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회동수원지 수변공원 둘레길 트레킹 후기 ◈(2014. 12. 20. 토)

부산갈매기88 2014. 12. 24. 16:16

◎트레킹 지역: 부산 회동수원지 수변공원 둘레길

트레킹 일시: 2014. 12. 20. 토. 맑음

☢트레킹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21명(윤슬, 솔뫼, 혜영, 진부령, 백산, 수희, 형제, 부용, 스마트, 은수, 현진, 피네, 봄산, 유유산속, 햇띵구, 숙이, 청림, 부산갈매기 외)

 

●트레킹 코스: 99번/179번 버스 종점~동대교(철마 방향 구도로) ~새로 개설된 임도 산책로~진명교~쉼터 전망대~선동교~상현마을~제1전망대~선동 신현마을~제 3전망대(거북바위)~오륜대 마을(취수장 입구)~ 취수장~오륜대 전망대/부엉산~회동댐~99번/179번 버스 종점(원점회귀)

 

◷시간대별 코스 진행:

09:01 99번/179번 버스 종점 하차

09:10 동대교

09:35 새로 개설된 임도 입구

09:55 제 3철탑

11:58 진명교

12:33 선동교

12:40 상현마을(1시간 10분 점심식사)

14:20 선동신현마을

14:33 오륜대

14:46 부엉산 전망대

16:04 회동댐

16:40 99번/179번 버스 종점

 

★트레킹 시간: 6시간 40분

◍트레킹 거리: 18.3km(GPS)

◎교통편: 99번, 179번 버스

 

 

▶산행 tip: 이번 초겨울 번개의 트레킹 코스는 지난번 신선대~이기대 해파랑길의 트레킹에 이어서 부산 회동수원지 둘레길을 걷는다. 이 코스는 회동수원지 둘레길을 걷기에 단조로울 수도 있지만, 기후와 계절에 따른 깊은 트레킹의 맛을 볼 수가 있다. 수변공원 둘레길을 따라서 산우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걷노라면 잔잔한 호수가 전해주는 지난 한 해 동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회동수원지의 접근은 지하철을 타고 연산동에서 99번 환승을 하든지 아니면 179번, 42번 시내버스를 타고서 접근을 할 수가 있다. 버스 종점에 내리자마자 트레킹 채비를 갖추어 철마 방향의 포장도로를 15분 정도 따라가다 새로 개설된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그 임도 입구에는 차량 차단기가 내려져 있어서 쉽게 파악이 된다. 거기서부터 본격적인 수원지 트레킹이 시작되는 것이다. 쉬엄쉬엄 임도를 따라 10여분을 가면 철탑이 보인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서서히 수원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진명교까지 놀멍쉬멍 가면 2시간 정도 걸린다. 중간 중간 쉼터가 있어서 서두를 필요도 없다. 진명교 가기 전에 나무계단이 나오고, 건너편의 오륜대와 부엉산을 바라볼 수가 있다. 겨울이라 수원지 가장자리에는 얼음이 얼어서 겨울 분위기를 살려주고, 가을이 남기고 난 낙엽들이 여기저기 수북이 쌓여 있는 곳도 있어서 한껏 계절의 맛도 느끼게 한다. 또 어떤 곳은 포근한 날씨에 길이 녹아버려 질척거리기도 한다. 흙먼지 날리지 않은 도심지에 살았기에 때론 그것이 짐이 되기도 하지만 여기에 온 이유가 되기도 한다.

 

햇띵구님이 게스트 두 분과 함께 앞서 갔는데, 그 뒤의 일행들은 잠시 양지바른 쉼터에 서서 가지고 온 먹거리로 웃음꽃을 피워보기도 한다. 10여 분 노닥거리다 보니 햇띵구님과 제법 거리가 생겼다. 게다가 중간에 일행은 사진도 몇 컷 했다. 얼마나 갔을까 궁금했는데, 먼저 가서 쉼터에서 과메기를 장만하고 있었다. 햇띵구님은 직접 가지고 온 과메기에 미역, 미나리, 묵은지, 고추장 등을 펼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일행들은 벌떼처럼 얼른 달려들어 막걸리를 곁들어 과메기를 싸서 먹는다. 초겨울 진미인 과메기가 회동수원지에서 손님을 맞이했다. 자갈치 야단법석은 저리 가란다. 과메기 몇 점씩 입에 넣어보았으니 모두 대만족인 것 같다. 행복은 그렇게 먼 곳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일상의 주머니 속에서 그렇게 행복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산길을 걷노라면 마음맞는 산우와의 대화에 산새들은 지저대며 끼어들지만 오히려 더 평화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오솔길도 있지만 널다란 길도 있어서 두어 명이 어깨를 맞대고 걸어도 좋다. 간간히 지나가는 승용차가 분위기를 깨고, 흙탕물을 튀기면 갈 것 같은 불안한 감도 있지만 그네들도 느림의 미학으로 동참해준다.

 

수원지 북동쪽 진명교의 인위적인 다리를 걸어서 건너지 않고 그 아래의 냇가를 가로질러 폴짝폴짝 뛰어 건너기도 한다. 개울가에 왔으니 그 나름의 시간을 즐기고 싶은지도 모른다. 시멘트 다리를 건너가는 것보다 개여울을 건너며 동심으로 돌아가 보고 싶은 충동이 이는 지도 모른다. 어쩌면 마음의 여유가 생긴 탓일지도. 진부령님, 현진님 게스트, 숙이님과 나는 진명교 다리를 건너기로 했다. 애당초 계획한 코스대로 걷는 것이다. 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중의 하나는 현진님의 게스트가 왼쪽 다리를 다쳐서 몇 개월 치료를 받은 후 핀을 제거하고 처음으로 이번 트레킹에 참석했다고 한다. 그녀는 걸을 수는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다리가 조금 불편해 보였다. 어찌 우리끼리 기분만 낸다고 개여울을 건널 수가 있겠는가. 친구가 되려면 그 사람의 편에 서야 하지 않을까 말이다.

