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제 251차 정기산행: 김천 황악산 산행기 ◈(2015. 1. 24. 토)

부산갈매기88 2015. 1. 30. 09:33

◎산행지: 김천 황악산(1,111m)

★산행일시: 2015. 1. 24. 토. 맑음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43명(금호지, 동무, 스마트, 애진봉, 슬로우 부부, 청파, 파도, 앞마당, 붉은노을, 해월정, 갈바람, 차돌이, 산우, 한사랑, 키종, 배일식, 피네, 산들바람, 송향, 청송, 산오디, 봄산, 유유산속, 새벽길, 윤호, 현진, 은수, 백합, 청림, 태영, 바다, 선초, 운해, 와니, 부산갈매기 외)

 

●산행 코스: 괘방령~여시골산~백운봉~비로봉~신선봉~망월봉~직지사~직지사 주차장

◔시간대별 산행코스:

10:00 괘방령 도착

10:10 산행 시작

10:59 여시골산(620m)

11:11 여시골 안내판

11:37 운수봉(680m)

12:42 백운봉

13:12 황악산(1,111m)

14:56 신선봉(944m)

16:35 직지사

17:00 직지사 주차장

 

★산행 시간: 6시간 50분(점심식사 30분, 기타 휴식 40분, 경내관람 10분)

<순수 산행시간 5시간 30분>

◍산행거리: 13.89km(GPS)

 

◎교통편: 부산백산산악회 전용 관광버스<신부산 고속투어>

 

▶산행 tip: 황악산 산행은 지리산 산행에 이어서 올해의 두 번째 정기산행이라 눈 산행을 은근히 기대한다. 그러나 부산의 날씨가 너무나 포근하고 이틀 전 비가 왔기에 눈을 보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안절부절한 마음도 있다. 2주전의 올해 첫 정기산행인 지리산 산행은 눈 산행을 했다. 그러나 지리산 천왕봉 부근에서 은근히 상고대를 기대하기도 했지만 헛물만 켜고 말았다. 천황봉의 칼바람에 정신만 차리고 내려온 산행이었다.

 

부산 덕천동을 출발한 버스는 2시간 10분 만에 해발 300여 미터의 괘방령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벌판의 찬바람에 정신이 확 든다. 조선시대 때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가던 길목이다. 시대가 달라 목표는 다르지만 오늘 우리는 황악산을 정복하고 말리라는 신념으로 달려왔다. 괘방령 <장원급제길>이라는 안내판 앞에서 단체 인증샷을 한다. 인증샷이 끝나자마자 가둬 놓은 양떼들이 목장을 달려가듯 우리는 야트막한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한다. 처음 12~13분 정도 워밍업을 하면서 조금씩 고도를 높여 올려가기 시작한다. 아뿔싸 이제 눈이 깔린 급경사를 올라가야 한다.

 

200여 미터의 첫 번째 깔딱고개를 오른다. 아이젠을 하지 않고 오르다가 중간중간 한 사람씩 등로를 벗어나 아이젠을 신기 시작한다. 게다가 비탈길에 몸마저 후끈 달아오르기에 매미 허물 벗듯 한 겹씩 옷을 벗어 배낭속에 집어넣거나 아님 배낭 위에 매단다. 그렇게 된비알을 10분 걸려 산등성이에 올라선다. 세찬 바람이 온몸을 휘감고 지나간다. 계속 높다란 산등성이가 이어지기에 그곳에 마냥 긴 시간 서 있을 수 없다. 앞서간 일행을 따라잡기 위해 부지런히 올라간다. 산행을 시작해서 50여 분 걸려 여시골산(620m)에 이른다. 거기에서 7~8분을 진행하면 여시골이 나온다.

 

여시골산에서 운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빨래판 능선이라 오르락내리락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시골산을 지나 운수봉가기까지 남향의 내리막길은 눈이 녹아서 질퍽하거나 낙엽이 깔려있는 길이다. 운수봉 아래의 안부에서 바닥을 치고 오르막길을 오른다. 백운봉에 이르러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데 위에서 내려오던 타지에서 온 산꾼이 위에 가면 좋을 거라고 귀띰을 해 주고 내려간다. ‘그 말이 무엇일까?’ 지나가는 말로 해주었기에 눈이 와 있으니 좋겠지 생각을 했다. 백운봉을 지나 10여 분 정도 정상을 향해 올라가니 상고대가 시작이 되는 것이다. 황악산 정상을 올라갈수록 눈꽃이 나무 위에 얹혀 있고 낮 시간대 햇볕이 나 있는 상태에서 상고대를 그렇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웬걸 천국이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으니 일행은 그 상고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정신이 없다. 게다가 눈 속에 뒹굴기도 하고 하늘이 내려준 하얀 선물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기대어 보기도 한다. 온 천지가 하얗고 마음도 하애진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삼삼오오 모여서 추억의 한 페이지를 덧붙인다고 왁자지껄하다.

