "커버레터에 한국 IT 기업에서 일한 경험, 프로젝트를 맡아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했던 경험을 녹여냈다"고 밝혔다.<조선일보/2016.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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