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자신이 변해야 산다

부산갈매기88 2009. 8. 31. 09:51

옛날 조혼시절의 이야기다. 열 살 먹은 신랑과 열아홉 살 난 색시가 결혼했다. 조혼이 흔하던 시절에는 어린 신랑의 부모에게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나이 든 며느리가 어린 아들을 깔보지 않을까, 딴 마음을 갖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다.

 

하루는 어린 신랑이 밖에서 돌아와 보니 어른들은 모두 일하러 나갔고 아내는 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너는 뭐하다가 지금에야 저녁을 준비하는 거니?”

 

어린 신랑이 무심코 한 말이었다. 색시는 화가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너는 나이가 몇 살이고, 내 나이는 몇 살이기에 나보고 너라고 하는가?”

 

그리고는 어린 신랑을 담빡 들어올려 호박넝쿨이 가득 덮인 초가지붕에 올려놓았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시부모가 이런 사실을 알면 보따리 싸서 쫓겨날 것 같았다.

 

때마침 시부모님이 일을 마치고 돌아와 지붕에 올라가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았다.

“네가 무슨 일로 지붕에 올라가 있느냐?”

 

바야흐로 신랑이 무슨 대답을 할지 색시는 조마조마했다.

“각시야, 이 큰 호박을 딸까, 여기 작은 호박을 딸까?"

 

어느 새 부엌으로 가 있는 색시를 향해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아들의 말에 시부모가 의문이 또 한 가지 생겼다.

“네가 어떻게 그 높은 지붕에 올라갔느냐?‘

 

“각시가 올려줬어요. 저녁상에 올릴 호박을 따 달라고 해서 말입니다.”

 

아들의 말에 시부모는 며느리가 기특하다며 좋아했다. 색시는 너무도 고마웠다. 마음속으로 탄복했다. 그 날 이후 색시는 신랑을 잘 섬겼다.

 

먼저 자신이 변해야 상대가 따라온다.

부부든 부모형제든 지인이든 인간관계가 깨지면 돌이키지 못한다. 인생의 자산은 사람과의 관계이다. 사람과의 소통에서 인생의 결실이 나온다.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서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네 이웃은 담 너머에 살고 있는 또 다른 너 자신이다.” <칼린 지브란>

 

 

임석래 <잘 풀리는 삶>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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