 

진명교 다리를 지나게 되어 5~6분 정도 더 걸리게 되고 흙탕물이 흥건한 비포장도를 가게 되어 시간이 조금 더 걸려 앞서 간 일행에게 갔더니, 일행은 쉬고 있었다. 그렇게 기다려 주는 마음에 후미에 간 일행도 감동을 받는 느낌이다. 감동이라는 것은 예상했던 것에서 받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데서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것이다. 넓직한 포장도로를 따라서 일행은 웃음보따리를 풀어헤치며 상현마을로 향한다.

 

상현마을 가기 전의 선동교에서 단체 사진을 한 컷 한다. 너무나 잔잔한 호수가 우리의 마음을 대신해주고 있다. 늘 그렇게 채웠다가 사람이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쓰이는 수원지의 물. 떨어져버린 낙엽이 계절을 원망하지 않고 순응해 가듯 떠나가버린 친구나 가족을 원망할 것이 아니라 냇물처럼 흘러가는 흐름과 과정의 미학으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원망 보다는 잘 되기를, 저주 보다는 행복을, 절망 보다는 희망을 주는 인간관계가 유지되어가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 나은 미래를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상현마을에 도착하니 청림님이 번개처럼 나타나서 시껄시껄하다. 일 때문에 늦게 도착하여 함께 상현마을의 <상현집>으로 향한다. 30분 전에 봄산님이 이 집을 예약해 두었다. 상현집에 도착하니 예약을 너무 늦게 하여 잉어찜을 할 시간이 조금 부족하여 기다려야 한단다. 마당 수돗가에서 일행은 등산화에 묻은 흙을 솔로 문지른다. 마당이 넓직해서 좋은 집이다. 일행은 마당의 가마솥 아궁이 옆에 앉아서 어릴 적 시절을 떠올리며 사진을 찍기도 한다.

 

방 안 가득히 앉아서 잉어찜에 소주와 막걸리 한 사발로 오늘 우정의 시간을 나눈다. 뒤풀이를 겸해서 점심을 하는 관계로 낮술이라 일행의 얼굴이 발가스름하게 되어 보기도 좋다. 오랜만에 온 반가운 햇띵구님과 게스트 두 사람의 얼굴도 환해진다. 이렇게 마주앉아 호반의 식사를 해 보는 것도 여유가 있어서 좋다. 세 사람의 게스트에게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주 보는 일행에게는 흥겨운 식사시간이다. 봄산님이 이 식당에 와 보고 좋아서 예약을 했었는데 밑반찬이 많이 나오고 깔끔해서 좋은 것 같다.

 

점식을 먹고 나서 햇띵구님과 게스트 두 분, 형제님과 부용님, 현진님의 게스트는 상현마을에서 노포동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타고 간다고 1차 탈출을 했다. 나머지 일행은 선동 신현마을과 오륜대를 둘러보고 부엉산으로 오른다. 그런데 오륜마을에서 은수님의 낭군님 트레킹팀 대여섯 명과 조우를 했다. 은수님의 낭군님은 지난 소백산 산행에도 와서 얼굴을 아는 터라 우리 일행과 번개처럼 조우하여 한바탕 잠시 소란이 벌어졌다.

 

오륜대에서 부엉산으로 오르는 10여 분이 이번 트레킹에서 가장 숨이 가픈 깔딱고개였다. 산자락으로 오르는 길은 여러 개의 갈 짓자 등로가 있어서 제법 숨을 헐떡거려야 한다. 높지 않은 산이기에 일행은 단숨에 오른다. 부엉산 전망대에 오르니 지금까지 지나온 여정이 한 눈에 다 보인다. 인생도 황혼이 되면 지나온 길이 훤히 보이지 않을까. 

 

회동댐으로 바로 내려오는 바람에 땅뫼마을의 황토길은 걸어보지 못하고 왔다. 지난번 신선대~이기대를 트레킹할 때 회동수원지 둘레길을 걷게 되면 꼭 땅뫼마을의 황토길을 걷겠다고 몇 사람은 다짐도 했는데. 아쉽다. 하지만 다시 20여 분 정도 그곳만 다녀오기에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 포기를 하고 회동댐 입구로 내려와 버스 종점으로 향한다.

 

이번 트레킹에도 많은 백산의 산우들이 함께 해주어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었다. 그 마음이 있기에, 그 중심이 있기에 늘 백산이라는 샘터에 자주 들러서 살아가는 일행의 모습을 엿보기도 하고 동참하기도 한다. 늘 그 샘은 희망과 꿈과 용기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무미건조한 인생에 도전을 해보라고도 한다. 목적과 방향과 중심이 같기에 부담 없이 시간이 허락하면 함께 하는 것이다. 행복은 늘 구름처럼 하늘에 둥둥 떠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손 안에 있는 것을 마음으로 건져올리는 것이리라. 단지 그 행복함과 즐거움이라는 것이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여러 명이 함께 했을 때 밤하늘의 폭죽처럼 빛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함께 하고 싶어 시간을 쪼개는 것이다. 백산의 옹달샘에 찾아오는 산우들이 더 큰 행복을 안고 나날이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이번 트레킹에 참석한 님들의 가정과 직장에 기쁨이 충만하기를 바라면서.....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