 

‘눈 산행 정도는 하겠지’하는 기대감은 있었지만, 이처럼 활짝 핀 상고대는 예상하지 못했다. 감동이란 기대하지 않은 상태에서 얻어지는 것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후미에서 기진맥진해서 오던 일행들도 상고대를 보는 순간 힘이 불끈 솟아서 어쩔 줄 몰라 한다. 이러한 광경을 혼자서 바라보는 것보다 함께 마음을 모두고 같이 즐거워 하니 극대화되는 것 같다. 눈밭을 뛰어다니는 강아지모양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일행도 있다.

 

눈꽃에 눈이 팔려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장난끼를 발동하다 보니 황악산 정상까지 오는데 4시간이나 걸렸다. 정상에서의 인증 샷을 하는 데도 인원이 많은 관계로 시간이 꽤 걸린다. 아직 후미에서는 정상 바로 아래에서 눈꽃 사진을 찍는다고 정상에 도착하지 않은 일행도 대여섯 명은 되는 것 같다. 겨울에 눈도 제대로 구경을 못하는 부산사람이기에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일행은 황악산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 식사를 한다. 앞서 간 일행이 등산로 양편에 크게 두 무리를 지어 앉아 있다. 후미에 간 탓에 자리가 없어 길옆에 자리를 펼친다. 눈 위에 앉으니 엉덩이가 차갑다. 그러나 오늘은 바람이 세차게 불지 않아 따뜻한 햇살 아래 이처럼 오붓하게 식사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30분 정도 식사를 한 후 하산길을 재촉한다. 황악산에서 형제봉(1,035m을 지나 신선봉(944m)을 오르는 길은 약간 오르막길이라 점심을 먹은 후이기에 걸음걸이가 무겁다. 신선봉에서 일행과 함께 숨고르기를 하고 망월봉으로 가는 하산길은 된비알이고 경사가 급한 데다 눈이 있어서 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일행은 잘도 내려간다. 어떤 곳에서는 눈이 녹아 있는 구간도 있어서 이제는 눈이 없을 거라고 판단하고 아이젠을 벗고 가다가 엉덩이를 땅바닥에 냅다 쳐박힌 일행도 있다. 망월봉으로 내려서니 이제 눈은 녹아서 길은 질퍽거리고 또 어떤 곳은 낙엽이 깔려 있어서 아이젠에 달라붙는다.

 

직지사 절이 보이고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타나니 산행은 끝이 난다. 일행은 직지사에 들른다. 어떤 이는 참배를 하기 위해서이고, 일행의 대부분은 경내 수돗가에 가서 아이젠 정리와 등산화에 묻은 흙을 씻기 위해서이다. 그래도 다른 절에 비해서 흙을 씻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마음에 숙연해진다. 직지사 주차장에 도착한 선두조의 청파님에게서 전화가 온다. 예약한 식당에서 뒤에 다른 산악회 식사손님을 받았기에 빨리 와서 밥을 먹어야 된다고. 식당 주인이 재촉을 하는가 보다. 직지사에서 주차장까지의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서 가는 길도 15분 이상은 걸리니 먼 길이다.

 

황악산은 100대 명산에 들어가긴 하나 육산이라 다른 계절에 오면 그다지 볼거리도 없다. 그러나 이 겨울의 눈과 눈꽃이 있었기에 그 가치가 극대화된 것이다. 사람도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즐거움이 배가 되느냐 안 되느냐 하듯 육산이라도 겨울 눈꽃이 있으니 많은 감동을 준 것이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마음이 열린 일행이 함께 하기에 더 큰 감동을 주었다. 겨울산의 눈꽃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한 손으로 헤아릴 정도가 아닐까. 이 벅찬 감동으로 한 주일, 아니 한 달 이상을 살아내지 않을까 싶다. 세상살이는 순백이 아니지만 그래도 순백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의 소중한 삶을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또 사회를 위해서 우리는 건강해야 한다.

 

행복한 천국잔치에 함께 한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행복은 물질이 아니라 마음의 풍요로움이라고.....

 

 

●산행지도

♣산행사진

△사진 출처: 금호지님/ 앞마당님