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황혼의 일본 노인 생활

부산갈매기88 2014. 9. 25. 08:14

지인 중에 1달에 2~3번은 업무차 일본 출장을 가는 사람이 있다. 출장에서 다녀오면 으레이 모 대학 교수님들과 만나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하면서 교제를 나눈다. 지난주에 지인은 후쿠오카시를 다녀왔단다.

 

 

그 시에서 몇 년 만에 지인이 아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단다. 마침 아는 일본인의 생일이라 함께 저녁식사도 하고 노래방까지 가게 되었다고 한다. 지인이 아는 일본인은 올해 72세의 노인이었는데, 계 같은 모임이 있어서 8명이 일 년에 4번 만나서 식사를 하고 노래방도 간다고 한다. 회사 월급쟁이로 정년퇴직을 하고 이제는 연금을 받아서 생활을 하기에 친구들과의 계 모임도 분기별로 한 번씩 모여서 식사 교제를 나누고 기분을 풀기 위해 노래방까지 간다고 한다.

 

저녁식사 후 음식값은 8명이 1/n씩으로 각자 부담을 한단다. 그리고 노래방에 가서도 노래방 비용과 주대 또한 1/n로 부담을 했단다. 연금에 맞추어 생활을 하기에 여유가 없다고 얘기하더란다.

 

 

내가 아는 지인의 일본인에게는 아들과 딸이 한 명씩 있는데, 최근 20년 사이에 한 번도 집에 찾아 온 적이 없다고 한다. 자식들 또한 먹고 살기에 빠듯하기에 여유있게 부모를 찾아다닐 수는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애비가 자식에게 찾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어릴 적 품안에 있던 자식이 자기 자식이지 일단 성장하고 난 뒤에는 그렇게 한국처럼 살겹게 찾아다니지는 않은 듯 했단다. 이유는 개인의 경제적 여유가 없기에.

 

거기에 비해서 한국 노인은 일본 노인에 비해서 다소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친구를 만나게 되면 소주 한 잔 살 수 있는 여유로움도 있다. 계 모임이나 동창회 등에서 친구를 만나서 코가 삐뚤어지도록 거나하게 취하기도 하면서 내가 한 잔 사든 친구가 사든지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명절이면 자식들이 찾아오든지 아니면 부모가 자식을 찾아서 가기고 하니 말이다. 이처럼 정으로 뭉쳐진 한국 사회인 것 같다. 물론 핵가족화 되면서 가족 관계가 많이 무너지고 흔들리고 있지만, 한국은 부모 자식간의 관계, 친구간의 관계, 사제지간의 관계 등 관계가 어느 정도 지속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의외로 방글라데시나 다른 나라에 비해서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상당히 낮다. 우리는 너무 나보다 잘 사는 사람들과 비교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상대에 비해서 내가 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결코 행복은 비교에 의해서 행복이 얻어지는 것은 아닐텐데.

 

내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한 잔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나 이웃이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며 황혼을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심보다는 내 손 안에 있는 것으로 행복해 하고, 즐거워한다면 하루의 삶이 편치 않을까. 요즘은 잘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 죽느냐(well-dying)가 삶의 부제로 떠오르고 있다. 죽을 때 손에 다 쥐고 갈 수 없다면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남에게 베풀고 인생을 즐겁게 사느냐에 귀결된다. 그러기에 오늘에 만족하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를 소망한다. 죽기 전 병원 신세 안 지려면 더 열심히 등산이나 운동을 하면서 말이다.

 

 

<부산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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