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눈물 젖은 식사

부산갈매기88 2009. 8. 28. 17:54

"부모를 공경하는 쉬우나 부모를 사랑하는 것은 어럽다."  <장자>

 

음식점의 문이 열리고 여덟 살 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늙수그레한 남자의 손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섰다. 언뜻 보기에도 두 사람의 행색은 걸인임을 짐작하게 했다. 코끝을 찌르는 지독한 냄새에 주인은 얼굴을 찡그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들에게 소리쳤다.

 

“이봐요. 당장 나가요! 아직 개시도 못했는데 재수 없게.”

 

그러나 아이는 주인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의 손을 자리로 이끌었다. 알고 보니 남자는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었다.

 

“아저씨, 국밥 두 그릇 주세요.”

 

아이가 주문을 하자 주인은 그들이 음식을 먹으러 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주인은 주문을 받는 대신 아이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그런데, 얘야, 미안하지만 지금은 음식을 팔 수가 없구나. 더구나 그 자린 예약손님들이 앉을 자리라서 말이야.”

 

주인의 말을 들은 아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래도 아이는 음식을 먹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그리고는 더럽고 헤진 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해진 천 원짜리 몇 장과 동전을 꺼내 보였다.

 

“대신 빨리 먹고 나갈게요. 사실 오늘이 우리 아빠 생신이시거든요.”

 

하는 수 없이 주인은 국밥 두 그릇을 내주었다. 그리고 계산대에 앉아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빠, 내가 소금 넣어줄게.”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소금통 대신 자신의 국밥 그릇으로 수저를 가져왔다. 그리고 국밥 속에 들어 있던 고기들을 떠서 앞을 못 보는 남자의 그릇에 가득 담아 주었다.

 

“아빠, 이제 됐어. 어서 먹어. 근데 아저씨가 빨리 먹고 가야 한댔으니까, 어서 밥 떠. 내가 김치 올려줄 게.”

 

수저를 들고 있는 남자의 보이지 않는 두 눈에는 가득히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주인도 조금 전 자기가 그들을 대했던 행동을 뉘우치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아무리 나쁜 죄를 지은 사람도 그의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은 애틋하다. 나의 부모는 세상 단 하나뿐인 존재이고, 나를 세상에 있게 하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존경받아 마땅한 분이다. 부모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도.......

 

 

김종웅 <행복은 물 한 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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